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전당대회, 친윤 vs 비윤 ‘2라운드’…‘분열의 장’ 우려[명절밥상 정치이야기]

김기덕 2023. 1. 2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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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전당대회 앞두고 ‘나경원 파문’ 일파만파
비윤 대표주자로 부상…劉 ‘잠행’·安 ‘눈치보기’
이준석 사태와 묘한 닮은꼴…당내 혼란 계속될듯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집권여당의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축제의 장이 아닌 분열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솔솔 나오고 있습니다. 당 대표 유력 후보인 나경원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친윤계의 십자포화를 맞으며 비윤계 대표주자로 떠오르는 등 당내 잡음이 터져나오고 있는데요.

문제는 이번 전당대회가 당 지지율을 높이는 컨벤션 효과가 아닌 과거 이준석 사태와 같이 친윤(親윤석열대통령)과 반윤(反윤석열대통령)의 대결 구도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당 대표 후보 중 윤심(윤석열대통령의 의중)과 가장 가까운 김기현 의원이 선두로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기존 반윤의 대표격인 유승민 전 의원은 잠행, 중도확장성이 있는 안철수 의원은 눈치보기 싸움으로 일관하며 당권 후보들 간 경쟁 방식이 한 차원 높은 고차원방식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당 지도부에 속하는 최고위원 선거도 친윤을 자처하는 후보와 이를 견제하는 후보들이 난립하면서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 대표 1명, 선출직 최고위원 4명. 선출직 청년 최고위원 1명을 선출합니다. 이외에 당 지도부로는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당연직으로, 당 대표가 지명하는 최고위원 1명까지 총 9명이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는 지도부로 구성됩니다.

앞서 국민의힘은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할 때 당원 투표 100%를 반영(기존 당원 70%·일반 여론조사비율 30%)하도록 18년 만에 전대 룰을 변경했습니다. 선거에 참여하는 책임당원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만큼 ‘당심=민심’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당 지도부가 이를 개정했는데요. 실제 속내는 일반여론조사 비중을 30% 또는 그 이상을 적용할 경우 일반 국민 인지도가 높지만 윤심이 향하지 않은 유 전 의원, 나 전 의원, 안 의원 등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힙니다.

지난 19일 나경원 전 의원이 서울 자택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사건의 발단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겸 기후환경대사를 맡았던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시작됐는데요. 나 전 의원인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언급하며 ‘출산시 대출 탕감’을 발언한 직후 대통령실이 유감을 표하자 나 전 의원은 곧장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줄곧 일반 여론조사는 물론 당원을 상대로 한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던 나 전 의원이 사의하자 즉각 당대표 출마를 위한 사전 행동이라는 해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나 전 의원은 광폭 행보를 하며 당원들과 만남을 늘리자 이에 대한 견제도 상당했습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반윤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 전 의원이 적극 해명했지만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을 결국 사의 수락이 아닌 해임 조치를 했습니다. 이후 나 전 의원이 “대통령 본의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 이후에는 대통령실의 반박, 여당 초·재선 의원의 비판 성명서 등 공격의 강도가 더욱 세지며 후폭풍이 상당했습니다.

이제 정치권에서는 나 의원의 결심에 모든 시선이 쏠려 있습니다. 나 전 의원 측은 설 연휴 이후 보수의 상징적 장소에서 당 대표 출정식을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비교적 온건한 보수 이미지였던 나 전 의원에게 반윤의 프레임이 얹혀지면서 비윤 후보로 낙인찍혔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나 전 의원이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가 당대표 후보로 출마하면 본인 전투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지만 현 정권하에서는 정치 생명 걸어야 할 정도로 리스크가 높고, 포기하기에는 4선 관록의 중견 정치인이 현 정권에 굴복하는 다소 굴욕적인 순간으로 남을 수 있어서입니다.

지난 19일 대구 동구 MH 컨벤션에서 열린 ‘나경원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대구·경북 책임당원, 나경원 전 원내대표 당 대표 출마 촉구 결의대회’가 한산한 모습을 보인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파문은 지난해 집권여당이 대혼란에 빠졌던 이 전 대표의 가처분 소송 사태와 묘하게 닮아 있어 눈길을 끌기도 합니다. 당시 이 전 대표는 당이 본인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비대위 전환과정에서 당 대표직을 박탈하자 당을 상대로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며 반기를 들었습니다. 1차 가처분 당시 법원이 이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며 새 정부 초기 집권여당이 비대위를 두 차례나 가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바 있습니다. 결국 2차 가처분 소송에서 법원이 당의 손을 들어주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당시 소위 윤핵관과 당내 비윤 내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 바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경험했던 정치적 상황과 갈등의 요소는 다르겠지만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통령실 비서질장이 나 전 의원에 대한 반박 입장문은 타협의 의도보다는 처음부터 공격의 의도가 있었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나 전 의원도 이 상황에서는 출마를 할지 말지 머리가 아프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사진 출처=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캡처)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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