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이냐 실패냐”…대러 제재 효과 갑론을박 [우크라이나 전쟁 1년]

2023. 1. 2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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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러 GDP 2.5% 감소…푸틴 “예상보다 양호”
제재 비판 측 “전쟁 끝내지 못하고 유럽 국가만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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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환전소 앞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이 돼가는 가운데 서방이 취하고 있는 대러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가 갈리고 있다. 러시아가 전쟁을 포기하도록 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러시아 경제를 수렁에 빠트리며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다는 반박도 거세다.

서방은 지난해 2월 24일 개전 이후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 등 주요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제외하고 러시아 중앙은행을 제재했다.

이어 선진 7개국(G7)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배럴당 60달러의 가격상한제를 도입했다. 제재에 따라 러시아산 원유는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매입해야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최근 지난해 1~11월 러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의 감소세가 2.1%로 크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외국 전문가들은 10%, 15% 심지어 20%의 후퇴를 예상했었다”면서 러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선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2년 전체로는 2.5%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전쟁 상대방인 우크라이나 경제가 33% 위축된 것보다는 훨씬 양호하다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긍정적인 추세를 지원하고 통합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제재실패론은 헝가리에서도 나왔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비판했다. 시야르토 장관은 “첫 번째 제재 패키지가 논의됐을 때 기대했던 것은 러시아의 경제를 무릎 꿇게 하고 전쟁이 곧 중단되는 것”이었다며 “그들은 무릎을 꿇지 않았고 전쟁은 끝나지 않았으며 유럽 경제는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데올로기적 방식이 아닌 실용적인 방식에서 보면 제재를 더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에서 맥도널드가 빠져나간 자리를 현지 햄버거 체인이 대체하고 서양 명품을 여전히 살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면서도 “서방의 제재와 수출 통제가 상트페테르부르크 상점의 선반에서 조니워커 병을 치워버리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는 러시아의 전쟁수행능력을 방해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지, 러시아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가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지난해 러시아는 473억달러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GDP의 2.3%로, 역사상 최악의 재정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러시아의 전 에너지부 차관을 지냈던 블라디미르 밀로프 자유러시아재단 부사장은 “대(對)러 제재가 느리지만 확실하게 푸틴 정권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제재비판론의 근거가 되는 3.7%대의 낮은 실업률에 대해서 지난해 3분기 말 이미 거의 500만명의 근로자가 무급휴가 등 다양한 형태의 실업에 처해 있었지만 통계에 실업으로 잡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실질적인 실업률은 10~13%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푸틴의 주장대로 GDP 감소가 2%대에 그친 것은 민간 경제가 아닌 군사 관련 생산이 급증했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새로 생산된 탱크는 전선으로 보내져 재블린 미사일에 격파되더라도 GDP에는 명목상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대러 제재가 러시아의 주요 수입원인 원유와 석유화학제품의 생산과 수출을 방해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로이터는 최근 러시아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원유와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금수 조치가 결합돼 올해 1분기 말까지 러시아 석유 생산량과 총 수출량이 하루 100만배럴 감소할 것을 예상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정유소 가동률은 15%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러시아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5억3500만t에서 4억9000만t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석유제품 생산량은 전년 대비 3% 증가한 2억7200만t이었지만 올해는 2억3000만t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금융기관 RBC의 티머시 애시 투자전략가는 “푸틴 대통령이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행위로 가스 파이프라인을 차단했지만 이는 올 한 해 1500억달러의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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