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보여준 ‘선두의 품격’, 외인 없이도 쉽게 지지 않는 그들의 저력
프로배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팀마다 토종 주포의 공격력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전체 팀 공격에서 보통 30% 중반에서 많으면 50% 이상의 점유율을 가져간다. 외국인 선수 농사에 따라 한 시즌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V-리그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현대건설 강성형 감독 역시 선수들의 선전을 고마워했다. 당초 강 감독은 4라운드 시작 전 6경기에서 2~3승을 거두면 성공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경기 전까지 현대건설은 4라운드 4경기에서 전승을 거뒀다. 그는 “‘황스민’ 연주 덕분에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고 있다.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기대 이상이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을 홈에서 맞이한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 역시 경기 전 현대건설의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 경기력을 칭찬했다. 그는 “현대건설의 경기를 보면 몇 차례 위기가 있었는데도 넘어지지 않고 버텨내더라. 다른 팀들도 야스민 부재에 따른 준비를 할 텐데도 버텨내는 것은 현대건설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건설은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2-3(22-25 25-19 25-19 23-25 15-12)로 패했다. 그러나 왜 현대건설이 외국인 주포 야스민 없이도 선두를 질주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였다.
지난 14일 이후 6일 만에 맞는 실전이라 그랬을까. 1세트 초반 경기력이 다소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3-9로 끌려갔지만, 세트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21-22까지 따라붙는 저력을 보였다.
2세트 들어 강성형 감독이 1세트에 다소 부진했던 아웃사이드히터 고예림을 빼고 정지윤을 선발로 투입하면서 현대건설의 경기력은 180도 달라졌다. 리시브 능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탄력을 앞세운 강한 공격력이 돋보이는 정지윤이 전위에서 존재감을 뽐내자 세터 김다인의 선택지가 한층 다양해졌고, 그 결과 2,3세트를 내리 따냈다.
비록 4,5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경기를 내줬지만, 두 세트도 다 지던 경기를 접전 양상으로 만들어내는 힘을 보여줬다. 4세트 16-2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이다현의 연속 서브에이스와 황민경의 공격력이 불을 뿜으며 23-23 동점을 만들어냈고, 5세트도 세트 중반 5-10으로 밀리던 경기를 9-11까지 따라붙는 힘을 보였다.
승리 뒤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GS칼텍스의 수훈선수 강소휘와 유서연도 현대건설의 경기력에 혀를 내둘렀다. 이날 GS칼텍스의 현대건설전 승리는 2020~2021시즌인 지난 2021년 3월 5일 맞대결 승리 이후 686일 만에 처음 거둔 것이다. 지난 2021~2022시즌엔 다섯 번 맞붙어 단 한번도 못 이겼고, 올 시즌 역시 이날 경기 전까지 세 번 만나 내리 졌다.
강소휘는 “현대는 참 이기기 어렵다. 오늘은 용써서 간신히 이긴 느낌이다”라면서 “블로킹과 수비가 다 좋아서 점수를 내기 참 어렵다”고 말했다. 유서연도 “첫 세트를 잡아내면서 쉽게 가나 했는데, 역시 현대건설을 상대론 방심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 끝까지 맞붙어 이겨내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날 시즌 세 번째 패배를 당하긴 했으나 승점 1을 추가한 현대건설은 승점 57(20승3패)로 2위 흥국생명(17승 5패, 승점 51)과 격차를 승점 6으로 벌렸다.
현대건설의 전력은 조만간 다시 극대화될 전망이다. 야스민의 복귀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형 감독은 “야스민이 점프와 근력운동에 돌입했다. 내일쯤이면 볼을 만져보고, 다음주 정도엔 볼 훈련도 할 것이다. 상황을 봐야겠지만, 5라운드 첫 경기엔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장충체육관=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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