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교도 문 닫기 시작"...더 외면할 수 없는 '저출생'
[앵커]
YTN은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 저출생 현상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찾는 연속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저출생의 실태를 살펴봅니다.
서울에서도 학생 수가 줄면서 학교가 통폐합되거나 아예 폐교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 저출생은 통계 수치를 넘어 현실로 체감할 수 있는 위기가 됐습니다.
박정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도봉고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을 받지 않았습니다.
내년 폐교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입학한 45명도 모두 인근에 있는 다른 고등학교로 전학 가면서 이제 학교엔 올봄 3학년이 되는 60여 명만 남게 됐습니다.
[함다현 / 도봉고 학생 : 지금 한 64명? 중간에 방학 때 전학 간 친구들이 많아서….]
서울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가운데 문을 닫는 건 도봉고가 처음입니다.
한때 신입생이 200명을 훌쩍 넘겼던 학교가 사라진다는 소식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적잖은 충격이었습니다.
[김용주 / 도봉고 학생 : 제가 다니던 모교가 없어진다는 생각에 많이 슬펐고요.]
[한승지 / 도봉고 학생 : 왜 하필이면 내가 다니는 학교가 폐교가 되는 걸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김미경 / 도봉고 학부모 : 처음엔 안 믿었죠.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가뜩이나 원하지도 않게 들어갔는데 무슨 폐교냐. 안 믿었어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는 과거 농어촌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엔 서울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3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올해로 개교 40주년을 맞은 이곳 서울 화양초등학교는 얼마 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화양동 일대가 1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으로 바뀌며 전교생이 80여 명으로 줄자 인근 다른 학교로 통폐합이 결정된 겁니다.
인근 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어린이들을 보기 어려워졌다며, 저출생을 실감한다고 말합니다.
[이정화 / 화양초 인근 분식집 사장 : 줄었죠. 줄었어요. 확실히 줄었고, 지나가다 인사도 하고 애들이 그래도 단골이라고. 너무 귀엽잖아 애들이. 근데 없어진다니까 너무 섭섭하고….]
문제는 이 같은 '도심 속 빈 교실' 추세가 앞으로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될 거란 겁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2016년생은 40만6천 명 정도.
하지만 네 살 어린 2020년생은 27만2천 명으로, 3분의 2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같은 지역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통합 운영하는 '이음 학교' 등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다니던 학교를 지키고 싶은 학생과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교원 수를 줄이는 문제 탓에 학교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지난 2018년 합계출산율이 1 아래로 떨어진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
숫자로만 봐온 저출생을 학교 현장에서 피부로도 느낄 수 있는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YTN 박정현 (miaint3120@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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