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고양이의 해'라고?…남다른 '계묘년' 맞는 베트남

김성식 기자 2023. 1.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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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 와전'·'다른 설화'·'논농사 조력'…3가지설 난무, 정확한 이유 몰라
십이지신 속 유일한 고양이에 자부심…'토끼 일색' 호주선 항의 빗발
계묘년 음력 새해를 앞둔 17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 토끼가 아닌 거대한 고양이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2023.1.17,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내일이면 음력 설을 지내는 동아시아 국가들은 일제히 '계묘년' 새해를 맞는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계묘년(癸卯年)은 '검은 토끼의 해'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만큼은 고양이가 올해의 주인공이다. 같은 십이지신을 쓰는데도 그렇다.

20일 로이터·AFP 통신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음력 설을 앞두고 고양이 모양 조형물이 곳곳에 등장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하노이 시민들은 십이지신을 상징하는 동물로 유일하게 고양이가 있단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

60년 전 계묘년에 태어났다는 응오퀴똥(60)은 로이터에 자신이 고양이띠임을 흡족해하며 "토끼는 고양이와 같은 힘이 없다"고 말했다. 응우옌김치(64)는 고양이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호랑이처럼 위풍당당해 보인다"고 했다. 앞서 고양이의 해였던 2011년 베트남에서는 '올해 태어난 아이는 길하다'는 입소문에 '베이비 붐'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고양이 사랑에도 불구하고 유독 베트남에만 고양이의 해가 만들어진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다만 △ 논농사에 도움을 준 고양이를 치하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 △ 중국으로부터 십이지신이 전래될 때 발음이 와전됐다는 설 △ 베트남 자체 십이지신 설화에서 유래됐단 설 등이 있다.

베트남 전통문화 연구가인 응우옌히예틴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쌀은 베트남 농업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작물이지만 쥐에 취약하다며 "들판에 있는 쥐를 사냥해주는 고양이는 예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발음 와전설은 더욱 그럴듯하다. 중국어로 토끼는 '마오'(mao)라 불리는데 베트남에서 고양이를 일컫는 '매어'(meo)와 발음이 비슷하다. 문화 연구가 응오헝걍은 로이터에 "베트남에서 토끼는 흔하지 않은 동물"이라며 중국 십이지신이 베트남에 들어올 때 발음을 혼동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공교롭게도 한국에서는 토끼(卯)와 고양이(猫) 한자음이 '묘'로 동일하다.

베트남 고유 십이지신 설화도 존재한다. 18일 미국 PBS 방송에 따르면 십이지신이 만들어진 배경 설화는 중국과 베트남에서 그 내용이 사뭇 다르다. 먼 옛날 옥황상제 혹은 관세음보살로 전해지는 절대자가 한 해를 상징하는 12개의 동물과 그들의 순번을 정하기 위해 동물들에게 강을 건너는 경주를 시키는 도입부까지는 동일하다.

중국판 십이지신 설화에선 고양이와 쥐가 소 등에 매달려 강을 건너다가 승리욕에 불탄 쥐가 고양이를 밀어 강물에 빠뜨린다, 물에서 허우적대던 고양이는 결국 제일 늦게 도착해 십이지신에 등극하지 못한다.

그 사이 점프력이 뛰어난 토끼는 물 밖에 난 돌 하나를 징검다리 삼아 도약해 단숨에 강 건너편에 착지, 4위로 결승선에 들어간다. 반면 베트남판 설화에선 토끼는 아예 등장하지도 않는다. 또한 물에 빠진 고양이는 수영을 할 줄 아는 '만능 스포츠맨'이다.

한편 베트남만 독특한 십이지신을 사용하면서 최근 호주에선 때아닌 '묘묘(卯猫) 갈등'도 벌어졌다. 음력 설을 맞는 호주 시드니 일대가 한때 '토끼 일색'으로 꾸며지면서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고양이의 해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베트남계 호주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베트남계 주민들의 반발에 시드니 시의회는 토끼 외에도 고양이 일러스트를 의회 앞마당에 추가했다. 시 대변인은 "베트남계 주민들을 비롯한 지역 내 여러 커뮤니티와 소통했다"고 해명했다.

시드니시는 1996년부터 매년 음력 1월 1일을 '음력 설 페스티벌'(Lunar New Year Festival)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2019년까지는 '중국 설 페스티벌'(Chinese New Year Festival)로 불렸으나 음력 설을 지내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많다는 비판에 이듬해 명칭을 변경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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