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술안주하면 OOO"…찬바람 불면 생각나는 고소한 맛
[편집자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우리 수산물.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한겨울 살갗을 에는 듯한 찬바람은 도저히 반기기 어렵지만 '이 바람이 어디선가 과메기를 말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질 때가 있다. 소설가 김동리 선생은 "과메기를 불에 대강 구워 칼로 그슬린 비늘을 쓱쓱 긁어 버리고 쭉쭉 찢어 먹으면 술안주로서 더없이 좋은 맛"이라고 극찬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1월 '이달의 수산물'로 과메기를 선정했다. 과메기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끊을 수 없는 음식이다. 이번 설연휴 과메기 한접시와 함께 가족과 술 한잔 기울이는 것도 추천할만하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꾸덕한 식감이 나올 때까지 바닷바람에 말려서 만든다. 요즘 시중에 유통되는 과메기는 대부분 손질이 쉽고 빨리 마르는 꽁치를 사용하지만, 과메기의 원조는 청어다. 겨울철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관목, 貫目) 장기간 보관을 위해 말린 음식이 과메기다. 과메기의 주생산지인 경북 포항 구룡포 일대 방언으로 '관메기'라고 불리다가 후에 과메기라는 이름이 자리잡았다고 한다.
원조 과메기의 재료인 청어는 '청어목(Clupeiformes)-청어과(Clupeidae)'에 속하는 어류다. 청어속(Clupea)에는 대서양청어(Atlantic herring)와 태평양청어(Pacific herring)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청어는 주로 태평양청어다. 청어는 우리나라 동해와 서해, 남해동부, 일본 북부, 발해만, 북태평양 등에서 넓게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 잡히는 청어는 산란기 이외에 동해안의 수온 2~10도(℃) 해저에 흩어져 살다가 산란기가 되면 해조류가 무성하고 암초가 많은 연안이나 내만으로 떼지어 몰려온다. 이때 가장 큰 청어가 먼저 들어오고 뒤에 작은 청어가 따라 들어온다. 11월말 남해안 경남 진해만과 통영 연안에서 산란이 시작되고 동해 포항 연안에 2월말까지 산란 시기가 된다.
산란기엔 암컷이 먼저 알을 낳은 뒤 수컷이 정액을 뿌리는데 이때 바닷물이 하얗게 변해 백색바다를 만드는 것으로도 알려져있다. 청어는 먹이생물이 풍부해야 생존할 수 있고 고래 등 다른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탓에 우리나라 주변 바다의 건강도를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지표종이다.
청어의 최대 연령은 19세, 몸길이(체장)는 46㎝(센티미터)까지 크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 청어는 보통 10살까지 성장하고 몸길이가 20㎝이상이 되면 산란에 참여한다. 성숙한 청어는 8월 이후가 되면 서서히 생식소가 커지며 생식소가 체중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산란에 모든 힘을 쏟는다. 산란 이후 빈 공간에는 난바다곤쟁이 등 먹이를 꽉 채운다.
청어의 어획법은 계졀과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산란기 연안으로 들어오는 개체는 주로 자망(물 속에 옆으로 쳐놓고 물고기가 지나가다가 그물코에 걸리도록 하는 그물)으로 잡고, 부화한 청어가 10㎝ 전후가 되면 정치망(자루모양 함정형태 그물)으로 잡아왔다. 다만 2021년 이후 어종보호를 위해 20㎝미만 청어 포획을 금지하도록 해 사료용으로 쓰던 소형 청어는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청어는 1930년대 5만4000톤(t)까지 잡혔으나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어획량이 급감했다. △2008년 4만5472톤 △2013년 4먼5127톤으로 어획량이 급격히 증가한 해도 있었지만, 2013년 이후 감소세를 보여 2021년 1만4025톤이 잡혔다. 2006년 이후 가장 적은 어획량이다.
청어는 조선 정조시절 조정에 바치는 물품 중 하나로 '관목청어'(과메기)가 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우리 식탁에 오른 물고기다.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추운 겨울 영양가를 보충하기 위해 선비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최근에는 '고급 과메기'에 대한 선호 혹은 청어 어획량 증가 등으로 다시 청어 과메기를 만드는 곳이 있다. 다만 꽁치에 비해 크고 몸이 두꺼워 말리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가격도 꽁치 과메기보다 2배가량 비싸다고 한다.
기름진 겨울 생선답게 구이로 즐기는 것도 청어의 고소한 맛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특히 전어처럼 뼈채 씹어먹으면 고소한 맛이 극대화된다고 한다. 회를 뜬 청어에 미역, 파를 듬뿍 넣은 회무침은 청어 산지에서만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감수 = 김희용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관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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