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령 구분 없이 모아라”…50년 전 ‘육성 증언’ 입수
[앵커]
앞서 보신 것처럼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유산 후보로 다시 신청했는데 조선인 강제동원에 대한 언급은 또 빠졌습니다.
당시 조선인들을 사도광산으로 직접 데려 간 일본인 직원의 50년 전 육성 증언을 KBS가 단독 입수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이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모집과 알선의 실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도쿄 지종익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강제동원한 조선인들을 사도광산으로 데려 온 광산 직원의 50년 전 육성 증언이 담긴 테이프입니다.
사도광산이 강제동원을 신청하고 조선총독부가 승인하면 광산 직원들은 직접 조선으로 향했다고 전합니다.
형식은 모집, 알선 등이었지만 동원 과정엔 압력이 가해졌습니다.
사람들을 모으기 전엔 관청 직원들을 따로 불러내 회유했고, 적지 않은 알선료도 챙겨줬습니다.
["사람들 모아놓으라고 요청을 하고, 신체검사를 하고 검사를 통과한 사람은 며칠에 어디로 모이라는 지시를 합니다."]
[군청 관계자 : "둘은 모집하기 전에 따로 내가 하룻밤 불러서 접대를 했으니까요. 알선료 한명당 2엔씩, 300엔은 큰돈입니다."]
노동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았고, 광산까지 가는 길엔 도주자를 막기 위해 철저히 감시했다고 말해 강제동원이었음을 사실상 시인합니다.
["(연령에는 제한이 있었습니까?) 특별히 제한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노인이면 곤란하니까 50살보다는 적은 사람으로... 직원 둘이서 백 명 정도 데리고 왔는데 기차 양끝에 서서 못나가게 했습니다. 정차했을 때는 특히 조심해야 했습니다."]
광산에 도착한 조선인들은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일본 각지의 광산으로 끌려다녀야 했고, 패전 이후엔 버려진 신세가 됐습니다.
["(월급을 받기 위해서는 조수가 돼야만 하는 겁니까? 조선인 중에 조수가 된 사람은 없었나요?) 그렇죠. 없죠. 전쟁이 끝난 뒤에는 (조선으로) 돌아갈지 어떻게 해야 좋을지 누구도 상대를 해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약 50년 전, 사도광산 연구자가 4시간 분량의 조사 과정을 녹음한 육성 증언 음성 파일에는 이처럼 일제의 강제동원 수법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지종익입니다.
지종익 기자 (jig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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