칵테일과 뱅쇼, 모주로도 변신 가능···전통주 색다르게 즐기는 법

장회정 기자 2023. 1. 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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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택배 주문 가능해 나보다 먼저 ‘고향 앞으로’
다양한 잔 활용해 마시거나 디캔팅으로 맛 업그레이드
셰이크나 중탕으로 즐기면 색다른 맛 체험
과실주 또 다른 시선. 전통주는 소주잔이나 도자기잔이라는 편견을 깨고 와인잔에 마시기 좋은 술이다.

조선시대만 해도 일곱 집에 한 집꼴로 술을 빚었을 정도로 가양주 문화가 발달했다. 요즘은 인기 아티스트도 술을 빚는다. 가수 박재범이 출시한 증류식 소주를 사기 위해 오픈런을 마다 않는 소비자는 의외로 2030세대였다. 원하는 맛의 막걸리를 찾아 양조장 투어를 하거나 전문 판매점을 찾는 이들도 많다. 이른바 수제맥주(크래프트 비어)가 있다면, 우리 전통술은 그야말로 원조 크래프트다.

2017년 6월 전통주의 통신판매가 허용되면서 제2의 전성기가 열렸다고 한다. 명절을 앞두고 나보다 먼저 고향집에 도착하도록 온라인 택배 주문을 해둘 수 있는 덕분이다.

정월대보름에는 귀밝이술, 삼짇날에는 두견주, 단오엔 창포주를 마셨듯이 우리 민족에게 술은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닌 세시를 맞는 풍속의 일부였다. 한때 차례상에 올리는 술로 정종이라 불리는 일본식 청주를 고수했으나, 전통주가 각광받으며 다양한 우리술을 고르는 이들이 늘었다. 모처럼 모인 가족들과 ‘좋은’ 술을 한 잔씩 나는다는 의미도 더해졌다.

우리 민족에게 술은 취하기 위한 것이 아닌 세시를 맞는 풍속의 일부였다.
전통주는 무조건 소주잔에 마시는 편견부터 깨보세요. 향을 풍부하게 즐기려면 집에 있는 잔을 다양하게 활용해보는 공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도자기잔부터 유기, 와인잔, 위스키잔 등 잔을 달리하면 같은 술의 느낌도 달라집니다.
-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전통주는 크게 탁주, 약·청주, 과실주, 증류주, 기타 주류로 나눈다. 맛과 향, 지역의 특산물과 원료 재배에 영향을 주는 자연환경을 일컫는 테루아까지 따지면 한국 전통주의 영역은 무한 확장된다. 2021년 말 기준 전통주 제조면허는 1401개, 이 중 지역 특산주 면허가 1349개, 민속주 면허가 52개다.

우리 전통술을 알리고 있는 전통주 콘텐츠·유통 플랫폼 대동여주도의 이지민 대표와 함께 전통주를 보다 맛있게 즐기는 법을 알아봤다. 애매하게 남은 술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발한 방법도 같이 소개한다.

이지민 대표는 전통주를 맛있게 즐기는 첫 번째 포인트로 무조건 소주잔에 마시는 편견부터 깨라고 조언한다. 향을 풍부하게 즐기려면 집에 있는 잔을 다양하게 활용해보는 공을 들이는 것이 좋다. 도자기잔부터 유기, 와인잔, 위스키잔 등 잔을 달리하면 같은 술의 느낌도 달라진다. 또한 ‘전통주’ 하면 전통음식만 페어링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집에서 흔히 즐기는 피자, 치킨, 중식 등 다양한 음식과 곁들여도 좋다고 했다.

와인 애호가들은 침전물을 거르거나 디캔터에 옮겨 와인 맛을 좋게 하는 디캔팅을 한다. 이 대표는 전통술도 디캔팅을 통해 재료의 향을 살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추성주와 같이 약재가 다양하게 들어간 술의 경우 디캔팅을 통해 맛과 향을 배가시킬 수 있다. 대동여주도 전통주 디캔팅 영상 참조

내올담, 담 다이아몬드 증류주는 얼음을 넣은 온더록스로 즐기면 더욱 풍부한 결을 느낄 수 있다.

■ 증류식 소주

소주는 저렴한 술의 대명사가 됐지만, 원래 소주는 청주 서너 병을 증류해야 한 병 정도 얻을 수 있는 귀한 술이었다. 잘 숙성된 소주는 위스키 못지않은 향을 품는다. 그 소주의 원형을 고스란히 되살린 고급 소주가 사랑받고 있다. 대표적인 증류식 소주에는 서울의 삼해소주, 안동의 진맥소주 등이 있다.

전통주는 소주잔이라는 공식만 깨면 술을 즐기는 방식이 보다 창의적으로 변모한다. 얼음을 넣은 온더록스로 즐기면 더욱 풍부한 결을 느낄 수 있는 술이 있다. 꽃향, 과일향 등이 부드럽게 담긴 양촌양조장의 여유소주40과 수운잡방의 벽향주 기법을 베이스로 만든 은은한 곡향이 일품인 내올담의 담 다이아몬드를 추천한다.

꿀꺽꿀꺽 ‘목넘김’을 느끼고 싶으면 하이볼처럼 즐겨도 좋다. 보리를 증류한 병영소주는 하이볼로 만들기 좋은 술이다. 하이볼잔에 얼음을 채우고 병영소주를 30㎖ 정도 넣은 뒤 스파클링 워터나 진저엘, 토닉워터 등을 적당량 섞으면 된다. 기호에 따라 레몬이나 라임 슬라이스를 넣으면 근사한 비주얼도 완성된다.

증류식 소주는 보통 냉장고에 넣었다 차게 마시는데 살짝 중탕해 따뜻하게 마셔도 좋으며, 고도주의 경우 아이스크림에 샷으로 부어 아포가토처럼 즐겨도 별미다. 이렇게 먹기 좋은 술로 감홍로가 가장 유명하다.

*전통주 추천 칵테일

▲한산소곡주 칵테일, 황금들녘(Golden field)

재료 : 한산소곡주 60㎖, 베네딕틴 1티스푼, 진저엘 1캔

만드는 법 : 하이볼 글라스에 얼음을 채우고 한산소곡주와 브랜디를 베이스로 한 리큐르 베네딕틴을 넣는다. 글라스의 80%를 진저엘로 채운 후 스푼으로 가볍게 젓는다.

▲이화주 칵테일, 은하수(Milky Way)

재료 : 이화주 60㎖, 오미자 진액 30㎖, 토닉워터 1캔

만드는 법 : 하이볼 글라스에 이화주, 오미자 진액을 넣고 잘 저어준 후 얼음을 가득 채운다. 글라스의 80%를 토닉워터로 채운 후 바 스푼으로 가볍게 젓는다. 반달 모양으로 자른 자몽을 장식으로 곁들여도 좋다.

·레시피 개발 및 제공 : 대동여주도 & 한국음료강사협의회 전재구 회장

전국 양조장에서 얼마나 다양한 막걸리가 제조되는지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 막걸리

명절에 두루 마시기 좋은 술은 막걸리다. 지역별, 원재료별, 지역특산물별로 골라 먹는 맛도 있다. 아스파르템(아스파탐) 등 합성감미료가 우려된다면 무감미로 표기된 막걸리를 고르면 된다.

혹 술에 약한 가족이 있다면 막걸리를 제철 과일과 함께 블렌더에 갈아서 셰이크처럼 즐길 수 있다. 요즘 제철을 맞은 겨울 딸기라면 금상첨화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반적인 제품을 써도 좋지만, 셰이크의 부드러운 질감과 입자감을 살리기를 원한다면 느린마을 막걸리나 몬스터빌리지의 생막걸리 ‘설레’를 추천한다.

막걸리도 좋은 칵테일 재료가 된다. 주로 유자청이나 모과청 등 청을 이용하면 만들기도 쉽고 맛도 더할 수 있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류수영이 소개한 일명 ‘어남주’가 대표적이다. 막걸리, 우유, 연유를 2 대 2 대 1의 비율로 섞은 뒤 얼음, 말리부로 잘 알려진 코코넛럼주 약간을 셰이커에 넣고 섞은 뒤 마시면 된다.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 명절이면 즐겨먹는 한과와도 궁합이 좋다.

이화주 같은 떠 먹는 막걸리는 크래커나 바게트 등 빵에 발라 먹으면 된다. 명절이면 꼭 사두는 한과에 발라 먹기에도 궁합이 좋다. 딸기 등 과일을 넣고 견과류를 토핑으로 올리면 더욱더 이색적으로 즐길 수 있다.

전주 여행자라면 계피향 그윽한 모주 한 잔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마시다 남은 막걸리가 있다면, 모주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막걸리 한 병 분량에 흑설탕 3큰술, 계핏가루 반 큰술을 넣고 센 불로 끓이다가 약불에서 30분 정도 달이듯 끓여주면 완성된다. 알코올은 날아가고 몸을 따뜻하게 덥힐 수 있는 뜨끈함만 남는다. 기호에 따라 마른 대추, 감초, 팔각, 배, 생강, 꿀을 넣어 몸에 좋은 한방차 느낌을 내거나 레몬, 로즈메리, 애플민트 등 시트러스 계열 과일이나 허브를 더해 이국적인 풍미를 즐길 수도 있다.

약주를 중탕해서 따뜻하게 마시면 보다 그윽한 향을 느낄 수 있다.

■ 약주

차례에 쓰고 남은 약주는 중탕해 그윽한 향을 누리며 마실 수 있다. 그 밖에 갈비찜이나 고기요리에 넣으면 잡내를 없애고 맛을 풍부하게 한다. 약주는 나물과 궁합이 좋다. 시중에 나온 차례주 외에 좀 더 욕심내고 싶다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주로 유명한 ‘풍정사계 춘’을 추천한다. 음식과 어우러짐을 고려한다면 산청양조장의 ‘산청약주’가 좋다. 상황버섯을 부재료로 한 깔끔한 맛의 약주로 나물요리와 함께하면 좋은 페어링을 보여준다.

우리 전통주인 ‘머루 와인’은 샹그리아, 뱅쇼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 과실주

전통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라인업이 과실주다. 숙취가 있다며 꺼리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그것은 과실주의 진정한 매력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포도, 다래, 사과, 오미자, 복숭아 등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는 과실을 그대로 발효해 만든 한국 와인도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과실주가 남았다면 화채나 뱅쇼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뱅쇼’는 와인에 과일, 향신료 등을 넣어 끓인 프랑스의 대표 겨울 음료로 요즘은 카페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메뉴다. 우리의 과실주로도 뱅쇼를 만들 수 있다. 산머루농원이 대동여주도와 함께 컬래버레이션으로 출시한 머루팩은 1500㎖짜리 대용량의 산머루 와인으로 캠핑장 특화 제품이다. 고기를 재울 때 넣어 잡내를 없애거나 소스로 활용할 수도 있고, 먹다 남은 와인은 소다수와 레몬즙을 넣는 칵테일 상그리아나 뱅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만드는 법은 모주만큼 쉽다. 냄비에 머루팩 약 500~750㎖(와인잔으로 2~3잔 분량), 시나몬 스틱 4개, 오렌지 1개 또는 먹다 남은 과일들, 설탕 4큰술, 정향 5개를 넣은 뒤 가열하다가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이고 20분 정도 약한 불에 맛이 우러나도록 두면 된다.

이지민 대표의 설 연휴 추천 전통주
(왼쪽사진부터) 귤막걸리인 윈터딜라이트, 증류주인 담 다이아몬드, 약주인 풍정사계 춘.

 ·차례주로 뛰어난 술 Best 3

풍정사계 춘 :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만찬주로 선정되어 명성을 널리 떨친 술. 향온곡이라는 녹두 누룩으로 빚는다.

지란지교 약주 : 지초와 난초 같은 향기로운 사귐을 의미하는 술로 가족애를 이야기하며 마시기 좋은 약주다.

한영석 청명주 : 국내 최고의 누룩 전문가가 빚은 청명주. 한 번 술을 만들 때마다 다른 누룩을 써 맛의 차별화를 꾀했다.

 ·명절에 고생한 가족을 위한 술 Best 3

어떤유자06 : 고흥군을 대표하는 유자 전통주 명가의 제품. 유자를 최대치로 넣어 만든 제품으로 유자 과즙을 술에서 가득 느낄 수 있다.

윈터딜라이트 만다린 : 겨울에만 출시되는 과일 막걸리의 대명사. 노지 귤로 빚으며 겨울 시즌 한정으로 생산된다. 여성들에게 ‘막걸리계의 디올’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오마이갓탁주 : 삼양춘과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에빗 조지프 셰프의 협업 제품. 모과와 페퍼베리의 뛰어난 블렌딩으로 디저트용 탁주로 훌륭하다.

·명절 음식과 함께하기 좋은 술 Best 3

산청약주 with 나물

: 약초로 유명한 산청 지역의 최상급 상황버섯으로 빚은 약주. 1년에 세 번만 빚는 술로 나물과의 페어링이 아주 좋다.

담 골드 with 대구전, 생선구이

: 황금주 제법을 바탕으로 탄생한 약주로 드라이하면서 깔끔한 산미가 특징. 음식과 페어링이 좋으며, 특히 담백한 생선요리와 잘 어울린다.

추사 with 갈비

: 사과 와인을 증류해 오크 숙성한 한국형 칼바도스(칼바도스 지역의 사과 증류주)로 양념 갈비와의 페어링이 좋다. 사과의 맛을 오롯이 깔끔하게 즐기려면 사과향이 살아 있는 추사백을 추천한다.

장회정 기자 long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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