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묘년에는 토끼처럼 난청인에 귀 기울여요”

이병문 선임기자(leemoon@mk.co.kr) 2023. 1. 2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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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잘 못듣는 난청인, 일상생활 어려워 배려를
고령 난청인, 치매 가속화될 수 있어 보청기 필요
김성근 원장 “난청인은 요청 꺼려해 먼저 도움을”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다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며 건강 챙기기를, 어떤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잘 배려하겠다며 인간관계 개선을 결심한다.

그렇다면 계묘년을 맞이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좋은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계묘년은 검은 토끼의 해를 뜻한다. 토끼는 육식동물들의 흔한 사냥감이지만, 크고 예민한 귀 때문에 소리에 민감하여 멀리 있는 천적의 소리를 감지하고 재빨리 도망갈 수 있다. 위험한 상황에서 대처를 잘하는 토끼는 예로부터 지혜를 상징한 동물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토끼에게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지혜롭게 살기 위해선 귀를 열고 주변의 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난청인은 일상에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국내 노인 난청 환자 비율이 16.4%였는데, 2025년에는 24.1%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난청중점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국내 난청인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처가 시급하다”면서 “지난해 9월 6일 귀의 날을 맞이해 개최된 ‘대국민 귀 건강 포럼’에서 늘어나는 난청 인구로 인해 보청기와 인공와우의 보험급여가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 언급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난청인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또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난청인은 대화할 때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오해받는 경우가 많다.

김성근 원장은 “최근 마스크를 착용한 후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을 전보다 어려워하는 난청인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난청인은 다가오는 차 소리를 잘 듣지 못해 다른 사람보다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그런데 난청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 때문에 자신의 청력 상태를 숨기거나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난청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난청인에게는 보청기와 같은 보조 장치도 필요하지만, 주변의 배려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난청인이 겪을 불편함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난청인의 마음에 좀 더 귀를 기울인다면 이들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도울 수 있다. 일상에서 난청인을 배려하는 법은 간단하다. 난청인과 대화할 때는 시끄러운 곳이 아닌 조용한 곳에서 얼굴을 바라보며 천천히 또박 또박 이야기해야 한다. 대화 도중에 난청인이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고 기분 나빠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난청인이 말소리를 잘 알아듣기 위해 상대방의 표정과 입 모양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난청인의 나이가 많다면 치매와 같은 인지장애의 위험이 있어 가능하다면 보청기를 꼭 착용하게 하는 것이 좋다. 인지장애는 뇌로 가는 소리 자극이 적어질수록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보청기 착용 후 말을 많이 걸어주고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어 난청인에게 소리 자극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다.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대부분의 난청인은 본인의 난청을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부담스러워한다”며 “주변에 난청인이 있다면 그에게 먼저 도움을 주거나 평소 그를 배려하는 것이 좋다. 올해는 난청인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 토끼처럼 지혜로운 한 해를 보냈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토끼가 주은 교훈은 귀를 열고 주변의 소리를 잘 듣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파른 고령화와 함께 국내 노인의 난청 비율이 16.4%에 달하는 만큼 금전적, 제도적, 인간적인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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