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낀 행인 스치는 자전거…'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괜찮나요
#지난 16일 아침. 서울시 강동구 성내동의 보행로에는 저마다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이 섞여들었다. 자전거 운전자는 보행로가 사람으로 꽉 차자 '지나가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귀에 이어폰을 꽂아 자전거 소리를 듣지 못하는 행인들 사이로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이 펼쳐졌다.
국내 자전거 인구가 1340만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사고도 늘고있다. 자전거가 보행자 전용도로를 침범하거나 횡단보도를 이용하면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전용도로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 나온다.
21일 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는 2018년 1만1940건, 2019년 1만3157건, 2020년 1만2866건으로 매년 1만건 이상 발생한다.
전체 교통사고 대비 자전거 사고 비율은 2018년 5.5%, 2019년 5.7%, 2020년 6.1%로 3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전거와 보행자가 부딪히는 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자전거 교통사고 가운데 '차(자전거) 대 사람' 사고 비율은 2021년 기준으로 23%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8년 829건 △2019년 1121건 △2020년 1187건 △2021년 1267건으로 해마다 늘었다.
'차 대 사람' 교통사고는 대부분 보행로나 횡단보도에서 발생한다. 보행자 전용도로나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차 대 사람' 교통사고는 △2018년 329건 △2019년 472건 △2020년 438건 △2021년 443건으로 2020년 소폭 감소했다가 2021년 다시 증가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도 맨 우측 가장자리에서 타야 한다.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닐 수 있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의 경우 보행로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지만 보행자 옆을 지나는 경우에는 서행해 보행자가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규정을 제대로 알고 있는 자전거 이용자는 드물었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김모씨(43)는 "자전거를 인도에서도 탈 수 있는줄 알았다"고 했다. 같은 도로에서 만난 자전거 이용자 박모씨(59)도 "법이 별도로 있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인도를 이용하는 보행자는 자전거에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강동구의 한 보행자전용도로에서 만난 박모씨(67)도 지나가는 자전거를 가리키며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라고 해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자전거가 다니게 해선 안된다"며 "특히 인도에서는 자전거가 아무리 느려도 보행자에겐 빠르게 느껴진다"고 했다.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해 전용도로를 늘려 달라고 호소한다. 자전거 이용자 김모씨(27)는 "자전거전용도로가 있으면 사람과 자동차에 덜 신경을 쓰게 되어 사고가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오모씨(51)도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봤지만 자동차가 워낙 빠르게 달리니 사고가 나지 않을까 불안해 인도로 올라가게 된다"고 했다.
국내에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자전거전용도로보다 훨씬 많은 실정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자전거전용도로는 3684㎞다. 2018년 3205㎞에서 약 500㎞ 늘었지만,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도로 2만5249㎞의 6분의1에 불과하다. 2만5249㎞중 절반 이상에 달하는 1만8955㎞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안전뿐 아니라 자전거 문화 활성화를 위해서 자전거전용도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해당하는 자전거와 보행자는 분리하는 게 서로를 위해 좋다"며 "최근 자전거 성능이 좋아지고 장비를 부착한 자전거가 늘어 보행자와 부딪히면 크게 다칠 수 있다"고 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도 "자전거 도로를 대개 보도 위에 겸용으로 만들다 보니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불편 모두 가중되는 게 현실"이라며 "폭 1m짜리 선만 도로에 그어 면피성 자전거도로를 만들 게 아니라 자동차 통행량이 적은 곳은 차로 하나를 줄여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hyun15@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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