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지옥에 빠진 대출자들… 5억 특례보금자리론도 이자만 8.7억
[편집자주]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2월23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 또는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하다. 현재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4.0%) 이후 14년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왔다. 유럽 IB(투자은행) BNP파리바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3.75%로 인상할 확률을 60%, 3.50%로 끝낼 확률을 40%로 보고 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끝나도 3.50%의 고금리는 올해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가계대출 금리가 소폭 하락하고 정책 모기지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이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에 대출자들은 이자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① "인상 끝?" vs "더 올려?"… 기준금리를 둘러싼 논쟁
② 이자지옥에 빠진 대출자들… 5억 특례보금자리론도 이자만 8.7억
③ 금융당국 엄포에 대출이자 내린 은행… "여전히 높다"
#. 2019년 서울 광진구에 있는 아파트(전용면적 84㎡)를 6억3000만원에 매입한 직장인 김정훈(가명)씨는 한 시중은행에서 30년만기·원리금균등상환 방식으로 2억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받았다. 2019년 대출 실행 당시 2.68%였던 주담대 금리는 2021년 2.28%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나씨의 주담대 금리는 6.13%로 책정됐다. 나씨는 "그동안 아파트 시세가 3억원 올랐지만 급매로 내놓으려면 시세보다 5000만원 이상 싸게 내놔야 거래가 된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에 고민이 된다"며 "그래도 이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2억5000만원의 시세차익이라도 얻고 더 저렴한 아파트로 이사가는 것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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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경우 주담대 월 원리금 상환액은 2021년 96만원에서 올해 152만원으로 56만원 늘었다. 총대출이자는 9540만원에서 2억9714만원으로 약 2억원 급증했다.
대출이자가 원금의 38% 수준에 그쳤지만 올해부터 이자가 원금보다 약 4700만원 더 많아진 셈이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집값은 전년보다 4.68% 하락,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지면서 2020년~2021년 저금리 기조에 무리하게 빚을 끌어다 집을 산 영끌족들이 기대했던 시세차익 효과마저 사라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주담대 준거금리가 소폭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중은행의 주담대 최고금리는 여전히 7%대 중반에 이른다.
금융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으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산정 기준인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12월 4.29%를 기록, 전월대비 0.05%포인트 떨어졌다.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담대 준거금리인 은행채(무보증·AAA)금리 역시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에 따라 지난 17일 3.901%까지 내렸다. 지난해 11월7일(5.107%)과 비교하면 두달여만에 1.206%포인트 내린 것이다.
이에 지난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4.69~7.43%,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4.36~6.29%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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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기준을 없앤 데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하지 않고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에선 예상보다 시큰둥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이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나서면서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어서다. 올 초 8.11%를 기록했던 5대 은행의 변동형 주담대 최고금리는 지난 17일 7.43%로 약 일주일만에 0.68%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반형(주택가격 6억원 초과 또는 부부소득 1억원 초과) 특례보금자리론의 금리는 만기(10~50년)에 따라 4.75~5.05%로 책정됐다
5대 은행 변동형 주담대 중 가장 낮은 금리를 책정한 신한은행(4.69~5.74%)의 최저금리가 특례보금라지론보다 오히려 낮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와 비교해도 특례보금자리론 최저금리가 하나은행(4.341~4.941%) 금리 하단보다 높다.
물론 특례보금자리론 금리에 0.9%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우대형(주택가격 6억원 이하 또는 부부소득 1억원 이하)은 3.75~4.05%까지 금리를 내릴 수 있지만 이는 사실상 쉽지 않다.
▲저소득청년(0.10%포인트) ▲한부모·장애인·다문화·다자녀가구 등 사회적배려층(0.40%포인트) ▲혼인신고 7년 이내 신혼가구(0.20%포인트) ▲미분양주택 구매(0.20%포인트) 등 4가지 항목에 해당돼야 최대 0.8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전자 약정·등기를 하면 0.10%포인트 금리 인하도 가능하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특례보금자리론 금리가 높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박지연(가명)씨는 "특례보금자리론 출시를 기다렸는데 30년 고정금리 4.95%는 사실상 시중은행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며 "1주택 유지조건도 달려 있어 신청 계획을 보류했다"고 말했다.
5억원의 특례보금자리론을 50년 만기·원리금균등상환, 연 5.05%의 금리로 받을 경우 월 원리금은 229만원, 총 대출이자는 8억7300만원으로 이자가 원금의 1.74배에 달한다.
주택금융공사는 당장 특례보금자리론 금리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선 혼합형 주담대만 있고 순수 고정형 주담대가 없어 소득 1억원 초과 차주에 대해서도 고정금리에 대한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특례보금자리론의 소득 기준을 없앴다"며 "저소득 청년 등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대출자를 한정해 우대금리를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금리도 문제지만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된 상황에서 정책 모기지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도 특례보금자리론의 흥행에 위협이 될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금리 시대가 상당기간 지속됨에 따라 부동산 매수 시장은 여전히 관망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82.7로 지난해 4월(116)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례보금자리론은 사실상 대출 한도를 늘려준 장점밖에 없는데 고금리 상황에서 3억원을 30년 만기(4.95%)로 빌려 한달에 160만원을 부담할 만큼 집을 살 실수요자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집값 하락기에 빚내 집 사서 이자폭탄을 떠안으라는 얘기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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