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좋을 순 없다”…K방산에 터진 ‘수출 대박’, 올해도 가능할까 [박수찬의 軍]
수출로 국내 방위산업의 경영 성과를 말하는 시대가 왔다. ‘K방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해외 시장에서 국산 무기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수출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지상장비 위주의 국산 무기 포트폴리오로는 지속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출 173억 달러’ 국산 무기는
한국군은 1945년 광복 이후 군복과 군화, 철모부터 장갑차 등의 중화기에 이르는 모든 군수품을 미국에 의존했다. 6.25 전쟁 직후에는 미국의 원조 규모에 따라 정부의 국방비가 결정될 정도였다.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창립, 한국군을 국산 무기로 무장시키려는 정책 기조가 자리를 잡으면서 소총부터 미사일까지 다양한 국산 무기를 개발했다. 2000년대부터는 해외에 수출도 이뤄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KT-1 훈련기는 공군 훈련을 위해 만든 항공기로 조종사 비행훈련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인도네시아와 튀르키예, 페루, 세네갈에 수출됐다.
최근에 폴란드가 구매 계약을 맺은 FA-50은 20㎜ 기관포와 AIM-9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AGM-65 공대지미사일,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을 장착한다. 미국산 F-16 전투기와 비행특성이 비슷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만든 K9 자주포는 세계적으로 성능을 인정받은 국산 무기다. 최대 50㎞ 떨어진 표적을 타격하며, 자동장전장치를 통해 15초 안에 155㎜ 포탄 3발을 쏠 수 있다.
튀르키예,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인도에 판매됐다. 호주, 이집트, 폴란드와는 수출계약을 맺었다.
현대로템이 생산한 K2 전차는 서방 세계에서 최신형 전차로 분류되는 무기다. 튀르키예에 기술을 수출, 알타이 전차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폴란드와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추가 계약 등에 따라 900여대가 판매될 가능성이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한 천무 다연장체계는 6발 탑재 로켓모듈 2기를 장착한다. 230㎜ 로켓을 최대 80㎞까지 발사할 수 있다. 조만간 실전배치될 차량탑재형 전술 지대지미사일(KTSSM-II)이 가세하면, 약 300㎞ 거리에 있는 표적을 타격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2017년 UAE에 일부 물량이 수출됐으며, 지난해 11월 폴란드와 35억5000만 달러(약 4조4300억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부가가치 높여야 ‘방산 대박’ 유지
정부는 방산수출 지원에 적극 나설 태세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신년 업무보고에서 “수출 대상 권역을 중동·아시아 위주에서 유럽으로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추가 구매 촉진을 위한 포스트세일즈와 범정부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부처 간 협업, 방산 선진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면서 방산규제 완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시스템 구축을 당부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나 부처 간 협업 등으로 방산수출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2021년 프랑스가 UAE에 170억 유로(22조 5000억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의 핵심은 라팔 전투기 80대와 카라칼 헬기 12대였다. 2011년 사우디가 미국에서 F-15SA 150여대를 도입한 계약의 규모는 294억 달러(약 36조1700억원)에 달했다. 각국 정상들이 군용 항공기 수출 세일즈에 직접 나서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K9 자주포를 비롯한 지상장비는 세계 각국에서 수주 실적을 올렸지만, 군용기는 지난해 폴란드와 FA-50PL 36대 수출계약을 맺기 전까지는 미국 고등훈련기 사업에서 패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같은 상황은 육·공군 무기 수요를 채우는 정책 기조가 서로 달랐던 것에 원인이 있다.
북한과 대치중인 한국군은 무기 구매량이 다른 나라보다 많고, 도입 및 운용 기간도 길다. 무기 수요가 클 수밖에 없다.
이를 충족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자체 생산하거나 외국서 사오는 것이다.
육군 무기의 경우 국내 생산이 활발했다. 1970년대 미국산 장비 면허생산을 시작으로 K1 전차, K200 장갑차 등을 개발했고,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만들었다.
국산 장비를 오랜 기간 개발·운용해 기술과 성능을 검증하고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춰 비용 절감 효과를 높인 덕분에 전력증강과 방산수출 모두 긍정적 효과를 얻은 셈이다.
이같은 기조는 항공분야 원천 기술 확보를 어렵게 했다. 항공분야는 엔진, 레이더 등 핵심 장비에 대한 원천 기술을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따라 부가가치가 달라진다.
원천 기술을 얻으려면 적지 않은 시간과 예산을 들여 지속적으로 항공기와 탑재 장비를 개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겉모습은 국산이지만, 내부는 외산 장비가 대부분인 기종이 만들어진다.
이는 산업 생태계가 다양성을 띠지 못하게 되는 문제를 초래한다. 중국이 C919 여객기를 개발했지만, 엔진과 레이더를 비롯한 주요 장비 대부분이 미국 등 서방 제품으로 채워진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투기의 경우 항공무장에 대한 고려가 추가된다. 자국산 전투기에 독자 개발한 항공무장이 결합해야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미국, 프랑스, 영국은 이같은 방식으로 전투기 가치를 높이면서 수출 시장에서 비중을 확대했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한국, 인도네시아 외에 KF-21을 도입할 국가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정찰기나 해상초계기를 비롯한 특수임무기 시장 진출을 통해 산업 육성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에서는 수송기, 해상초계기 등의 수요가 다른 나라보다 많다. 하지만 백두 정찰기를 제외하면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군과 해경이 많이 쓰는 국내 특수임무기 시장조차도 외국에 내주고 있는 셈이다.
북한과 대치중인 한국군도 특수임무기 수요가 많다. 한국군 수요를 시작으로 해상초계기와 조기경보기 등의 특수임무기를 만들면, 작게나마 수출도 가능하다.
다만 플랫폼으로 활용할 국산 항공기가 없으므로 캐나다 봄바디어나 브라질 엠브라에르의 비즈니스 제트기에 국산 장비를 장착하는 형태로 제작하고, 국산 플랫폼이 확보되면 새로운 기종을 개발하는 방식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통해 원천 기술을 축적하면, 항공분야와 방위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와 더불어 정책적 차원의 의지가 필수다. 미국 록히드마틴이나 영국 BAE 시스템스처럼 자체적으로 대규모 투자 및 연구개발이 가능한 수준의 방산업체를 육성하는 ‘규모의 경제 만들기’도 중요하다.
한국군의 수요를 충족하는 ‘자주국방’을 위해 시작된 국내 방위산업은 이제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지려면 혁신적인 정책과 산업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K방산’은 짧은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방위산업을 다뤄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