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GDP는 왜 허구한 날 입방아에 오를까 [김지산의 '군맹무中']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3. 1. 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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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중국 에너지국이 발표한 분기별 전력 소비 데이터와 분기 GDP 사이 괴리가 노출됐다.

많은 나라가 그렇지만 국가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이 유난히 큰 중국에서 전력 소비와 GDP가 거꾸로 간다는 건 억지에 가깝다.

중국 전력 소비와 GDP 성장 관계를 파헤친 사람들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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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소비와 GDP 반비례 사례 다수…야간경제 측정서도 성장률 의심받아

[편집자주] 군맹무상(群盲撫象). 장님들이 코끼리를 더듬고는 나름대로 판단한다는 고사성어입니다. 잘 보이지 않고, 보여도 도무지 판단하기 어려운 중국을 이리저리 만져보고 그려보는 코너입니다.

(충칭 로이터=뉴스1) 정윤미 기자 = 7일(현지시간) 중국 충칭 한 공장에서 시위대와 공안이 대치하고 있다. 2023.01.07

지난해 11월 중국 허난성 성도 정저우시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집단 탈주극을 벌일 때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국지적 현상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 속도와 장소는 공산당 통제 영역을 벗어나고 수도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 주요 도시 곳곳은 통제 불능이 돼갔다.

여기저기서 공장은 멈추고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4분기에 경기 회복을 바라는 건 하늘에서 돈이 쏟아지길 바라는 것처럼 여겨졌다.

두 달 뒤 중국에서는 거짓말처럼 기적이 일어났다.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2.9%를 이룬 것이다. 블룸버그는 기껏해야 1.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는데 무려 1.3%p 차이가 발생했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중국 에너지국이 발표한 분기별 전력 소비 데이터와 분기 GDP 사이 괴리가 노출됐다. 지난해 1~4분기 전력 소비 증가율은 각각 5.0%, 0.8%, 6.1%, -0.16%였다. GDP 성장률은 1분기 4.8%, 2분기 0.4%, 3분기 3.9%, 4분기 2.9%였다. 1~3분기와 달리 4분기 전력 소비와 GDP가 반비례했다.

많은 나라가 그렇지만 국가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이 유난히 큰 중국에서 전력 소비와 GDP가 거꾸로 간다는 건 억지에 가깝다.

실제 중국 전체 전력 소비의 60%는 공업 생산 위주인 2차산업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GDP에서 2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9.9%였다. 2015년 40.8%에서 2016년 39.6%로 낮아진 이후 37.8~39.9%를 유지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가 없는 한 전력 소비와 GDP 성장이 괴리를 보일 이유가 없다.

중국 전력 소비와 GDP 성장 관계를 파헤친 사람들은 더 있다. 피츠버그대 경제학과 교수 토마스 러스키가 대표적이다.

그 역시 전력 소비량으로 중국 GDP를 추정했는데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중국은 GDP가 24.7% 증가했다고 했지만 러스키는 이 기간 에너지 소비가 12.8% 감소했다며 중국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러스키 박사는 이 기간 중국의 실제 GDP 성장률은 0.4%에서 높아 봐야 11.4%였을 거라고 추정했다.

야간경제를 통해 중국 경제가 부풀려졌다고 의심하는 학자들도 있다. 심야 조명 밝기와 조명 간 간격으로 야간 소비 활동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경제가 좋을수록 야간 유흥 활동이 많고 그러려면 가로등이 환해야 하며 택시나 버스도 자주 다녀야 한다.

야간경제 통계는 1970년대 매일 지구를 14바퀴 도는 미국 공군 위성에 의해 수집돼왔다. 2012년 버논 핸더슨과 아담 스토리 가드, 데이비드 N. 웨일 등이 데이터 신뢰도가 낮은 188개국을 대상으로 GDP를 추정해왔다.

이들은 1990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정부가 밝힌 성장률이 122%였던 반면 야간 조명 데이터를 적용한 결과치는 57%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기준으로 데이터를 비교했더니 중국보다 통계 과장이 심했던 나라는 미얀마뿐이었다고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GDP 통계가 불투명한 이유를 지방정부들의 성과 부풀리기에서 찾는다. 예일대 경영대학원 프랭크 장 회계학 교수는 공무원들이 마구잡이로 숫자를 입력하거나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이 미치더라도 일시적으로 GDP 수치를 높이는 인프라 투자를 밀어붙인다고 했다.

프랭크 장은 미국 정부에 이런 조언까지 했다.

"중국 정부의 GDP 발표를 믿느니 전력 사용량과 화물 물동량을 분석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s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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