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尹 ‘UAE 적’ 발언에 “이란 오해 풀릴 수 있다. 동결자금 등 초점 흐려져”

김현주 2023. 1. 21. 06: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영호 "尹 발언, 상식적인 이야기…바이든도 말해"
뉴시스
 
아랍에미리트(UAE) 300억달러 투자 약속, 덴마크 베스타스 8억달러 투자 유치, 한국 정상의 9년 만의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특별연설. 6박8일 간 이어진 UAE와 스위스 순방의 성과는 그야말로 '대박'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사진 맨 앞 왼쪽)의 "UAE 적은 이란"이라는 한마디는 올해 첫 순방의 모든 성과를 희석시키는 형국이다.

이에 윤 대통령 순방을 마무리 중인 대통령실은 20일 불필요한 의혹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는 "이란의 오해"라며 "오해는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문제의 발언이 나온 건 지난 15일(UAE 현지시간)이다. 아크부대를 찾은 윤 대통령은 UAE와 한국이 '형제국'이라고 강조하며 "형제국의 안보는 바로 우리의 안보다.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UAE가 매우 유사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UAE와의 '혈맹'을 부각하다 이란에는 등을 돌린 모습이 돼버린 것이다.

대통령실은 다음 날인 16일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취지다. 한국-이란 양자관계와는 무관하다"고 현지 브리핑을 통해 즉각 해명했다. 외교부도 17일 "이란도 우리의 발언의 취지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같은 해명에도 윤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 문제로 이어졌다. 문제의 발언이 나온 지 3일째 되던 18일, 이란은 공식적인 항의를 시작했다.

이란 정부는 주한 이란이슬람공화국대사관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사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이란 측은 윤강현 주이란 한국 대사를 초치해 공식적으로 항의의 뜻을 전했다. 우리 외교당국도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하며 대응했다.

대통령실은 사태가 악화하자 지난 19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그는 "어제 주한 이란 대사를 통해 나온 여러 입장문 등을 보니 동결자금 문제, 윤 대통령의 핵 관련 발언 등을 문제 삼았는데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란 외무부는 우리 대사를 초치하면서 발표한 성명서에 자금 동결 문제를 담았다. 이란의 해외 자금은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동결됐는데 현재 이란의 해외 자금 중 가장 큰 금액인 70억 달러가 한국에 묶여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해였다는 것이 (이란의 성명을 통해) 역설적으로 증명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한 이란대사를 초치해 명확하게 설명한 것으로 안다"며 "오해가 풀린다면 정상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오해는 풀릴 수 있다고 본다. 양측 모두 오해를 증폭시켜 문제를 어렵게 만들 생각은 없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오해를 풀기 위한 (특사 파견 등) 방법들은 현재로서는 조금 과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대통령실의 이같은 해명에도 이란이 수위를 높여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년 전 이란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을 나포한 적이 있다. 이미 해운협회는 이 일대를 지나는 우리 선박들에 주의를 당부한 상태다.

다만 이번 여파로 우리 정부가 이란에 너무 낮은 자세를 취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양국이 쌓아온 관계를 감안한다면 상황은 쉽게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12월 이스라엘 우파 정부 출범을 환영하면서 '이란의 위협을 포함해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에서 직면한 많은 도전과 위협에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중동의 위협이 된다는 건 상식적인 이야기다"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이 이같이 발언을 했다고 이란이 미국 선박을 나포하지는 않았다"며 현재 나오는 우려는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태 의원은 이란 특사 파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의 발언이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란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전했다고 본다"며 "여기서 특사를 파견한다는 건 우리가 굽히고 들어가는, 사죄하는 형상이 된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이번 순방 성과를 이란 발언 한마디로 물고 뜯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