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누리가 쏘아 올릴 작은 공, 달 착륙기지 결정할까

김태희 기자 2023. 1. 21.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2년 11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아르테미스 계획의 일환으로 달에 우주 탐사 거점기지를 짓는 3차원(3D) 프린터 기술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과학동아 DB

달의 남극이 우주 거점 기지가 될 수 있을까.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22년 8월 20일 달 남극에 착륙 후보지 13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2025년 이 후보지들 중 최종 선정된 지역에 여성우주인과 유색인종 우주인이 ‘아르테미스 3호’를 타고 달에 발을 내디딜 예정이다.

NASA가 달 남극을 우주인 거점 기지 후보지로 선정한 첫 번째 이유는 햇빛이다. 달에 장기 체류하기 위해 햇빛은 필수다. 햇빛은 각종 우주 탐사 기기에 전원을 제공하고, 온도 변화를 최소화한다. 달의 남북극지방은 1년 내내 햇빛이 비춘다. 자전축과 공전축이 23.5도 차이 나는 지구와 달리 달은 자전축이 공전축과 겨우 1.5도밖에 차이가 안 난다.

김은혁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달탐사사업단 책임연구원은 “달 극 지역에 적당한 높이를 갖는 태양전지판을 지표면에 수직으로 설치하면 1년 동안 계속 태양 빛을 받게 돼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다”며 “극지방에 기지를 세우면 약 14~15일 정도 되는 ‘달의 밤’ 동안 햇빛이 없어 탐사 기기가 작동을 멈추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극지역이 유인 탐사 후보지로 꼽힌 또 다른 이유는 그곳에 얼음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미국 하와이대 연구팀은 인도의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의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달의 남북극지역에 있는 크레이터 내부 표면에 다량의 얼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지역에서 물이 얼음으로 존재하는 것은 크레이터 지형 내 기온이 영하 200℃ 보다 낮기 때문이다.

얼음이 있는 곳에 기지를 건설하면 달 탐사 및 우주 활동의 수많은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선 우주탐사 비용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만약 달에서 물을 직접 공급할 수 없다면 발사체에 물을 담아가야 한다. 물은 무게가 무거워 발사에 큰 부담이 된다. 물을 산소와 수소로 분리해 저장할 수 있다면 활용은 더 다양해진다. 김 책임연구원은 “수소는 수소전지로 활용할 수 있고, 산소는 달에서 발사될 우주발사체에 사용할 수 있다”며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충분히 있다면 달을 기반으로 하는 우주 활동의 영역을 상상 이상으로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NASA는 이밖에도 지형 경사와 지구와의 통신 용이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우주인들이 안전하게 착륙하고 또 머무를 수 있는 지역으로 남극, 그리고 그중에서도 총 13곳의 후보지를 선정했다. 후보지는 모두 남극점으로부터 6도 이내, 거리로는 160km가 조금 넘는 곳에 모여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선정한 달 착륙 후보지 13곳. 이 중 하나가 인류 53년만에 다시 밟을 땅이 된다. 과학동아 DB

● 착륙 후보지를 선정할 자료, 다누리가 모은다

13개의 후보지는 모두 달의 ‘영구음영지역’을 포함하는 곳이다. 영구음영지역이란 크레이터의 벽이 햇빛을 가려 항상 어두운 상태인 크레이터 내 중앙부 지역이다. 달의 극지방에는 이처럼 가시광선이 직접적으로 닿지 않은 영구음영지역이 다수 분포돼 있다.

우리나라 첫 번째 달 궤도선 ‘다누리’에는 총 6개의 탑재체가 장착돼 있다. 그중 하나가 NASA의 ‘섀도캠(Shadowcam)’이다. 섀도캠은 달의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해 얼음과 기타 휘발성 물질에 관한 정보를 모으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

섀도캠이 어두운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크레이터 벽이 있기 때문이다. 벽이 일종의 반사판 역할을 한다. 또 자전축 기울기가 1.5나마 있기에 벽에 부딪혀 생긴 2차 산란광이 영구음영지역으로 향할 수 있다.

김 책임연구원은 “만약 달의 자전축과 공전축이 완전히 일치했다면 영구음영지역에 도달하는 빛의 양이 거의 없어 탐사가 불가능했을 것”이라 덧붙였다. 섀도캠 개발을 담당한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연구팀은 섀도캠 카메라의 민감도를 기존 달 정찰 궤도선 카메라보다 200배 향상시켰다. 이 덕분에 섀도캠은 적은 양의 빛으로도 영구음영지역을 고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다.

섀도캠이 다누리에 탑재되는 것이 결정된 것은 2017년의 4월이었다. 당시 항우연은 NASA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다. NASA는 다누리 임무에서 심우주통신 서비스와 탐사선 설계에 도움을 주었다. NASA가 섀도캠을 탑재체로 선정한 것은 그 당시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2021년 5월 우리나라는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하면서 공식적으로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게 됐다. 이로써 다누리에 탑재된 섀도캠은 우리나라의 아르테미스 계획 첫 번째 기여 활동이 됐다.

섀도캠이 물을 비롯한 휘발성 물질을 발견한다면 달과 관련된 우주 환경 연구에 큰 진전을 만들 수 있다고 김 책임연구원은 말한다. 달의 어떤 특성이 휘발성 물질의 휘발성을 막고 있거나, 휘발성 물질을 모이게 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환경 연구는 인류가 달을 탐사하거나 달에 유인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할 중요 과제다.

섀도캠은 암석 퇴적물과 지리적 특성을 파악해 달 탐사 로버가 영구음영지역 내 운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지형 관측 데이터는 얼음 입자 형성 과정을 추적하는 데도 활용된다. 즉 다누리에 탑재된 섀도캠이 촬영해 지구로 보내올 자료들이 2025년 아르테미스 3호기의 착륙 지점을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는 2023년 새해부터 약 1년간 달 상공 100km에서 궤도를 돌며 달 표현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과학동아 DB

● 주도적인 우주탐사 협력, 장기적인 시야를 가져야

“잘 가고 있다. 기다려라 달님.”

2022년 10월 28일 다누리가 지구로 한글 메시지를 보내왔다. 8월 5일 지구를 떠난 다누리가 태양-지구 L1 랑그랑주 점까지 항해한 뒤 궤도수정을 거쳐 다시 지구와 달을 향해 돌아오던 날의 일이었다. 이날 다누리는 지구로 한글 메시지를 보냈을 뿐만 아니라, 메시지를 수신하는 데도 성공했다.

2022년 12월 17일 달 궤도에 도착하는 다누리는 이후 감속을 통해 2022년 12월 말 임무 궤도에 진입할 계획이다(기사는 12월 13일 작성). 그리고 2023년 1월부터 1년 동안 상공 100km의 궤도에서 하루 12회씩 달을 공전하며 과학기술 임무를 수행한다. 항우연을 비롯해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이 개발한 5개의 국내 탑재체로 우리나라 최초의 독자적인 달 지식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 책임연구원은 “다누리가 얻어낼 정보가 단숨에 우리나라를 국제적인 우주탐사 분야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만들지는 않겠지만, 우주탐사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의 능력과 역량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 말했다. 다누리가 보내온 한글 메시지는 다누리의 순항을 알릴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우주탐사의 오늘과 내일을 표현하는 문장인 것이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1월,  [뉴스&인터뷰] 다누리가 쏘아 올릴 작은 공, 달 착륙기지 결정할까

[김태희 기자 taehee@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