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전망대]① 위험 대비해 굴 3개 파는 토끼처럼 ‘분산투자·안전자산·부채관리’

정민하 기자 2023. 1.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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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예금 및 채권(50%)·주가연계증권(30%)·리츠 및 금(20%) 등 나눠 투자해야
올 상반기엔 주식보단 확정형 고금리 상품 추천
최고의 재테크는 빚 갚기… 금리 보며 자산부채 관리 중요

2023년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았으나,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동안 활황이었던 주식·부동산 등 자산가치 하락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로 인기를 끌었던 예·적금의 매력도 떨어진 상황에 새해 재테크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예로부터 지혜와 꾀가 뛰어난 영리한 동물로 알려진 토끼처럼, 2023년 어떤 어려움이 와도 지혜롭게 돈을 굴릴 방법을 재테크 전문가들에게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올해 재테크 키워드는 ‘교토삼굴(狡兎三窟)’이다. 이 말의 유래가 되는 중국 제나라의 맹상군(孟嘗君)은 풍훤이라는 식객 덕분에 수십 년간 재상을 지내며 어떠한 화도 입지 않았다고 한다. 풍훤이 “영리한 토끼는 위험을 대비해 세 개의 굴을 파놓는다(교토삼굴)”며 위기 때마다 모면할 수 있는 방도를 마련해둔 덕분이었다.

일러스트=손민균

조선비즈는 21일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과 보험·증권업계 전문가들에게 올해 성공적인 재테크를 위한 세 가지 굴을 물었다. 이들은 모두 올해는 작년에 비해 고물가 리스크는 둔화하는 대신, 전 세계 동반 경기침체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파야 할 굴로 ▲분산투자 ▲안전자산 ▲부채관리를 꼽았다.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경기침체 강도 및 기간 등 금융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투자전략을 마련해 리스크 관리와 함께 수익 확보에 나서야 하며, 유연한 자산배분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DB

첫 번째로 뚫어야 할 굴은 분산투자다. 변동이 클 것으로 예측되는 올해 금융시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우려에 올해도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은행 역시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 코로나19 재유행 등 변수도 여전하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자산의 50% 정도는 정기 예금·채권을 중심으로 운용하길 추천했다. 나머지 30% 정도는 주가연계증권(ELS)에, 10% 정도는 리츠(REITs)와 금에 투자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금융 상품이다.

김 센터장은 “올해 화두는 경기 침체로, 주식의 경우 상반기엔 어려우나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면서 “전체적으로 주가가 내려간 상태기에 테마주가 아닌 종목을 인덱스로 분할 매수나 자동 이체하길 권한고 만약 기업 실적 발표 시즌에 주가가 급락하게 되는 종목은 추가로 매수하기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센터장은 “일부 자금은 높은 금리를 제공하면서도 낙인(Knock-In·원금손실구간)이 50% 미만인 저낙인 ELS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여기에 최근 금리가 다소 안정됐다고 판단되면 배당이 꾸준히 나오는 리츠와, 금 실물 투자를 10% 범위에서 섞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서울 한 시중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두 번째로 준비해 놓을 굴은 안전자산이다. 이희윤 하나은행 서현역골드클럽 PB부장은 “올해는 시장 환경을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며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내세웠다. 이 부장은 “주식시장은 당분간 좋지 않을 전망”이라며 “단기간에 너무 많이 오른 금리는 최근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어 올 상반기엔 주식보다는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금리가 서서히 하락하는 시점엔 높은 확정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추천하는 상품은 신종자본증권이다. KB·신한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달부터 줄줄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 일례로 KB금융은 콜옵션 기준 5년물과 10년물로 4050억원을 발행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부장은 “보수적인 고객이라면 보험 상품 중 5년 확정형 연금보험 상품을 추천한다”면서 “5년 동안 고정금리로 확정한 다음 공시율로 변경되는 상품으로, 장기간 유지할수록 수익률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보험사들은 높은 금리를 앞세운 저축성보험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이어 이 부장은 “하반기로 갈수록 긴축이 완화되고 미 연준에서 올 하반기에서 내년 초 금리를 인하하는 분위기라고 하는 만큼, 시장 상황을 확인하면서 서서히 주식 쪽으로 투자를 늘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분산 투자하는 것을 추천했다.

일러스트=손민균

세 번째로 대비해야 할 굴은 부채관리다. 김대수 신한PWM여의도센터 PB팀장은 ‘ALM(자산부채관리·Asset Loan Management)’을 강조했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되지 않다 보니 부채나 금융자산, 부동산 자산 등에 대해 세심하게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이에 금리를 기반으로 한 자산(Asset)과 부채(Loan)를 잘 관리(Management)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고금리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빚을 갚는 게 최고의 재테크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여력이 되는 차주들은 마이너스 통장 같은 신용대출부터 서둘러 갚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은 연간 기준 8조7000억원 감소하며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앞선 3년간 평균 73조원(2019년 56조원, 2020년 112조원, 2021년 107조원) 증가했던 것과 대조된다.

금융당국은 저소득·저신용 취약차주를 위해 올해 금융 취약계층의 버팀목이 될 수 있는 포용금융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의 햇살론, 주택금융공사의 특례보금자리론, 희망플러스 신용대출 등이 있다.

김 팀장은 “투자도 리스크 관리를 하면서 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론 예금 금리는 1년 이상 장기간 굴리고, 채권에는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주식은 상반기엔 지표들을 모니터링하며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하반기에 실적치가 상향되고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되면 관심을 가지고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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