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 떨어졌다던데, 소매가는 올랐다?

박미주 기자 2023. 1. 2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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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가 20~40% 내릴때 소비자가 5% 안팎 등락… 전문가 "유통 구조 손봐야"


최근 한우 도매 가격이 1년 전보다 20~40%가량 급락했지만 소비자가격은 소폭 내리거나 되레 오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유통 구조 등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0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거세 한우 1+등급 1㎏의 도매시장 경락(경매 낙찰) 가격은 1만6453원으로 1년 전보다 21.3% 하락했다. 1등급 1㎏은 1만4628원으로 25.0%, 3등급 1㎏은 7142원으로 42.5% 각각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한우 소비자 가격은 도매가격 하락폭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1+등급 등심 100g은 1만2480원으로 4.8%, 1등급 등심 100g은 9864원으로 12.3% 하락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오른 사례도 나온다. 1+등급 안심 100g과 1+등급 양지 100g 가격은 각각 1만5537원, 6572원으로 1년 전보다 0.6%, 4.7% 상승했다.

대형마트의 한우 판매 가격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의 지난 3일 한우 안심 100g 판매 가격은 1만7590원, 할인 가격 기준으론 1만2313원으로 1년 전보다 4.6%씩 가격이 내렸을 뿐이다. 한우 양지 100g의 정상 판매 가격은 9910원으로 1년 전과 동일하고 행사가격은 5946원으로 1년 전 할인가보다 14.3% 떨어졌다.

최근의 한우 도매가 급락은 한우 사육량 증가와 고물가, 고금리, 경기 둔화 등에 따른 소비 감소 등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최근 한우 가격 하락 원인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127만7000마리였던 한우 사육 마릿수는 지난해 355만7000마리로 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1~9월 가정 내 한우고기 구매량은 12.0㎏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다.

국내 소비자가 구매하는 소고기값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가격 비교사이트 '글로벌 프로덕트 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의 소고기 1㎏당 가격은 55.30달러(약 6만8500원)로 88개국 중 세 번째로 높다. 바로 아래 순위인 4위 노르웨이(38.24달러)보다도 44.6% 비싸다. 1위 홍콩(57.54달러), 2위 스위스(55.62달러)와는 격차가 거의 없다.

서울시내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들이 한우를 고르고 있다. /사진= 뉴시스


소비자가격에 도매가격 하락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이유에는 유통 구조 문제가 있다. 전국한우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우 소매가격의 44~54%가 유통 비용이다.'농가-소수집상-공판장(도축장)-경매장-중도매인-도매상-유통업체-소매점-소비자' 단계를 거치는 까닭이다. 중간상인들은 통상 한우농가가 우시장에서 경매로 소를 팔면 이를 마리 단위로 사들인 다음 상품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제거하고 부위별로 값을 매겨 판다. 이 과정에서 인건비, 유류비, 물류비 등 비용을 붙여서 다음 단계로 넘기게 된다.

학계에서도 유통 과정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우 소매 가격은 하방 경직성이 심해 잘 떨어지지 않는다"며 "유통 과정 등을 들여다보고 개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전상곤 경상국립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가격을 강제하긴 쉽지 않다"면서도 "가격 관련 관리 감독을 강화해 폭리를 취할 것 같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유통의 한 축을 담당하는 대형마트 업체들은 도매 시세를 반영해 가격을 조정하고 있지만 비용 문제로 도매가격만큼의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전년 대비 행사를 통해 15%가량 한우를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고 주단위로 시세를 반영해 한우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면서도 "사전에 기획한 물량이 있기 때문에 현 시세를 즉각적으로 판매가에 반영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마트 관계자는 "덩어리 형태로 고기를 사온 뒤 부분육으로 판매하는 과정에서 고기의 20%가량이 날아간다"며 "인건비, 유류비 등을 감안하면 도매가 하락만큼 소비자 판매 가격에 반영하긴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선 한우농가에도 책임이 있다고 보기도 한다. 코로나19 유행 때 확대된 재난지원금 영향으로 한우 소비가 늘자 자체적으로 한우 공급량을 조절하지 않은 등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또 품질개량보다 인위적인 등급조정으로 가격인상을 부추긴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다. 2019년 12월 정부와 축산업계는 소고기의 근내 지방(마블링) 함량이 이전보다 낮아도 최상위인 '1++'(투플러스)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소고기 등급 기준을 개편한 것이 대표 사례다. 이 결정으로 소비자들은 '1+'(원플러스) 등급 소고기를 최상위급 가격으로 비싸게 구매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품질 이상의 이익을 취해오던 농가들이 최근 가격인하 책임을 정부에 돌리고 세금을 들여 이익을 보장해달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한편 한우 농가는 도매 가격 급락으로 경영난에 처했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소비자도 저렴한 가격에 한우를 먹을 수 있도록 다방면을 고려해 설 연휴 이후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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