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돋보기](28) 개항과 함께 시작된 140년 역사…인천세관

홍현기 2023. 1. 21. 0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세 자주권 위한 노력…옛 세관창고 건물에는 역사관 조성
인천세관 역사관 [촬영 홍현기]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세관은 수입 물품에 관세를 부과해 국가 재정 수입을 확보하고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은 걸러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1883년 인천항 개항과 함께 창설된 인천세관은 세계를 연결하는 관문에서 국경 수호자 역할을 담당해왔다.

과거 세관 창고로 사용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조성된 인천세관 역사관에서는 지난 140년간 관세 국경을 지켜온 세관의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관세 자주권 위해 창설한 세관

인천세관은 관세 자주권을 확보한다는 조선 정부의 의지에 따라 1883년 6월 16일 인천해관이라는 이름으로 창설됐다. 해관은 세관을 지칭하는 중국식 표현이다.

인천해관은 조선과 통상 조약을 체결한 미국·영국 등 서구 열강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한 국내 최초 기관이다.

1876년 부산 두모진에 설치된 판찰소가 한국 최초 세관으로 불리지만, 이곳은 일본을 대상으로만 관세 행정을 했다는 점에서 인천해관과 달랐다.

조선 고종은 1876년 일본과 맺은 조일수호조약 무역규칙의 항세(관세) 관련 조항이 일본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것을 뒤늦게 깨닫고 해관 설치를 추진했다고 한다.

인천해관 창설 후 부산과 강원도 원산에도 잇따라 해관이 설치된다.

인천해관 설립 당시 조선 관세행정의 최고책임자인 총세무사(현 관세청장)로는 한국인이 아닌 독일인 묄렌도르프가 임명됐다.

인천해관장은 영국인 스트리플링이 맡았다. 초창기 해관원 10명 전원은 독일·이탈리아·러시아·프랑스·미국·중국·일본 국적 외국인이었을 정도로 해관은 '다국적 기관'이었다.

관세 부과는 해관 창설 5개월 뒤인 1883년 11월 3일 시작됐다. 당시 관세율은 품목별로 나눠 5∼30% 정도였으며, 수입 물품뿐만 아니라 수출 물품에도 관세가 부과됐다.

이때 조선의 특산품인 홍삼 수출은 국가의 철저한 통제를 받았고 부과되는 관세율도 가장 높았다.

인천해관의 이름은 일본이 한반도 패권을 장악한 뒤인 1907년에는 인천세관으로 변경됐다.

이후 국내에 있는 우리 세관이지만 한국의 목소리는 배제된 채 운영됐다. 세관 간부들은 일본인들로 채워졌고, 조선인 직원은 실무만 담당했을 뿐 간부로 성장할 수 없었다.

일본은 1908년에는 총세무사 직위를 폐지한 뒤 관세국을 설치했고 관세총장이 세관 사무를 감독하도록 했다.

강덕우 인천 개항장연구소 대표는 "국권이 쇠약하다 보니 처음에 세관은 우리 정부 뜻대로 운영되지 않았지만, 정부는 조선인 인재들을 해관 업무에 투입하면서 계속해 자주적으로 운영하려는 의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1910년대 세관 청사(사진 왼쪽)의 모습 [김성수 인천세관 공항여행자통관검사4관실 과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급성장한 인천세관…해외로 관세 시스템까지 수출

인천세관은 해방 후에는 미 군정청 교통국 해관과 관할에 들어갔다. 이어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재무부 세관국에 편제됐고, 1970년에는 신설된 관세청 소속이 됐다.

1980년에는 인천본부세관으로 승격됐으며 2016년에는 인천공항본부세관과 통합하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1급 기관장이 있는 세관이 됐다.

최초 창설 때 10명 안팎이었던 인천세관의 직원 수는 오늘날 1천923명으로 200배 가까이 성장했다.

인천세관은 현재 산하에 김포공항세관·인천공항우편세관·수원세관·안산세관 도 두고 있다.

인천세관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관할하면서 지난해 1∼11월에는 23조3천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였다. 이는 같은 기간 관세청 전체 징수 금액 74조9천억원의 3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인천세관은 세계 최고 수준의 관세 행정을 목표로 수출입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여행자 휴대품과 수출입물품의 신속한 통관을 지원하고 있다.

또 마약·테러물품·밀수품 등의 국내 반입을 차단하면서 안보와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관 역사 전문가인 김성수 인천세관 공항여행자통관검사4관실 과장은 "처음에는 외국인들에게 의존해 운영되던 세관이 지금은 관세 행정을 세계에 전파하는 반열에 올랐다"며 "다른 나라에서 시도하지 못한 전산 자동화를 선도적으로 추진하면서 외국으로 관세 시스템까지 수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옛 세관 창고의 모습을 본떠서 만든 신포역 2번 출구 [촬영 홍현기]

옛 세관 창고 리모델링해 조성한 인천세관 역사관

인천시 중구 수인선 신포역 인근에는 2021년 11월 문을 연 인천세관 역사관이 있다.

인천세관은 1911년 준공된 옛 세관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역사관을 꾸미고 주변에는 공원을 조성했다.

역사관으로 활용 중인 세관 창고는 수인선 철로가 계획된 길목에 있어 철거 위기에 처한 적이 있었다.

인천세관은 세관 창고의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고 관계기관을 설득한 끝에 건물을 기존 장소에서 40m가량 떨어진 현 위치로 옮겼고 옛 건물의 적벽돌과 지붕 등 자재 상당수를 활용해 역사관을 조성했다.

기존 세관 창고의 위치인 신포역 2번 출구는 본래 세관 창고가 있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창고 모습을 본떠 만들었다.

신포역은 출구의 독특한 모습 덕분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색 지하철역으로 소개되고 있다.

세관 역사관 옆에는 과거 인천세관에서 화물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화물계 사무실과 도크(선거)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선거계 사무실도 옛 형태를 간직한 채 남아 있다.

인천세관 옛 세관 창고와 부속 건물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10월에는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이 건물은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세관 건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역사관 안에는 옛 세관 청사와 순시선 모형, 세관 관련 과거 공문서, 세관 용지 표시석 등이 전시돼 있다.

역사관은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운영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토·일요일에는 쉰다.

지난해 12월 말부터 내부 공사로 인해 휴관 중이며 다음 달 중순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다.

역사관에 전시된 옛 세관 청사 모형 [촬영 홍현기]

hong@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