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끼리끼리… ‘이태원 막말’ 창원시의원 제명안 부결

최상원 기자 2023. 1. 21.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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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뉴스]김미나 시의원, SNS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 비방 글 올렸다 삭제
국민의힘 절대다수 창원시의회는 제명안 부결하고 ‘출석정지 30일’ 결정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자신들에게 막말을 퍼부은 김미나 창원시의원을 2022년 12월15일 고소했다. 한겨레 최상원 기자
우동뉴스는 평소 <한겨레21>이 담지 못하는, 전국의 흥미롭고 따뜻한 고향 뉴스를 다루는 명절 특집입니다. 2023년 설엔 따뜻하기보다 우울한 뉴스가 많아서 걱정됩니다. 전체 15건 가운데 10건이 부정적인 뉴스이고 긍정적인 뉴스는 5건뿐입니다. 밝은 뉴스부터 보면, 정원박람회 여는 순천만, 잼버리대회 여는 새만금 뉴스가 있습니다. 또 서울의 미래 교통수단 실험과 경기의 남북도 분리 추진, 충남의 황산벌로 육사 이전 등 기사는 희망적입니다. 논란이 되는 뉴스로는 제주의 제2공항 건설과 대구의 신청사 건축, 청주의 옛 시청사 보존, 강원의 새 도청사 입지, 인천의 일제 때 건물 보존 등이 있습니다. 부산에선 도시의 허파인 황령산 개발이 논쟁 중입니다. 모두 개발과 관련한 이슈입니다. 아직도 한국 사회는 개발주의에 갇혀 있는 모양입니다. 또 광주는 가뭄으로 고생하고, 창원은 시의원의 막말로 골치를 썩이고 있습니다. 대전과 세종에선 반인권 인사의 인권단체 운영이, 경기 남부엔 광역버스 입석 금지가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리 밝고 긍정적이진 않지만, 2023년 설 연휴의 뉴스들도 모두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설 연휴에 각 지역에서 우동뉴스를 읽으며 한번쯤 고향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10·29 이태원 참사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던 2022년 11월 초부터 한달가량 김미나(54·국민의힘·비례) 창원시의원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막말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잇따라 써올려 많은 국민을 분노하게 했고, 창원시민을 부끄럽게 했습니다. 창원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김미나 시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본회의에 상정했지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이 절대다수인 창원시의회는 제명안을 부결하고 ‘출석정지 30일’을 결정했습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도 도당 윤리위에 김 의원을 회부했지만, 결정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경남도당이 김 의원을 퇴출할 것인지에 창원시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족에게 “자식 팔아 장사” 극언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2022년 11월4일 ‘유족이라는 무기로 그들의 선 넘는 광기가 시작되었다’라며 이태원 참사 유족을 비방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써올렸습니다. 그는 또 11월23일 유족 발언에 대해 ‘무지몽매한 애미’ ‘자식 팔아 한몫 챙기자는 수작’ ‘자식 앞세운 죄인이 양심이란 것이 있는가’라고 썼습니다. 12월12일엔 ‘꽃같이 젊디젊은 나이에 하늘로 간 영혼들을 두 번 죽이는 유족들’ ‘#우려먹기_장인들, #자식팔아_장사한단소리_나온다, #제2의 세월호냐, #나라구하다_죽었냐’라고 썼습니다.

게시글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자, 그는 12월13일 오전 일부 글을 삭제하다가 오후엔 페이스북에서 아예 탈퇴했습니다. 그는 이날 오후 창원시의회 제120회 정례회 2차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요청해 “저는 창원시의원 신분으로 공인임에도 불구하고 부적절한 글을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렸습니다. 저의 잘못된 글로 인하여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시민 여러분들, 특히 유가족 여러분들께 고개 숙여 사과드리며 깊이 반성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날 창원시의회는 ‘창원시의회의원 일동’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창원시의회 누리집 첫 화면에 사과문을 내걸었습니다.

12월15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238명은 김미나 창원시의원을 명예훼손·모욕 등 혐의로 경남 창원중부경찰서에 고소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고소장에서 “국가적 비극인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을 향해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천륜에 벗어난 잔인한 표현을 사용해 공연히 모욕한 점, 정보통신망을 통해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허위 사실을 드러내어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한 점 등이 인정된다. 엄히 처벌해주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이태원 참사로 목숨을 잃은 노류영(28)씨의 어머니 정미진씨는 “자식을 팔아서 장사한다니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밤새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김미나 창원시의원 자신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아닌가요? 그 사람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둘 수 없습니다. 창원시민들이 징벌을 내려주십시오”라고 호소했습니다.

김미나 의원이 2022년 12월13일 창원시의회 본회의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10·29 이태원 참사 유족을 비방하는 글을 쓴 것에 사과하고 있다. 창원시의회 인터넷방송 화면 갈무리

화물연대에도 “쌩 양아치집단” 등 막말 쏟아내

12월27일엔 화물연대 경남본부가 모욕·명예훼손 등 혐의로 김미나 창원시의원을 경남 창원서부경찰서에 고소했습니다. 화물연대에 대해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여러 차례 막말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화물연대는 고소장에서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화물연대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가당찮은 또라이들’ ‘쌩 양아치집단’ ‘사회악의 축, 암적인 존재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공개적으로 매도하고 헐뜯고 비난하면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의 사회적 인격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자행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어떠한 사과 또는 반성의 말을 하지 않았다. 이로써 화물연대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미나 의원은 2022년 6월1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창원시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됐습니다. 당시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창원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4명을 추천해 3명을 당선시켰는데, 김 의원을 1번으로 추천했습니다. 

결국 창원시의회는 12월21일 김 의원을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했고, 윤리특위는 지난 1월18일 김 의원에 대해 징계 수위 중 가장 높은 제명안을 창원시의회 본회의에 상정했습니다. 창원시의회 의원 45명은 국민의힘 27명(60%)과 민주당 18명(40%)으로 이뤄져 있는데, 제명안을 가결하려면 전체 의원의 3분의 2인 3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날 오후 열린 제121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 의원을 제외한 44명이 참석해 표결한 결과 찬성 20명, 반대 20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제명안은 부결됐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진 결과입니다.

이에 반발해 민주당 시의원들이 퇴장했고, 국민의힘 시의원 26명은 수정안으로 ‘출석정지 30일’ 안건을 제안하고 표결해 찬성 21명, 반대 1명, 기권 1명, 무효 3명으로 가결했습니다. 제명이 아닌 징계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이 결과에 대해 민주당 경남도당은 “부끄러움은 창원시민의 몫”이라는 짧은 논평을 냈고, 정의당 경남도당은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아놓고 ‘끼리끼리’ 제 식구 감싸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도 “김미나 시의원 제명안을 무산시킨 것은 유가족과 시민을 향한 또다른 가해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당·의회 윤리위 회부 뒤 연락 두절 상태

이제 창원시민의 눈은 국민의힘 경남도당으로 쏠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창원시의회보다 앞서 12월13일 김미나 시의원을 경남도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하지만 윤리위는 12월29일 김 의원의 소명을 들은 이후 아직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수일 내에 결정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과연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창원 비례대표 1번으로 공천한 시의원을 퇴출할 수 있을까요?

창원=최상원 <한겨레>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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