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수사권 어디로]①'간첩단 사건'에 재점화…경찰 이관 백지화되나
與, 잇단 간첩단 의혹에 "이관 철회"…野 "시대 흐름 역행" 반발
[편집자주]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이 1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간첩단 의혹이 드러나자 여당이 국정원의 수사권 유지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75년간 대공 수사를 해 온 데다가 이관을 위해 인프라를 강화해 온 만큼 달라진 분위기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인력·예산 등에 있어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대공수사권 이관 후 불안감도 상존한다. <뉴스1>은 2년간 대공 수사권 이관을 위해 정부와 경찰이 무엇을 준비했고, 남은 1년 간의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서울=뉴스1) 송상현 기자 = "경찰은 해외 대공 수사 역량이 부족하다" vs "국정원은 간첩 조작 전력이 있다"
2년 전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폐지안을 두고 대립한 여야의 핵심적인 주장들이다. 당시 과반의석을 확보한 여당(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며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은 경찰로 넘어오게 됐다.
3년의 유예 기간을 받아 1년 앞으로 다가온 올 초, 대공 수사권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제주와 창원에서 시작된 간첩단 의혹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다.
◇국정원 개혁 차원 추진·文 핵심 공약…"경찰 능력 안돼" 야당 반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이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공약 중 하나였다. 201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문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고 이를 국가경찰 산하 기관에 이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해 11월 대공 수사권 폐지와 이관을 포함한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당시 야당(국민의힘)의 반대로 2년 넘게 논의가 멈췄다. 상황이 바뀐 것은 2020년 4·15 총선에서 여당이 의석 과반을 확보하면서다. 같은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국가정보원(국정원)법 개정안을 막으려 했지만, 여당 단독으로 가결됐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간첩 사건 조작과 국내 정치 개입 등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과 국내 정보수집 기능이 낳은 폐해를 막기 위해 국정원 개혁 차원에서 법 개정을 추진했다.
특히 2013년 국정원이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사건은 군부독재 시절에서나 보던 간첩 몰이가 2010년대에도 재현됐다는 점에서 국정원에 대한 여론을 급격히 악화시켰다. 국정원은 유씨의 출입국 기록을 조작해 검찰에 넘기는가 하면 구속영장 없이 유씨의 동생을 170일간 구금한 후 강압적인 조사로 진술을 받아냈다.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댓글부대'를 운용해 여권 주자였던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야권 문재인 후보는 비방한 것이 2017년 조사를 통해 드러나 국정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반면 당시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폐지를 반대한 야당 측에선 경찰이 대공 수사 전문성이 떨어진다며 수사 현실을 모르는 졸속 방안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간첩을 추적하기 위해선 해외 방첩 망이 필요한데, 경찰에는 해외네트워크가 구축돼있지 않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국정원의 수사 기능이 사라지면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이 대공 관련 국내 정보까지 수집해 수사한다면 사실상 보안정보를 독점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운영한 5공 시절 치안본부 보안국이 부활하는 꼴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대규모 간첩단 혐의 드러나며 논란 재점화…핵심 주장은 2년 전 반복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 1년을 앞두고 다시 비슷한 논란이 재점화된 이유는 북한 지하조직이 전국 각지에 분포돼있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과 경찰은 제주 지하조직 'ㅎㄱㅎ'(한길회)와 경남 창원의 '자주통일 민중전위' 등 간첩단 혐의 지하조직이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 김명성에게 '반미 투쟁' '윤석열 규탄' 등의 지령을 받았다는 단서를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방첩당국은 지난 18일 민주노총 핵심 간부 A씨가 문화교류국과 연계됐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본부 사무실 등 전국 10곳을 동시다발로 압수 수색을 하기도 했다.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간첩단 수사가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자 여당(국민의힘)은 대공 수사권을 국정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을 공식화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여야가 펼치는 주장은 2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여당은 경찰이 국정원에 비해 간첩 수사 역량이 떨어진다는 점을 내세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9일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국정원법 개정에 따라 축적된 간첩 수사 노하우가 있는 국정원의 손발이 묶이게 된다"며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은 재고돼야 마땅하다"고 했다.
주영북한공사 출신 태영호 의원도 "현시점에서 경찰에게는 해외 대공 수사를 할 업무 준비가 안 돼 있다"며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온 정보기관이 있고 대공 수사권이 정립돼 있는데 이걸 허물고 준비 안 된 경찰에 넘긴다는 것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국정원을 개혁하겠다는 법안의 본래 취지가 후퇴하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관 철회 주장에 대해 "시대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과거 국정원은 무수히 많은 무고한 국민들 간첩으로 조작해 국내 정치 이용했던 전력이 있는 집단"이라고 지적했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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