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증권 웨이브]① 30억 루피아 자산가부터 20대 MZ세대까지 印尼인들 마음 훔친 韓증권사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정해용 기자 2023. 1.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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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키움 등 韓증권사 MTS 이용 현지 고객들 급증
골드만삭스 등 철수할 때 오히려 점유율 확대
IB·WM 등 분야로 외연 넓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금융사들은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다. 현지 증권사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수년째 유지하거나 국영 기업과 외국계 최초로 펀드 공동 운영사(Co-GP)로 활약하는 곳도 있다. 이런 성공의 이면에는 현지에서 동남아 자본시장의 속성을 파악하고 혁신적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분투해왔던 국내 금융투자인들의 노고가 있다. 조선비즈는 새해를 맞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자본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금융투자인들을 만났다. 또 한국 금융사들과 협력하고 있는 현지 벤처캐피탈(VC), 회계법인 전문가들도 만나 급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의 투자 환경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편집자주]

지난해 12월 6일 오후 3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스나얀에 있는 물리아 호텔에 150여명의 현지 자산가들이 모였다. 인도네시아의 유명 벤처캐피탈(VC)인 AC벤처스의 창립자이자 탄광협회 회장인 판두 사히리르(Pandu Sjahrir)가 기조연설을 맡아 G20 국가의 경제 전망을 강연하는 세미나에는 미래에셋이 초청장을 보낸 ‘세이지 클럽(SAGE CLUB)’ 고객들만 참석할 수 있었다. 이들은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법인에 30억 루피아(약 2억5000만원) 이상의 돈을 맡긴 초우량 고객들과 주요 기관투자자들이었다.

지난해 12월 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스나얀에 있는 물리아 호텔에서 미래에셋증권이 고객 세미나를 하고 있다. / 사진 = 정해용 기자

이날 세미나 현장에서 만난 리캐피탈에셋 매니지먼트(Recapital Asset Management)의 투자 책임자인 수워노 쿠수마(Suwono Kusuma‧46)는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의 MTS(모바일 트레이딩 서비스)를 모두 이용하고 있다”라며 “개인적인 투자도 한국 증권사들의 MTS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쿠수마는 “한국 증권사들의 서비스가 굉장히 편리하고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고객들을 잘 모으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현지 자산운용사인 베르디카리(PT BERDIKARI)의 투자 책임자 라마도니(Agung Ramadoni‧34)도 “한국 증권사들의 MTS가 굉장히 사용자 친화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튿날인 5일 자카르타 트레저리 타워(Treasury Tower)에서 만난 29살 직장인 술리스티아니(Mangesti Diah Sulistiani)도 한국 증권사 MTS를 사용하는 투자자다. 그는 “3년 전부터 스마트폰으로 주식을 거래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당시는 수익률이 상당히 괜찮았는데 지금은 시장이 안 좋아져 수익률이 조금 나빠졌다”라며 웃었다.

자카르타 신도심 중심지인 SCBD(Sudirman Central Business District)는 미래에셋, 키움,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회사들이 모여있다. SCBD의 초고층 빌딩 숲은 미국 씨티그룹, 중국 공상은행, HSBC, 알리안츠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인도네시아 자본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에 글로벌 금융사들이 모여있는 이유는 2억7000만명(2억 7063만명‧2019년 기준)의 인구와 니켈 등 천연자연을 바탕으로 아세안(ASEAN) 내 최대 경제시장을 보유한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 16대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G20회원국이며 GDP는 1조1192억 달러(약 1386조원)로 아세안 10개국 전체 경제의 35%를 차지한다. 신흥국이지만 자본시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도네시아 증권시장의 시가총액은 6118억달러(약 756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미래에셋증권 인도네시아법인의 한 고객이 MTS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 사진 = 정해용 기자

주목할 만한 점은 국내 증권사들의 약진이다. 인도네시아 전체 주식투자자는 500만명 안팎이고 100여개의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시장점유율뿐 아니라 기업공개(IPO), 뮤추얼 펀드 시장까지 대부분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은 현지 국영 증권사인 만디리 증권을 큰 격차로 제치며 리테일 분야에서 시장점유율 1위(8.5%‧11월 말 기준)를 3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현지에서 영업하고 있는 94개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 고객 시장 점유율 10%를 넘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처음으로 HTS, MTS 시스템을 도입하는 혁신을 주도하며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모은 결과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유니콘 기업으로 인도네시아의 쿠팡으로 불리는 전자상거래 기업 부칼라팍(Bukalapak)의 상장 주관사 역시 한국 증권사인 미래에셋이었다. 심태용 미래에셋증권 법인장은 “개인투자자 고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증권사라는 점을 부칼라팍이 인정해 개인 투자자 자금을 모으기 위해 현지 증권사보다 미래에셋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KB금융도 현지 최대 통신사인 텔콤(Telkom Indonesia)과 외국계 금융사 최초로 펀드 공동 운영사(Co-GP)로 활약하고 있다.

2023년에도 인도네시아 자본시장에는 굵직굵직한 딜이 예정돼 있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자카르타 주(州) 정부의 은행인 DKI은행의 상장(IPO)이다. DKI는 현지 투자자들이 관심이 많은 대형 은행이기 때문에 미래에셋 등 한국 증권사들뿐 아니라 현지 증권사들도 상장을 주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는 2022년말 기준 802개의 기업이 상장돼있고, 전체 시가총액은 6118억달러(약 756조8000억원)에 달하는 동남아 최대 규모의 증권시장이 형성돼 있다. 상업은행 센트럴 아시아 은행(PT Bank Central Asia Tbk), 국영 통신사 텔콤(Telkom Indonesia) 등 대형 인프라 관련 기업들이 시총 상위에 포진해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증시가 악화했던 2022년에도 인도네시아 증시는 4% 상승했다.

그러나 장기간 현지 시장에 공을 들인 금융회사들을 중심으로 고객이 몰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수년간 이익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실제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노무라 등 세계적 투자은행(IB)들은 인도네시아 시장의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라이선스를 반납하고 철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자산관리(WM), 기업공개(IPO)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의 영역을 확대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시장이 천혜의 자원과 역동적인 젊은 인구가 넘쳐나는 가능성의 땅”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러나 “섣불리 이런 가능성만을 보고 단기간에 이익을 얻기 위해 투자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며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10년 이상 오랜 기간을 보고 투자를 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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