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책의 목표가 둔촌주공 분양인가

이재원 기자 2023. 1. 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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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을 달군 뉴스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계약 결과였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던 강남권 대단지 공급인데 분양에서 참패한다면 시장의 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은 확실한 증거라서다. 결과를 지켜본 수요자가 구매를 미루고 건설업자가 분양을 미루는 경우가 늘면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부추길 상황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둔촌주공 분양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계약이 시작되기도 전에 7500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문제를 해결해줬고, 연초에는 중도금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도 풀어줬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상 개별 단지의 분양 성공을 위해 전방위 지원을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결국 초기 계약률은 시장 상황이 최악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주는 정도인 60~70% 수준에서 딱 멈췄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말 그대로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상태다. 급매물 위주로 소량만 거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분양은 위험 수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 불거진 PF발 위기도 아직 끝났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의 절박함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 시장이 심각하게 얼어붙은 상황이 지속하면 경제 전반이 위축된다. 단기자금을 많이 쓰는 건설업 특성상 순식간에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을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연초에 내놓은 부동산 대책을 보면 이런 상황이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둔촌주공 살리기’ 외에는 정책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규제를 푼 것 같지만 다 푼 것도 아니고, 공급을 한다는 것 같은데 손에 잡히는 것이 별로 없어서다. 정책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고 실행 의지가 약한 셈이다.

부동산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상적인 시장 기능 회복과 가격 안정이다. 풀어서 말하면 사람들이 집을 사고팔며 이사를 하는 거래활동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와야 하고, 너무 올라버린 집값은 적정한 수준까지 조정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단기 대책으로는 수요 진작, 중장기 대책으로는 공급 확충이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

수요는 살아날 수 있을까. 정부가 규제를 일부 풀었지만, 전문가들은 거래가 살아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당분간 이어질 고금리 때문이다. 여기에 대출 규제의 핵심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그대로 발목을 잡고 있다. DSR 규제는 이전 정부가 가장 늦게 꺼내 든 카드이면서 가장 강력한 카드다.

DSR 규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돈이 많은 다주택자가 아니다. 신용대출은 물론 사업 목적의 대출까지 계산하는 DSR 규제가 지금처럼 있는 한 상당수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집을 사기 어렵다. 집값이 다시 오를까 봐 걱정이라면 다주택자를 규제의 틀 안에 남겨두면 된다. 무주택자와 1주택자가 사고파는 거래가 살아나는 것만으로 집값이 오르지는 않을 환경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급 준비는 잘 되고 있을까. 정부의 1·3 대책을 보면 공공주택 100만가구 공급을 말하면서 ‘시장 여건과 수급 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쉽게 말해 공급으로 시장이 더 얼어붙을까 봐 무섭다는 것인데, 무책임한 태도다.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르지 않게 하려면 지금 공급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공공택지를 통한 추가 공급 신호는 지금보다 많아야 하고 확실해야 한다. 풀다 만 재건축 규제 역시 제대로 풀어야 한다. 서울의 경우 재건축이 아니고서는 공급이 불가능하다. 안전진단 요건을 이전 정부가 손질하기 전 상태로 되돌리고, 초과이익환수제도 완화해야 한다. 개발이익은 추후 양도소득세로 환수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너무 뜨거워져도 안 되지만 너무 차가워져도 안 된다. 미지근한 상태와 시원한 상태를 오가는 정도가 좋다. 당분간은 시원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얼어붙은 시장을 녹이려면 냉동실 가동을 일단 중단해야 한다. 냉동실 설정 온도를 낮추는 정도로는 얼음이 녹지 않는다. 그리고 재가열을 막기 위해 냉장실도 잘 준비해야 한다.

시원한 물이 계속 필요한 계절인데 정부는 여전히 생수병을 냉동실에 두면서 냉장실 준비도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금리가 내려준 집값을 성과라고 생각한다면 역대 최저 수준인 거래량과 치솟는 미분양 수치를 보길 바란다. 둔촌주공 살렸다고 할 일을 다 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재원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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