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UP] ‘탄소 엑스레이’로 먼지 잡는 어썸레이 “필터 없이 공기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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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레이에 적용해 미세입자 잡아내
“CNT 섬유로 구리전선 대체 목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실 소속 박사 네 명이 모여 창업했다. 탄소 소재에 대한 전문성 하나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자신있다. 탄소나노튜브(CNT) 섬유와 엑스레이(X-Ray)로 공기 정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5년차 스타트업 ‘어썸레이’의 김세훈 대표는 “그동안 CNT 소재는 가루 형태로 만들어져 활용하는 데 한계가 컸다. 대기업들도 10여년 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해 업계에서 CNT는 실패한 소재로 여겨졌다”며 “그런데 우리는 이를 섬유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를 엑스레이에 적용해 공기 정화 설루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어썸레이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탄소나노재료설계 연구실 출신 박사 4명이 함께 창업한 소재·부품 스타트업이다. 엑스레이를 방출하게 하는 ‘엑스레이튜브’에 CNT를 적용해 부피를 줄이면서도 효율성을 올렸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 170억원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고, 올초 열린 세계 최대 국제전자제품 박람회 ‘CES 2023′에선 이 기술을 이용한 가정용 공기정화 설루션을 선보였다. 김 대표를 경기 안양 본사에서 만났다.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어썸레이가 첫 창업은 아니다. 박사 과정을 마친 뒤에 1인 기술컨설팅 회사를 했었다. 창업에 꿈이 있어서 한 건 아니었고, 대기업에서 저를 내부 인원으로 뽑을 만큼 저의 기술컨설팅이 필요하진 않은데 내부 인원으로 자체적으로 하기는 어려우니 법인을 내고 연구용역 계약을 했던 것이었다. 스타트업이라기보다는 1인 기업 같았고 더 성장하기 어려웠다. 사업보다는 장사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고등학교 친구들이 인공지능(AI) 기반 교육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고 해서 참여하게 됐다. 투자도 받고 꽤 잘 됐다. ‘진짜’ 사업이 무엇인지도 많이 배웠다. 하지만 이 분야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전공을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창업한 것이 어썸레이다. ‘그동안 했던 모든 일들이 어썸레이를 하려고 쌓아온 것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간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CNT 소재와 엑스레이 부품에 대해 설명해달라.
“먼저 CNT는 ‘탄소나노튜브’라는 이름대로 원통 형태를 띠는 탄소 소재다. 열과 전기가 잘 통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은 가루 형태로 활용됐다. 풀로 갠 뒤 코팅해서 쓰는 식이니 이를 부품에 쓰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우리는 실로 뽑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어떤 소재든 실로 만들 수 있으면 1차원, 2차원, 3차원 모든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섬유를 엑스레이튜브에 적용해 만든 것이 공기정화 부품이다. 엑스레이의 원리를 보면 백열등과 똑같다. 엑스레이튜브도 전구처럼 텅스텐 필라멘트가 들어있다. 필라멘트에 열이 나다가 빛이 나고, 여기에 에너지를 더해주면 전자가 튀어나온다. 그 전자가 금속과 부딪치면 엑스레이가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열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냉각기 부착이 필수이다 보니 엑스레이 기계는 효율이 낮다.
그런데 CNT는 전기를 방출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를 정말 조금만 줘도 전자가 나오게 된다. 엑스레이튜브의 텅스텐 필라멘트를 CNT 섬유로 대체한 것이다. 열 발생이 적어 냉각기가 없어도 되기 때문에 100원짜리 동전만큼 작지만 효율이 좋은 엑스레이튜브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엑스레이튜브로 어떻게 공기를 정화하나.
“정전기를 이용한다. 보통 ‘레이(ray·광선)’라고 하면 빛을 쏘아 미세먼지를 파괴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생각보다 원리는 간단하다. 바이러스나 세균, 미세먼지는 전부 정전기를 띤 입자다. 자외선보다 조금 강한 수준의 엑스레이를 쪼이면 이 입자들이 달라붙는다. 책받침에 머리카락이 달라붙듯 말이다.
공기정화 장치에는 엑스레이 판과 먼지가 달라붙는 판이 있다. 이 판을 1년에 한번 꺼내 세척하기만 하면 반영구적으로 쓸 수 있다. 때문에 필터 위주의 기존의 공기정화 시스템과는 전혀 다르다. 공기청정기처럼 세워두고 쓰는 것이 아니라 에어컨처럼 설치해 쓴다. 필터가 먼지에 막혀 공기 순환이 저해될 우려도 없고 필터 폐기물이 나올 일도 없다. 그저 공기가 이 장치를 거쳐가면서 입자가 잡히는 구조다.”
-스타트업에 소재·부품 분야는 뛰어들기 어려운 길 같아 보이는데.
“그동안 국내 소재·부품 산업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에 가까웠다. 새로 형성된 시장에 빠르게 침투해 경쟁력을 갖추는 식이었다. 이 때문에 우리도 소재와 부품을 만들어 팔려면 기존에 형성된 단가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하니 당장 사업화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패스트 팔로어가 아니다. CNT 섬유는 세상에 처음 나온 소재이니 품질만 보장된다면 비슷한 제품군보다 비싼 단가로 시작해도 되는 것이다.
시장 반응도 뜨겁다. 실제로 다수의 빌딩이 우리의 설루션을 적용했고 삼성전자도 클린룸 적용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국내 대형 홈 사물인터넷(IoT) 기업과 1만대 규모 개발·공급 계약을 마치고 설계 중이다. 엘리베이터 회사가 우리 설루션을 가져가면 엘리베이터 공기정화 설루션이 될 수 있고, 기차에 가져가면 기차 공조, 선박에 가져가면 선박 공조 설루션이 된다.”
-CNT 섬유를 응용할 수 있는 영역이 많을 것 같다.
“매우 많다. CNT는 합성 과정에 따라 전기를 잘 통하게 만들 수도 있고 열을 잘 내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발열체를 대체할 수 있고 전극을 대체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구리전선을 대체하려 한다. 구리선은 내구성이 좋지 않아 잘 끊어진다. 그래서 안 끊어지도록 항상 보강 섬유를 함께 넣어 만든다.
CNT 섬유는 전기가 잘 통하는데 끊어지지도 않고 가볍다. 전기차로 예를 들면 전기차에서 전선이 차지하는 무게가 30%라고 한다. 만약 CNT 섬유로 구리전선을 대체하면 무게가 가벼워져 이동 거리가 20% 늘어난다. 또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배터리에도 쓰일 수 있어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과제를 시행 중이다. 타당성 평가는 끝났고 실제 개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어썸레이의 올해 목표가 궁금하다.
“매출 성장이다. 지난해까지는 연 매출이 10억원도 되지 않았다. 초기에는 우리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하니까 공기정화 장비까지 직접 제조해 효율이 떨어졌다. 올해부터 장비는 각 회사에 맡기고 우리는 CNT 엑스레이튜브를 활용한 공기정화 부품에만 집중하려 한다. 지난해 11월 투자를 마무리할 때까지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계약들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가장 보수적으로 봤을 때 100억원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목표는 20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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