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건강, 기업 생산성과 밀접…근본 해결책 찾아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장기화에 따른 우울감, 상실감 등을 겪는 소위 ‘코로나 블루’가 확산하며 멘탈 헬스케어(정신 건강 관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6월 발표한 ‘세계 정신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2020년 2억4600만 명으로 팬데믹 발생 이전인 2019년보다 28% 늘었고, 같은 기간 불안 장애 환자도 3억7400만 명으로 26% 증가했다. 과거 정신 질환은 사회적 시선 탓에 대면 상담이나 치료를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 기간 비대면 서비스 사용이 일상화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한 가운데 멘탈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신 건강 관리는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WHO와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 문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연간 손실은 약 1조달러(약 1270조원)로 추정된다. 최신 기술로 무장한 멘탈 헬스케어 기업들은 이런 문제의 중요한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이 멘탈 헬스케어 테크 기업의 현주소와 발전 가능성을 조망해봤다. [편집자주]
“기업 구성원의 정신 건강은 구성원의 삶의 질, 업무 효율성은 물론 기업의 생산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창의력을 요하는 지식 집약적 4차 산업에선 조직 정신 건강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1월 2일 인터뷰에서 기업의 멘탈 헬스케어(정신 건강 관리)를 강조했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2014년 국내 최초로 기업 정신 건강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예방 교육은 물론 직원 스크리닝과 심리 상담, 나아가 조직 정신 건강 컨설팅을 한다. 전 소장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우울증, 불안 장애 등 정신 질환이 증가했다”며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급격한 삶의 변화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심리 상담소를 운영하며 직원 정신 건강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조직 내 스트레스, 우울증 또는 불안 장애가 왜 발생하는지를 들여다보고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울증, 불안 장애 등 정신 질환의 원인은.
“굉장히 복합적이다. 간단히 좁히면 유전적 요인이 있다. 불안한 엄마 밑에 불안한 자녀가 존재한다. 가족 특유의 취약성도 무시할 수 없다. 가족 구성원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개개인이 지닌 스트레스 취약성이 성격에 더해지고, 외부 환경이 우울증 발생에 영향을 준다. 1인 가구 증가, 치열해지는 경쟁 사회로 인한 우울증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조사를 보면, 혼자 살수록 정신 질환에 취약하다. 본인이 원해서 1인 가구가 됐더라도 외로움을 느낀다. 사람 본성 자체가 그렇다. 또 현대 사회 속 직장인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트레스가 더 심해지고 있다. 조직 내 경쟁을 유발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이로 인한 조직원들의 스트레스는 더 증가할 수 있다.”
한국인의 우울증 특성이 있나.
“한국 사람들은 ‘우울하다’는 표현을 잘 못한다. 모든 스트레스를 우울하다는 감정과 연결한다. 때문에 우울증 검사를 해도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감정 표현에 인색하다. 자신이 우울하다는 걸 감춘다. 집단생활에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그냥 참는다. 그에 비해 외국인은 표정에서부터 자신의 감정이 확 드러난다. 기분이 좋을 때와 나쁠 때 얼굴이나 언행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명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래서 우울증, 불안 장애를 적발하는 게 외국인보다 어렵다. 우울증을 겪는 외국인의 경우 흥미 저하를 호소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무기력감이나 피로감으로 몸이 여기저기 아픈 것으로 나타난다. 두통, 소화불량 등이다. 우울증이 신체 질환으로 나타나야 그때 알 수 있는 것이다.”
팬데믹 이후 우울증 환자가 늘었다. 이유는.
“생활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상황이 좋아졌지만, 팬데믹 초반에는 충격이 심했다.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울, 불안 현상이 늘어났다. 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급격한 변화로 생활 패턴이 바뀌어야 했기 때문이다.”
심리 상담 치료는 어떻게 진행하나.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지지(support) 정신 치료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 화나거나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된다. 화 또는 스트레스를 참기 때문에 우울증, 정신 불안이 생긴다는 원리하에 어떻게 하라고 지시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정을 환기(ventilation)할 수 있다. 둘째, 인지행동 치료다. 직접적으로 지시를 하는 것이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인지(생각)하고 행동했는지를 듣고 고쳐주는 것이다. 굳이 화낼 상황이 아닌데 습관적으로 화를 내거나 공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 등 인지가 잘못됐다고 설명하고 바로잡아 주는 치료다. 마지막은 정신 분석 치료다. 장점인 성격은 살리고, 단점인 성격은 개조하는 것이다. 아이의 성격은 부모의 양육 방식에서 비롯되는데, 인격의 90%는 6세 이전에 형성된다. 성인이 되면 해결해야 하는 사건이나 문제들은 어릴적과 양상이 다르겠지만, 그 사건과 문제를 해결하는 행동 패턴은 어릴적부터 성인까지 반복된다. 성격이 굳어진 패턴을 돌아보고 성격과 생활 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심리 치료다.”
우울증 약도 함께 사용해야 하지 않나.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등 약도 함께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약들은 30년 동안 거의 발전이 없었다. 약으로만 우울증을 치료할 수 없다. 무엇보다 조기 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기도 하다. 우울증은 감기처럼 2, 3일 만에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3년, 5년, 10년을 거쳐 진행된다. 문제는 한국 사람 대부분이 ‘과로해서 그런 거야. 자녀가 어려서 그래. 조금만 견디면 된다’고 생각하며 그냥 넘어간다는 것이다. 바로잡아야 한다.”
직원들의 정신 건강 관리에 신경 쓰는 기업이 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직원 심리 상담실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좋은 현상이다. 정신 건강은 근로자의 삶의 질, 업무 효율성은 물론 그 기업의 생산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특히 창의력을 요하는 지식 집약적 4차 산업에선 조직 정신 건강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상담실만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한 직원을 도와주는 것에 그친다. 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조직 내 스트레스, 우울증 또는 불안 장애가 왜 발생하는지를 들여다보고 예방해야 한다.”
기업 정신 건강 예방, 컨설팅은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핵심 역할 아닌가.
“그렇다. 우리 연구소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예방 교육과 직원 스크리닝, 심리 상담 나아가 정신 건강 컨설팅을 진행한다. 기업의 근로 시간이 적절해 직원들의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이 좋은지, 복지는 적절한지, 조직 내 세대 또는 성별 갈등이 있는지, 조직 문화가 수평적인지 등 부서별로 세분화해 기업 정신 건강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준다. 앞서 말했듯이 우울증은 조기 발견이 중요하고 기업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업들은 자기 회사는 자기들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판단이다. 또 기업들은 다른 회사와 비교되며 자신들이 엉터리라고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조직 정신 건강 측면에서 잘못됐거나 부족한 부분을 찾아야 개선할 수 있는데 감추려 한다.”
직원 스스로 정신 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심리회복력을 키워야 한다.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도 털어내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심리회복력을 길러야 한다. 이는 나아가 실패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힘이 된다. 대인 공감 능력도 갖춰야 한다. 특히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 다른 사람에게 풀면 안 된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것은 물론 자신의 기분도 잘 알고 조심해야 한다.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일할 때와 쉴 때를 확실히 구분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오래 일하면 피곤한 게 당연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최근 정신 건강 관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서비스는 효과가 있나.
“굉장히 효과가 좋다. 비대면 모바일 등 정보기술(IT)이 접목돼 효과를 가장 크게 보는 의료 영역 중 한 곳이 정신과다. 정신과는 어떤 방식을 취하든 본인의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면 치료할 수 있다. 사실 팬데믹 전에도 이런 기술을 활용해 정신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기대를 했었는데, 당시에는 환자들이 거부해 잘 이뤄지지 않았다. 대면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 상담이 익숙해지면서 정신 건강 관리 앱 사용도 늘었다. 이 앱의 강점은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 누구나 간단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로 상담소를 찾을 필요가 없다. 또한 환자가 어떤 상태인지 체크할 수 있다. 물론 중증 이상의 환자라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신 건강과 관련, 도움을 청하는 것은 창피하고 숨겨야 할 문제가 아니다. 자기 정신력을 더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여겨야 한다.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마음가짐 등을 배울 수 있다. 정신 질환이 있는 사람만 치료받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치료’가 아닌 ‘코칭’이라는 표현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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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멘탈 헬스케어 테크가 뜬다
①’황금알 낳는 거위’ 멘탈 헬스케어
②[Infographic] 정신 질환 팬데믹과 헬스케어 혁신
Part 2. 멘탈 헬스케어 앞장선 기업들
③[Interview] 멘탈 헬스케어 유니콘 스프링헬스 공동 창업자 에이프릴 고
④[Interview] ‘마인드카페’ 운영사 아토머스 김규태 대표
⑤[Interview] 안용직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행복추진팀 팀장
Part 3. 전문가 제언
⑥[Interview] 마이클 어윈 UCLA 세멜 신경과학·인간행동연구소 소장
⑦[Interview]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
⑧[Interview] 이헌정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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