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은 옛말..내리막 탄 채프먼, KC서 반등할 수 있을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채프먼이 캔자스시티에서 부활할 수 있을까.
MLB.com 등 현지 언론들은 1월 20일(한국시간)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좌완 불펜투수 아롤디스 채프먼과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1년 375만 달러가 보장되는 메이저리그 계약이다.
명성을 생각하면 초라한 계약이다. 채프먼은 지난 6년 동안 뉴욕 양키스에서 매년 1,60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았다. 시속 100마일 이상의 공을 뿌리던 채프먼은 최고의 마무리 투수 중 한 명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315세이브를 거둔 채프먼은 통산 세이브 2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고 크렉 킴브렐(394SV), 켄리 잰슨(391SV)에 이어 현역 세이브 3위다.
'쿠바산 미사일'로 불린 채프먼은 2010년 신시내티 레즈에서 데뷔했고 양키스와 시카고 컵스를 거치며 빅리그에서 13시즌을 뛰었다. 통산 667경기에 등판해 640이닝을 투구했고 44승 35패 27홀드 315세이브, 평균자책점 2.48을 기록했다. 통산 7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됐고 2019년에는 마리아노 리베라 아메리칸리그 최고 불펜 상도 수상했다.
하지만 지난해 최악의 추락을 경험했다. 채프먼은 지난해 43경기 36.1이닝, 4승 4패 1홀드 9세이브,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4점대 평균자책점을 썼다.
사실 시작은 좋았다. 채프먼은 지난해 4월 한 달 동안 10경기 5세이브,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고 시즌 12번째 등판 경기까지 자책점을 1점도 기록하지 않았다. 비록 이후 4경기에서 매 경기 1점씩을 내줬지만 채프먼은 시즌 첫 16경기를 노블론 9세이브, 평균자책점 2.63의 좋은 성적으로 치렀다. 하지만 부상이 찾아왔다.
17번째 등판이던 5월 23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서 0.1이닝 2실점 패전을 떠안은 채프먼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탈했다. 그 사이 클레이 홈즈가 마무리 자리를 차지했고 채프먼은 7월 복귀했지만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무단 이탈' 논란까지 불러온 채프먼은 결국 지난시즌을 끝으로 양키스와 동행을 마쳤다.
1988년생 채프먼은 벌써 34세. 스프링캠프에서는 35세가 된다.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도 나이로 인한 우려가 나올 시기인데 성적까지 하락했다.
세부 지표들을 보면 하락세는 더욱 눈에 띈다. 가장 큰 것은 역시 구속 하락이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2017시즌까지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시속 100마일 이상이었던 채프먼은 2018년부터 시속 99마일 미만으로 수치가 떨어졌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시속 97.5마일까지 구속이 하락했다. 물론 여전히 리그 상위 4%에 해당하는 수치지만 '전성기'에 비해 시속 2마일 이상 구속이 하락한 것이다. 원래 나빴던 제구력은 지난해 최악 수준이 됐다. 지난해 채프먼의 볼넷 허용율은 무려 17.5%로 리그 평균(8.4%)보다 훨씬 좋지 못했다.
채프먼은 단축시즌부터 배럴타구 허용 비율이 크게 늘었다. 2019년 4.9%였던 이 수치는 2020년 11.1%로 급증했다. 2021시즌 16.2%까지 올랐던 수치가 지난해 6.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6.7%)보다 높다. 스윗스팟 명중율은 2019시즌 급등했다. 2018시즌까지 30%대 초반을 넘지 않았지만 2019년 39%로 훌쩍 높아졌고 이후 계속 35% 이상을 기록 중이다.
허용하는 타구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타구 질을 감안한 지표인 xwOBA(기대가중출루율)는 2020시즌까지 0.250 근처에 머물렀고 이는 리그 상위 7% 이내에 해당하는 뛰어난 수치였다. 하지만 2021시즌 0.302로 올랐고 지난해에는 리그 평균(0.315)보다 높은 0.326까지 치솟았다. 꾸준히 2점대를 유지하던 기대 평균자책점(xERA)도 최근 상승해 지난해에는 4.46까지 올랐다. 지난해 성적 하락은 '불운'이 아닌 '실력'이라는 의미다.
선수들이 던지는 공은 점점 빨라지고 있고 이제는 수많은 투수들이 100마일에 근접하는 강속구를 던진다. 채프먼이 여전히 평균 시속 97마일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지만 구속만으로 타자들을 제압할 수는 없다. 이미 강점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무단 이탈 논란까지 야기한 채프먼은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채프먼에게 관심을 갖는 구단들은 드물었고 결국 우승권에서 먼 팀인 캔자스시티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긍정적인 면은 홈구장인 코프먼 스타디움이 투수 친화적인 구장이라는 것과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가 동부지구에 비해 투수에 친화적인 환경이라는 점이다. 또 캔자스시티는 당장의 성적에 대한 압박도 덜하다. 여전히 빠른 공을 던지는 만큼 제구력만 회복할 수 있다면 어느정도 반등은 기대할 수 있다.
한 때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지만 급격히 추락했다. 과연 채프먼이 새 팀에서 다시 기량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자료사진=아롤디스 채프먼)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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