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살리는 수사란[법조프리즘]
2017년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 부장검사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특수3부 부부장검사 시절 수사로 징역 4년을 복역한 모 국회의원 비서관이 필자를 찾아왔다. 필자를 원망하러 온 것은 아닌지 걱정되었다. 다행히 그 분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전에 필자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다고 했다. 비서관을 하면서 심장에 스탠트 시술을 한 채 술도 많이 먹고 무질서한 삶을 살았을 때 구속되었다고 회상했다. 교도소의 규칙적인 생활로 건강도 찾고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고 했다. 절대로 법을 어기면서 살지 않겠다고 했다. 3년까지는 견딜 만 했는데 나머지 1년은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부인도 같이 왔는데 1층 민원실에 있고 함께 올라오지 않았다고 했다. 자기를 구속하고 징역을 살게 한 검사를 만나러 온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가장이 구속되는 바람에 부인이 갑자기 생계를 유지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 분은 수사과정에서 정성을 다하고 많은 배려를 해 준 필자를 잊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필자는 그 분을 위로해 주고 새로운 삶에 좋은 일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부인을 행복하게 해 주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랜 친구를 만난 것 같이 악수하면서 헤어졌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었다.
필자는 2004년경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로 근무한 이래 18년간 소위 특수통 검사의 길을 걸었다. 부패한 기업과 공직자의 비리를 밝혀 단죄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늘 강압수사의 비판을 받는 벼랑 끝에 서 있었다. 필자가 수사한 사람들은 대부분 구속되었고 실형을 복역하였다. 일견 보기에는 멀쩡한 사람과 기업을 죽이는 일이다. 그러나 필자는‘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원했다. 필자가 수사하는 사람들과 기업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분들이 검찰을 사랑하고 존중하게 되기를 원했다. 필자는 검사실을 방문하는 분들을 피의자나 참고인, 아무개 씨로 호칭하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통상 사용하는 호칭대로 불렀다. 대표이사는 대표님, 부장은 부장님 등이다. 그리고 검사실에서 필자를 먼저 소개하면서 악수하고 어떤 부분에 대해 조사할 것인지 알려준 다음 협조를 요청했다. 조사가 끝났을 때에도 수사에 협조해 주어 감사하다고 말하며 악수했다. 존칭을 사용하고 악수를 통해 검사의 손님으로 대우해 주는 것은 필자의 수사의 기본이다.
필자는 필자의 수사를 받는 분들이 법률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형벌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법률상 요건은 반드시 갖추도록 했다. 필자가 피의자를 만나는 순간은 이미 아주 많은 증거 수집을 통해 혐의를 거의 입증했을 때다. 즉시 구속하고 기소해 버릴 수도 있지만 필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증거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더불어 수사를 받는 분이 처한 상황과 앞으로 전개될 형사절차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변호인이 있다면 상의하도록 안내했다. 형사절차의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최소한의 처벌을 받고 형사절차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기록을 더 검토해야 하고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그렇게 정성을 다하는 것이 수사절차를 주재하는 검사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필자의 설명을 들은 분들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고 양형에 참작을 받았다. 대부분 실형을 복역했지만 그 분들이 필자를 원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 그것이 우리 법률이 허용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선처이기 때문일 것이다.
부정과 부패를 척결하는 검찰의 수사는 계속될 것이다. 강압 수사, 편파 수사의 비판도 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도 수사의 최전선에서 각자의 방식대로‘사람을 살리는 수사’를 고민하는 검사들이 있다. 자신이 구속하는 사람들의 사랑과 존경을 바라는 검사들이 있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면서 공직자의 소임을 다하려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우리의 희망이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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