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폐업 후 첫 명절 성남터미널…대기 줄·도로 적체에 '혼란'
터미널 인근 정차 버스 많아 교통 차질도
(성남=뉴스1) 박기현 기자 = "오전에만 10명 넘게 버스를 놓쳤어요."
지난 1일 폐쇄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종합버스터미널 인근 설치된 임시 터미널, 안내 직원은 고개를 연신 가로저었다. 적자를 이유로 문을 닫은 후 지난 20일 첫 명절을 맞은 성남 분당구 임시 터미널은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승차장이 따로 없어 10대 가까운 버스가 구분 없이 일렬로 서있었고 이용객들은 일일이 뛰어다니며 자신이 예매한 버스를 찾기 위해 헤매야 했다.
영하의 날씨에도 5명의 안내 직원이 확성기기 까지 들며 이용객들을 차량으로 안내하고, 기사들도 "버스에 탑승하라"며 목청을 높였지만 명절을 맞아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려웠다.
명절 때마다 고향인 광주로 내려가기 위해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을 이용했다는 김모씨(남·51)는 버스를 놓칠까 걱정돼 추위에 떨며 야외에서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기존에는 버스 타는 승차장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제는 어느 버스인지 알 수가 없어서 미리 나와서 기다려야 한다"며 "하루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속버스 기사 김모씨(남·59)는 "버스 길이가 11m인데 5대만 일렬로 서도 50m가 넘는다"며 "어제 아침에도 아주머니 한 분이 대전 가는 차를 찾는다며 왕복으로 100m 넘게 뛰어다녔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이용객 '반토막'…폐업 소식 못 들은 시민들은 '혼란'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용객이 감소하자 지난 1일부로 폐업했다.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의 지난 2017년 월평균 시외·고속버스 이용객 수는 20만5834명이었는데, 지난해 9월까지는 월평균 9만5775명으로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에는 전년 대비 이용객 감소율이 48.7%에 달했다. 지난해 월평균 이용객은 전년 대비 7.4% 증가했으나 2017년의 46.5%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지난해 월평균 매표수입금도 2017년 대비 46.8% 감소했다.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손실액은 9억8980만원에 육박한다. 2021년의 경우 3억8900만원으로 전년보다 손실액이 줄어들었으나 지출을 억제한 자구책 영향이 컸다.
폐업을 막아보려 했으나 손실을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2021년 경기도와 성남시로부터 시설개선 명목의 지원비를 제외하고 특별지원금으로 1억3000만원을 지원받았고, 지난해에는 3억6000만원이 3분기까지 지원됐지만 폐업을 막을 순 없었다.
전국여객터미널터미널사업자협회 관계자는 "누적 적자분과 대출금 이자에 따른 부담에 비해 부족했다"고 전했다.
성남종합버스터미널이 폐업한 뒤로 처음 터미널을 찾았다던 임모씨(여·60)는 "화장실을 못 찾아서 계속 돌아다녔다"며 "물어보니 화장실 쓰려면 옆 대형마트를 이용하라고 해서 놀랐다"고 전했다.
◇키오스크·상황 모니터 "무용지물"…정차 버스로 교통 '차질'
갑작스러운 폐업 소식에 이용객들의 혼란은 가중됐다.
기존 운영업체였던 NSP 대신 임시 터미널의 운영업체로 나선 KD운송그룹 측은 인근 상가를 빌려 무인발매기(키오스크) 5대와 간이 의자 24개를 갖춘 임시 매표소를 마련했다. 여러 명의 고령 이용객이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자 안내 요원이 대신 발매를 진행해주는 일도 있었다.
임시 터미널 내 24개 대기 좌석은 금세 가득 찼다. 바깥에서 기다리는 이용객이 수십 명인데도 매표소 내 대기 좌석 근처에는 선 채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붐볐다.
임시 터미널 내에는 차량 도착 여부를 알 수 있도록 화면이 설치돼 있었지만, 이것만으로는 차량이 도착했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임시 터미널에서 대기하고 있던 최모씨(여·55)는 "저걸 보고 어떻게 내가 타야 하는 차가 왔는지 알 수 있겠냐"며 "시간 되면 나가서 기다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근 교통 상황도 혼란이 가중됐다. 편도 3차로 중 1개 차로를 점령한 버스 때문에 교통에 차질이 빚었다. 동시간대 배차된 차량이 많을 때는 2개 차로까지 버스가 적체되기도 했다.
터미널에서 버스가 대기할 수 없게 되면서 성남시는 부랴부랴 성남동대형공영주차장에 대기 차량을 주차하게 조치했다. 이후 출발 시간 30~40분 전에 차량이 주차장에서 출발해 성남터미널 앞 도로에서 승객을 태우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멀어진 주차장에 분통을 터뜨리는 기사도 있었다. 고속버스 기사 김씨는 "숙소가 터미널 바로 앞인데 차를 저 멀리 모란에다 대라고 하니 웬만하면 여기 근처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다"며 "시에서 해결도 못해놓고 민원 들어온다고 단속하니 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master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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