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1년]무기, 병력 끌어모으는 우크라·러시아…종전은 언제
미국서 패트리엇 받고, 독일 레오파드 전차도 지원 약속
러시아, 각종 무기 재고 부족설…무분별 징집에 여론 뭇매
서방 추가 군사지원 논의에…“재래식 지면 핵전쟁 하겠다” 엄포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1대 1 싸움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30개가 넘는 나라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중 단연 1위 원조국은 미국이다. 21일 BBC에 따르면 미국은 개전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약 185억달러(22조8600억원)치의 무기 등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그 외에도 독일, 영국, 폴란드가 우크라에 많은 군사적 지원을 더하고 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자국 내 구식 무기 재고 소진, 훈련 받지 않은 민간인 동원 등으로 끈질기게 버티면서 서방세계는 ‘끝내기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더욱더 현대적이고,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21일에 개전 후 첫 타국행이자 동시에 첫 방미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정상회담에서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패트리엇)을 얻어낸 일은 기념비적이다. 미국은 그간 확전 가능성 때문에 패트리엇 지원을 고심했으나 20억 달러(약 2조 6000억원)의 추가 안보 지원과 함께 통크게 약속했다.
패트리엇은 고도로 정교한 시스템으로, 멀리서 날아오는 미사일, 항공기, 드론 등을 미리 감지하고 격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용되는 미사일의 종류에 따라 최대 100㎞(62마일)의 사거리를 가지며, 발사대를 트럭에 싣고 다니는 방식이라 기동성이 우수하고, 정확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패트리엇을 “가장 진보한 방공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우크라 군인들은 패트리엇을 사용하기 위해 독일에 있는 미군 기지에서 전문적인 훈련도 받게 된다.
영국도 우크라이나에 여러 방공 시스템을 제공해왔는데, 그중에는 ‘스타스트릭’이 있다. 단거리에서 저공 비행 항공기를 무너뜨리도록 설계됐다.
서방세계의 지원이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예전 소련시기 무기인 지대공 S-300에만 의존해야 했다. 1970년대 후반 처음 가동된 이 미사일조차 전쟁 초반 보유량은 단 250개에 그쳤다. 때문에 과거 소련 국가였던 슬로바키아 등에서 S-300 등 비슷한 무기를 보충해왔다.
하늘에서의 무기가 점점 발전하는 것처럼 땅에서도 우크라이나의 숙원이 풀렸다. 그토록 원한 서방제 주력전차(MBT), 즉 ‘탱크’를 얻게 된 것이다.
그동안 미국 등 서방은 NATO가 러시아와 직접 충돌하는 것으로 보일 것을 우려해 서방제 ‘공격용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거부하고 ‘방어용 무기’만을 지원해왔다.
그러다 지난 14일 영국이 서방국가 최초로 ‘챌린저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챌린저2 전차를 포함한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미국과 프랑스 등도 우크라이나에 개전 후 처음으로 전투용 장갑차(AFV)를 제공하기로 하는 등 기조가 바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9일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스트라이커 장갑차 90대, 브래들리 보병전투장갑차(IFV) 59대, 지뢰방호장갑차(MRAP) 53대, 험비(HMMWV) 350대 등 탱크는 아니지만 전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전투차량 수백 대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캐나다도 병력수송장갑차 ‘새니터(Senator) APC’ 200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기로 했고, 스웨덴도 40㎜ 기관포 등으로 무장한 자국 장갑차 CV90 50대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도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총리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 에서 우크라이나에 14대의 레오파드2 전차 지원을 제안했다. 레오파드2는 첨단 방어 체계와 120㎜ 포 등을 갖춘 중무장 전차로, 핀란드는 200여대, 폴란드는 240여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독일제’ 레오파드2 전차는 폴란드나 핀란드 등 제3국이 독자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수 없다. 독일 정부의 승인이 필요한데, 독일 여론은 이에 뜨뜻미지근하다. 게다가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지난 17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먼저 공급하는 조건을 내걸면서 설전이 오갔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궁극적으로 그것은 독일이 결정할 문제”라며 “그들이 어떤 안보 자원을 지원할 것인지는 주권에 따른 결정으로 우리가 독일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독일이)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우회적으로 레오파드2 전차 지원을 압박했다.
나토도 전차 지원에 힘을 실었다. 롭 바우어 나토 군사위원장은 지난 19일 오후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사적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의 전차 확보는 필수인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전쟁에서 모든 종류의 군사장비는 필수”라고 전제하면서도 “러시아군이 전차로 싸우고 있다면, 우크라이나군도 마찬가지로 전차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는 1월 말 이후 러시아의 대공세가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서방에 더욱 강력하게 전차를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을 이끄는 발레리 잘루즈니 장군은 “전투력의 차이를 만들기 위해 약 300대의 서방제 전차와 600대의 장갑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전쟁을 11개월째 끌어오면서 병력 부족을 맞닥뜨렸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민간인을 징집하고 있다. 러시아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이 모스크바 중심가 등을 순찰하며 예비군 동원령 대상 연령대의 노숙자와 직장인 등을 무더기 징집했는데, 이 중에는 전투 경험이 전혀 없는 연금 수급자, 장애인까지 있었다.
새해 벽두부터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습으로 러시아군 63명(러시아 측 주장)이 사망한 사건도 신병들이 주로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위치가 드러나는 점에 무지했던 신병들이 우크라이나에 임시주둔지 위치를 공개했다는 것.
이처럼 민간인 신병들이 부족한 훈련으로 징집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전장에서 사망하면서 ‘총알받이’로 이용되고 있다는 유족들의 분노와 국민적인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많은 러시아 남성들이 징집을 피해 이웃 국가나 시골로 탈출하고 숨는 일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막대한 민간인 희생을 치른 두 나라의 전쟁은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가한 각국 지도자들이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강화하기로 결의하자 러시아는 핵 위협으로 응수하고 있어 여전히 사태는 안갯속이다.
크렘린 측은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지원하는 것은 상황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서방은 마치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환상’을 곧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직 러시아 대통령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지난 19일 텔레그램에서 “핵보유국이 재래식 전쟁에서 패배할 경우 핵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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