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엄포에 대출이자 내린 은행… "여전히 높다"

강한빛 기자 2023. 1. 2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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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기준금리 3.5% 시대③] 숨통 트인 영끌족… 대출금리 인하, 언제까지?

[편집자주]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월23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 또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하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4.0%) 이후 14년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유럽 IB(투자은행) BNP파리바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확률을 60%, 3.50%로 끝낼 확률을 40%로 보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나도 3.50%의 고금리는 올해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소폭 하락하고 정책 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에 대출자들은 이자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인상 끝?" vs "더 올려?"… 기준금리를 둘러싼 논쟁
② 이자지옥에 빠진 대출자들… 5억 특례보금자리론도 이자만 8.7억
③ 금융당국 엄포에 대출이자 내린 은행… "여전히 높다"

무섭게 치솟던 대출금리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지난해 말 최고 8%대까지 치솟았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천장을 찍은 듯 내려오고 있다. 기준금리가 지난 1월13일 새해 첫 인상으로 연 3.5%에 도달했지만 이례적인 상황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덩달아 오름세를 보인다.

대출금리 산정의 지표로 쓰이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영향을 미쳤다. 11개월 만에 하락세로 반전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쓴 소리를 낸 것도 주효했다. 당분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들이 이자부담을 덜 것이란 목소리도 들린다.

다만 낙관하긴 아직 이르다. 지난해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데다 대출자들이 대출이자 인하를 체감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대출금리 인하 국면도 언제 끝이 날 지 모른다.


코픽스 11개월 만에 하락… 대출금리 낮추는 은행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월1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4.69~7.43%로 전날(4.71~7.48%) 보다 최고금리 기준 0.05%포인트 떨어졌다. 1월 첫째 주까지만 해도 주담대 금리는 하단 5%, 상단 8%까지 올랐지만 2주 만에 앞자리 숫자를 바꿨다.

주담대 금리가 조정된 건 전날(16일)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코픽스가 전월대비 0.05%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로 은행이 취급한 예·적금과 은행채를 비롯한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은행의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역시 오르고 금리가 인하되면 떨어지는 구조다.

금융당국의 입김이 영향을 미쳤다. 당국은 지난해 말 급격한 자금 쏠림과 대출금리 상승을 우려하며 은행권에 과도한 수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주문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예금금리가 인상되고 코픽스를 움직여 대출금리를 올릴 개연성이 커지는 만큼 이를 조절하라는 지시다. 지난해 시중은행에서는 연 5% 예금상품도 나왔지만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동시에 당국은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했다. 서민 생활이 팍팍해지는 가운데 은행권이 '이자장사'를 한다는 지적에서다. 이에 은행들은 일제히 대출금리를 조정하고 있다.

이달 2일 하나은행이 원큐주택담보대출을 0.10~0.3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우리은행이 13일부터 급여 이체나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각종 우대금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 금리를 최대 연 0.9%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을 내놨다.

NH농협은행도 20일부터 주담대 변동금리를 0.8%포인트 내렸고 KB국민은행은 오는 26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1.30%포인트 낮춘다.


대출금리 인하 이어질까


그래픽=김은옥 기자
관건은 대출금리 인하의 지속성, 그동안의 금리 인상 충격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지다. 은행들이 줄줄이 대출금리를 손질하고 있지만 여전히 최고금리가 7%대에 달해 높은 데다 변수도 존재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절반이 기준금리 최종 수준이 3.75%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만큼 한은이 연내 한차례 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대출자들이 대출금리 인하를 체감하는 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7조1000억원이다. 기준금리 0.25%포인트만큼 대출금리가 오른다고 가정하면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약 3조3000억원(1757조1000억원X74.2%(전체 차주 중 변동금리 대출 이용 비중)X0.25%) 가량 늘어난다.

이 같은 셈법으로 차주 1인당 늘어나는 연 이자를 계산하면 약 16만4000원(전체 차주수 2000만명 기준)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기준금리가 3%포인트 급격히 오른 걸 고려하면 가계 이자 부담액은 39조6000억원 증가, 차주 1인당 평균 연이자 부담 증가액은 약 200만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2020년 4억원의 주택담보대출(3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을 연 2%로 빌렸을 경우 월 상환액은 147만8478원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현재 상황을 반영해 금리를 연 6%로 계산하면 월 상환액은 239만8202원으로 계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전히 기준금리 상승 압력이 존재하고 있는 데다 경제 상황을 둘러싼 변동성이 커 향후 대출금리 상황을 예측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금리 인상기 속 대출금리가 치솟아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지나치게 확대됐던 걸 고려하면 당국이 차주 보호를 위해 예대 스프레드(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모니터링 하는 일은 대출금리 진정 효과에 유의미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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