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여고생 드래곤' 작가 "흑백만화 걱정했는데 호평에 놀라"

김경윤 2023. 1. 2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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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작가 인터뷰…"독자들이 보기 편한 만화 그리는 것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최근 화려한 작화와 긴 분량이 웹툰의 성공 공식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짧은 흑백 만화 형식의 판타지 개그물 '여고생 드래곤'이 인기를 얻어 눈길을 끈다.

웹툰작가 땅콩 프로필 이미지 [작가 제공]

'여고생 드래곤'을 그린 땅콩 작가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채색은 해야 한다는 막연한 고정관념이 있었다"며 "성공 공식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던 터라 예상외의 호평에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무조건 채색이 들어간 화려한 작화의 웹툰을 더 좋아할 것이라는 제 걱정과는 달리, 성공 공식이란 건 사실 크게 중요하지 않고 고(高)퀄리티 만화든 낙서 같은 만화든 재미만 있다면 평등하게 좋아해 주신다는 증거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이 작품의 출발점은 작가가 지망생 시절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던 연습작이다.

'드래곤의 몸에 빙의한 여고생'과 '여고생 몸에 빙의한 드래곤'이라는 한 쌍의 설정을 바탕으로 5화짜리 단편 만화를 기획했고, 3화까지 그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렸다.

땅콩 작가는 "주인공인 민지가 (골드 드래곤 몸에 들어가) 레드 드래곤을 물리친 뒤 마을의 일원이 되고, 민지의 몸에 들어간 골드 드래곤은 남자친구와 결혼까지 하는 내용이었다"고 초기 구상을 설명했다.

이는 인터넷상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작가가 다른 작품으로 공모전 준비를 하느라 계속 연재되지는 않았다.

그는 "공모전에 여러 번 낙선하고 아르바이트 등으로 먹고살던 중 연습작으로 그린 '여고생 드래곤'을 박태준 만화회사(더그림엔터테인먼트)에서 재밌게 보고 연락해줬다"며 "채색까지 한 야심 찬 작품들은 모두 떨어졌는데 비교적 가볍게 그린 이 작품을 연재하게 돼 아이러니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웹툰 '여고생 드래곤' 한 장면 [네이버웹툰 갈무리]

정식 연재작도 습작처럼 흑백 톤을 고수하기로 한 것은 박태준 작가의 아이디어였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박 작가님이 채색하거나 정돈된 그림으로 그리면 만화 특유의 날 것 느낌이나 속도감 있는 개그가 죽을 것이라고 했다"며 "저도 동의해 흑백 만화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여고생 드래곤'이 학원 액션물로 그려질 뻔한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그는 "회사 쪽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면 어떻겠냐'고 가볍게 던진 아이디어를 '만화를 이런 식으로 바꿔봐라'로 잘못 알아듣고 제 실수로 비운의 원고를 만들어냈다"며 "다른 세계에서 봉인 당한 드래곤이 약골 소년에게 빙의돼 무쌍을 찍는다는 학원 액션물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지금 생각해보면 채색도 그렇고 회사는 원본을 밀어줬는데 저 혼자 그대로는 안될 것 같다고 생각해 지레 겁먹고 헛발질을 많이 한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 작품은 골드 드래곤의 몸에 들어간 여고생 민지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모험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매 편 민지의 몸에 빙의한 골드 드래곤의 이야기도 감초처럼 빼놓지 않았다.

작가는 "본편 이야기가 더 제 취향이라 많은 분이 보너스 만화가 더 재밌다고 하실 때 내심 슬펐다"면서도 "중반부를 지날 때쯤에는 보너스 만화에도 애착이 가게 됐고 때로는 본편보다 더 고민해서 스토리를 짤 때도 있었다"고 했다.

웹툰 '여고생 드래곤' [더그림엔터테인먼트 제공]

'여고생 드래곤'의 가장 큰 매력으로는 남녀노소가 즐겁게 볼 수 있는 마음 편한 개그물이라는 점이 꼽힌다.

네이버웹툰 완결작 가운데 남성 인기 1위(이하 20일 기준), 여성 인기 8위이며 독자들이 매긴 평점은 10점 만점에 9.97점으로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작가는 "독자들이 보기 편한 만화를 그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런 고민이 여러 독자층이 쉽게 즐길 수 있는 만화가 되는 것에 일조한 것이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지난 13일 '여고생 드래곤'이 완결됐고, 땅콩 작가는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그는 "1인 제작만화가 아닌 박태준 만화회사와의 협업으로 보여드릴 것 같다"며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장르를 그리게 돼 두근대며 작업 중"이라고 귀띔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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