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연구가 말했다 “미세조류는 슈퍼푸드였다”
옥수수보다 빨리 많이 자라
탄수화물, 단백질, 무기질 풍부
식량으로 활용할 조류 균주 개발 필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식량 위기에 이상 기후까지 겹치며 전 세계 식량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하지만 가축을 길러 단백질을 얻는 방법은 중간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만들고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로 이어져 식량 위기는 더 악화된다.
담수나 바닷물에 사는 미세조류를 친환경적이면서 영양소가 풍부한 ‘슈퍼푸드’로 만들 수 있다는 문헌 분석 결과가 최근 공개됐다.
스테판 메이필드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최근 50년간 주요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184건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미세조류에 사람에게 유용한 영양소가 풍부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 미래 식량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에 19일(현지 시각) 소개했다.
◇ 미세조류, 왜 식량으로 쓸 수 있나
미세조류는 현미경에만 보이는 클로렐라, 스피룰리나 같은 아주 작은 단세포 형태의 생물을 말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라고도 불리며 물에서 살면서 광합성을 한다.
최근까지 미세조류 관련 연구는 주로 10만 종 이상의 미세조류 중 일부를 바이오 연료로 활용하는 쪽으로 이뤄져왔다. 과학자들은 일부 미세조류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만든 지질을 화석 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10년새 일부 연구자들은 미세조류를 식량으로 활용하는 실마리를 찾았다. 네덜란드 유니레버 연구개발센터는 2013년 ‘커런트 오피니언 인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작물이 자라기 어려운 토지에서 미세조류를 키우면 유럽에서 소비하는 단백질의 25%와 식물성 기름의 50%를 대체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세조류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인 ‘기수’나 소금물, 심지어 우유를 만드는 공장에서 나온 폐수에서도 자란다. 깨끗한 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식량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셈이다.
주요 식량 공급원이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인 값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키파얏 울라 파키스탄 콤사츠 정보공과대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2014년 ‘프로그레스 인 내추럴 사이언스 머티리얼즈 인터내셔널’에 “조류는 같은 크기의 토지에서 자란 옥수수보다 167배 많은 바이오매스를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미세조류를 전 세계에서 3대 주식으로 꼽히는 옥수수보다 빠르게 많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렇게 키운 미세조류는 3대 영양소인 단백질과 지질, 탄수화물이 풍부한 것으로 분석됐다. 비타민과 무기질, 아미노산, 오메가-3 지방산 같은 영양소도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미세조류는 말려 그대로 식품으로 쓰거나 특정 영양성분만 추출해 가공할 수도 있다.
메이필드 교수는 “최근 수년간 여러 연구팀이 미세조류를 식량으로 활용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며 “기후 변화, 산림 벌채, 인구 증가 등의 위기 상황에서 효율적인 식량 시스템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 영양소 함량 높고 재배 비용 덜 드는 미세조류 개발해야
미세조류를 미래 식량으로 활용하려면 먼저 생산량이 많고 영양소가 풍부하며 재배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균주를 찾아야 한다.
연구진은 논문 분석 결과 조건을 만족하는 돌연변이 균주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화학 물질에 노출하거나 방사선이나 자외선을 쪼여 돌연변이를 만들면 유전자 변형 생물(GMO)처럼 외부 유전자 물질을 세포에 넣지 않고도 개체 특성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진은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지질이나 전분, 색소, 단백질 등 원하는 성분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로 다른 종의 조류를 섞거나 유전자를 변형하는 방법도 있다. 지금 우리가 먹는 옥수수는 크기도 열매 개수도 훨씬 적었던 야생 옥수수를 수차례 개량한 결과물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생산량이 많은 옥수수를 만든 것처럼 미세조류도 조건에 맞게 개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연구진은 비교적 저렴한 단수수 착즙액에서 미세조류를 키워 생산량과 단백질 함량을 늘린 사례를 제시하며 재배 환경을 다양하게 바꾸며 최적의 조건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미세조류가 진정한 식량으로 사용되려면 맛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미세조류 특유의 비린내를 잡아야 한다”며 “단백질 등의 영양소 함량을 높이면서도 맛과 냄새를 조정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이필드 교수는 “인구가 늘고 자원과 시스템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대체 식량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며 “암울한 미래를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속 가능한 기술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Frontiers in nutrition, DOI: https://doi.org/10.3389/fnut.2022.1029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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