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 장인’ 빅스 탄생시킨 비주얼디렉터 장연화 “중요한 건 소통”
그룹 빅스(VIXX)는 ‘콘셉트 장인’, ‘원조 콘셉트돌’로 불린다. 데뷔 이후 뱀파이어, 사이보그, 노예, 꽃도령 등 이색적인 콘셉트로 독보적인 색깔을 선보여왔기에 붙은 별명이다. ‘사슬’이라는 노래를 할 때엔 ‘노예’라는 콘셉트를 표현하려 당시 남성 아이돌로서는 파격이었던 ‘초커’를 활용한 비주얼을 보여줘 큰 인기를 끌었다.
빅스의 모든 콘셉트엔 당시 빅스의 비주얼 디렉팅을 책임졌던 장연화 비주얼 디렉터가 있다. 빅스 소속사인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에서 비주얼 디렉팅을 담당하다 판타지오, 큐브, 피네이션 등을 거쳐 현재는 더라이브레이블에 몸담고 있는 그를 문화일보 ‘K팝의 탄생’ 비주얼편 취재차 최근 만났다.
-빅스 이야기부터 해보자. 독특한 콘셉트들, 어떻게 탄생한 건가
"빅스는 정말 3박자가 잘 맞은 케이스예요. 비주얼 디렉터가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혼자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음악도 맞아야 하고 회사도 적극적이어야 하고 아티스트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빅스는 그게 잘 맞았어요. 그래서 더 다양한 많은 시도들을 할 수 있었고, 팬분들도 재미있게 봐주셨지요."
-뱀파이어 콘셉트는 어떻게 처음 만들어졌나
"워낙 그 때 빅스에 대한 회사 차원의 집중도가 높았어요. 회사의 모든 직원들이 함께 전체 회의를 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발전시켰습니다. 요즘도 빅스의 뱀파이어 콘셉트는 온 우주의 애정이 모여서 잘 된 콘셉트라고 이야기합니다. 하하."
-그 때가 K-팝 아이돌 계에서 콘셉트가 유행하기 시작한 때인가
"네, 그 때가 그룹마다 명확한 색깔을 정하고 세계관 정립이 유행하기 시작할 때예요. 빅스가 거의 첫 번째 ‘콘셉트돌’이었지요. 그래서 저희도 ‘애매하게 갈 바엔 제대로 보여주자’고 하고 독특한 콘셉트들을 선보였습니다.
-디렉팅한 것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아무래도 빅스의 ‘사슬’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초커, 점프수트. 남자 아이돌에겐 정말 과감한 도전이었는데 그 이후 보편화되는 걸 보면서 재미있고 뿌듯했어요. 그리고 전소연과 함께 했던 ‘삠삠’이요. 굉장히 퀄리티 좋게 나온 앨범이라 생각하고,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행복하게 만족했던 작업이었어요. 전소연과는 밤 늦게 통화도 몇 통씩 할 정도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소연이는 정확하게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아티스트여서 비주얼이 어떻게 음악을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이 정확해지더라고요. 재미있게 한 작업입니다."
-처음 비주얼 디렉팅은 어떻게 시작한 건지 궁금하다
"처음엔 그래픽 디자인으로 시작했고 젤리피쉬엔 A&R 부서로 들어갔는데 음악을 시각적으로 더 돋보이는 일을 주로 했어요. 당시 본부장님이 제가 제 장기를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죠. 그래서 그 때부터 비주얼쪽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비주얼 디렉터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나
"음악을 어떻게 비주얼적으로 보여줄 것이냐가 중요한데 그걸 기획하는 거예요. 아티스트를 잘 포장하는 것."
-음악과 비주얼, 앨범 제작 단계에서 그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회사마다, 팀마다 달라요. 음악에 맞춰 비주얼라이징이 들어가기도 하고 기획이 잡혀 있고 비주얼과 음악이 맞춰 들어가는 회사도 있어요. 뭐가 먼저냐보다는 하나로 만들어지는 게 더 중요합니다."
-비주얼, 왜 이렇게 중요한 걸까
"우선 우리가 시각을 무시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큰 것 같아요. 하나의 음악이 어떻게 표현되느냐가 정말 중요해진 거죠. 초반엔 ‘비주얼 디렉터’라는 직함이 생겼을 때만 해도 이런 부서가 있는 회사가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아이돌 산업이 듣는 것 외에 조금 더 다양성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오고, 세계관 등 표현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니 비주얼적인 부분이 더 강조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훌륭한 비주얼 디렉터가 가져야 할 소양은 뭘까
"헤어 스타일리스트, 뮤직비디오 감독, 아트 디렉터 모두를 다 끌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게 비주얼 디렉터예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죠. 머리 속에 있는 게 모두 다르지만 하나의 콘텐츠로 풀어나가야 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합니다. 한 분 한 분 모두 아티스트고 디렉터잖아요. 그 분들의 재능을 하나로 만들어서 훌륭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충분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K-팝의 위상이 놀랍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한계 없이 계속 무언가가 되게 빨리 나오잖아요. 한국만큼 짧은 시간에 뭘 해내는 나라가 없어요. 트렌드가 정말 빨리 바뀌는데 그런 것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놀랍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 K-팝의 비주얼 트렌드는 뭘까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 같아요. 예전엔 유행하는 게 명확했는데 요즘은 ‘트렌디하다’는 소리를 들어도 잘 안 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잘 될 줄 몰랐는데 갑자기 잘 되는 것도 있고요. 이젠 트렌드를 쫓아가기보다는 새롭고 재미있는 걸 만들어서 트렌드화시키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도 그걸 추구하고요."
박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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