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배정남 “이제야 스스로 배우같아...20년전 첫 런웨이 감격 떠올라”[인터뷰]
“영웅·반려견 벨 통해 인생 전환점..매 순간 소중하고 감사”
“저는 ‘패션계 윤제균’입니다. 패션 만큼은 지독하게 사랑하고, 도전을 멈추지 않았고, 감도 뛰어나다고 자부하니까요. 배우로서요? 이제야 막 제대로 첫 걸음을 뗐죠. ‘영웅’을 만나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젠 어디가서 ‘배우’라고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원작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겨와 업그레이드 시켰다.
특히 배정남은 극중 독립군 최고 명사수 ‘조도선’ 역을 맡아 그간의 코믹함을 비워내고 진지함을 더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조도선’은 위기의 순간마다 한 치의 오차 없는 저격 솜씨로 독립군 동지들을 구해내는 인물이다.
“처음 출연 제안을 받고 믿기지 않았다”는 그는 “쌍 천만 감독 님의 러브 콜이라니, 그 자체 만으로 떨리고도 무섭고 벅찼다. 매니저를 통해 시나리오를 준다고 하시길래 바로 뛰어 가 감독님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단 한 씬이 나온다고 해도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분량도 모르고, 원작 뮤지컬에 대해서도 잘 몰랐어요. 그래도 그 자체 만으로 행복했죠. 어떤 캐릭터인지 확인 했을 땐 더 벅찼고요. 기존에 해온 캐릭터들관 달랐거든요. 너무 낯설지 않으면서 새로운 색깔이 확실하게 입혀졌고, 분량도 예상보다 많았어요. 지금까지 어떤 연기든 정말 열심히 해오긴 했지만 늘 가슴 속으론 ‘나는 시작도 안 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 갈증을 탁 건드는 기분이랄까요? 진짜 진짜 잘 해내고 싶었어요. 이 기회 자체만으로도 ‘배정남이 이런 것도 할 수 있네’라고 인정해주는 것 같아 뭉클했어요.”
배정남은 “작업 내내 윤제균 감독님을 보면서 놀라웠다. 그런 위치에 있으면서도 조금도 권위적이지 않고 그 열정이 대단하다. 생각과 대화의 창이 활짝 열려있고 액션도 남다르다. 질문을 하면 온 몸을 던져 직접 연기로 보여주시고 설명해준다. 지시를 많이 하기 보단, 본인이 직접 나서서 뭐든 하는 스타일이고 섬세하다. 경이로웠다”고 말했다.
“열정적인 현장, 뮤지컬 영화라는 큰 도전의 기회를 통해 배우는 게 많았어요. 이 경험을 통해 스스로 ‘이젠 어디가서 배우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구나’하는 자신감도 생겼고요. 모델이 런 웨이에 서봐야 진정한 모델인 것처럼, 이제야 제대로 배우라고 당당히 소개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20년 전, 어렵게 첫 런웨이에 섰을 때 느낀 그 감격을 다시 받았죠.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그러면서 “극장에서 볼땐 기쁘면서도 민망했다. 더 잘할걸 아쉽더라. 그래도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더 컸고, 그 다음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 감독님의 열정, 모두의 노력이 이뤄낸 결실에 자부심도 컸다. 영화가 꼭 손익분기점을 넘겼으면 좋겠다. 뭐든 아주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야 겠단 마음 뿐”이라고 강한 애착을 보였다.
“해 줄 수 있는 게 남았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알게 됐어요. 해줄 게 아무것도 없는 게 가장 슬픈 일이란 것도요. 인생을 보는 눈이 완전히 바뀌었죠.”
앞서 배정남은 벨이 급성디스크에 걸렸다고 알린 바 있다. 도베르만 종인 벨은 급성 디스크로 전신 마비가 수술을 받고 현재 재활 중이다. 배정남은 벨을 꾸준히 훈련을 시키고 보살피는 모습을 공개하며 대중의 응원을 받아왔다.
그는 “요즘 내 삶은 일과 벨의 재활, 그 두 가지다. 거기에 올인해 심플하고도 하루 하루 꽉 찬 삶을 살고 있다”며 “점점 좋아지는 벨을 보면 정말 행복하다. 작은 일에도 고마워한다는 게 어떤 건지 진심으로 알 게 됐다. 살아줘서 고맙고, 시간을 만들어줘 고맙다. 후회가 덜 남도록 기회를 줘 진심으로 고맙다”고 뜨거운 진심을 전했다.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고,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마흔에도 여전히 채워갈 게 많은 ‘일’과, 끝까지 곁을 지키며 함께 할 수 있는 ‘벨’의 존재에, 저의 삶은 빛이 납니다. 이로 인해 제가 바라보는 세상은 아름다워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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