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TSMC, '3나노 대전' 서막…'반도체 왕좌'는 누구 차지
작년 4분기 TSMC 점유율 60%…삼성전자와의 격차 더 벌어져
독주하는 TSMC, 3나노 웨이퍼 고가 책정에 팹리스들 계약 주저
파운드리 둔화 속에 삼성전자 '쉘 퍼스트' 전략으로 공격적 투자
관건은 수율…"시장 회복 기다리며 성숙도와 전성비 향상해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지난해 연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제쳤다. 순수 파운드리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반도체 '왕좌'에 올랐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초로 60%를 넘어섰다.
거침 없는 성장은 파열음을 내고 있다. 고객사 증가세가 6년 만에 꺾였다. 생산 단가가 너무 높다는 불평도 나온다. 삼성전자에는 기회다. 반년 차를 두고 나란히 선단 공정 양산에 들어간 두 회사의 3나노미터(nm·100만분의 1m) 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매출이 758억8100만달러(약 94조8500억원)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종전 최고치였던 2021년보다 42.6% 상승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젼년보다 무려 64.5% 성장했다.
이로써 TSMC는 삼성전자와 인텔을 제치고 순수 파운드리 업체로는 최초로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차지하게 됐다. TSMC는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삼성전자에 매출에서 앞선 데 이어 2개 분기 연속, 그리고 연매출로도 1위를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매출 2위가 유력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부문에서 655억850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 583억7300만달러에 그친 인텔을 2년 연속으로 제쳤지만 TSMC에는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IT 수요 부진으로 타격을 입었다. 메모리 반도체 한파로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자세한 사업부문별 실적은 오는 31일 공개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고 예고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성적표도 신통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1분기 15%에서 4분기 13%로 떨어졌다. 반면 1분기 54%에서 출발한 TSMC는 4분기에 처음으로 60%를 달성했다.
TSMC는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집계에서도 작년 3분기 56.1%의 점유율을 보였다. 2분기(53.4%)보다 2.7%포인트 늘렸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6.4%에서 15.5%로 줄었다. TSMC는 상승, 삼성전자는 하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TSMC는 지난해 12월 29일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보다 6개월 늦었다. TSMC는 "3나노 칩에 대한 수요가 매우 강하다"고 강조하며 향후 2나노, 1나노 등 최선단 반도체 공정에서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TSMC의 자신감은 독주에 대한 경계심으로 이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TSMC를 포함한 대만 반도체 기업이 세계 최첨단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칫 대만의 기술 독점으로 폐단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TSMC는 3나노 공정 웨이퍼 한 장당 비용을 2만달러(약 2500만원)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5나노보다 25% 비싸고, 7나노의 2배 수준이다. 애플과 브로드컴을 뺀 나머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는 TSMC와의 계약을 주저하고 있다.
TSMC는 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단가를 지속 인상하고 있다. 최첨단 공정 수요는 꾸준히 늘지만 생산능력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수율을 개선하고 안정적인 양산 체제를 구축하길 바라는 건 600만 개미주주뿐만이 아니다.
반도체는 소비전력(Power)은 낮추고, 성능(Performance)은 올리며, 면적(Area)은 줄이는 이른바 'PPA' 싸움이다. 팹리스는 매년 성능이 개선된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 수많은 반도체 고객사로선 TSMC의 독주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가령 세계 1위 팹리스인 미국 퀄컴은 반도체 생산을 전적으로 TSMC에 의존하는 애플이나 대만 미디어텍 등과 달리, 공급처를 이중으로 확보하는 '듀얼 벤더' 전략을 견지한다. TSMC를 견제하는 동시에,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TSMC의 작년 고객사 수는 6년 만에 감소했다. 2016년 449개사에서 2021년 535곳까지 늘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3곳이 빠졌다. 파운드리도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권에 접어든 가운데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 성장세가 꺾일 전망이다.
TSMC는 1분기 매출을 167억~175억달러로 예상했다. 시장 전망치인 179억달러를 밑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1분기는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 TSMC가 4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감소를 기록하는 분기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파운드리 고객사를 2027년까지 5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시장 수요가 회복하고 팹리스 재고 조정이 끝나길 기다리며 기존 상식에 어긋나는 전략을 세웠다.
통상 수주 산업인 파운드리는 고객을 확보해야 성장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고객의 주문이 없어도 먼저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쉘 퍼스트'(Shell First) 방식을 채택했다. 생산 시점을 앞당겨 향후 폭증하는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27년까지 선단 공정 생산능력을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세계 최초 3나노 양산에 들어간 화성캠퍼스에 이어 평택캠퍼스 제3공장을 가동한다. 170억달러를 투입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공장은 올해 안으로 완공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은 최근 테일러시 공장 현장을 방문한 뒤 "공사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면 팹(공장)이 완공되고 내년이면 그곳에서 미국 땅에서 최고 선단 제품이 출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을 TSMC와의 경쟁에서 '게임 체인저'로 보고 있다.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투자자 행사에서 "4~5나노 공정에서는 TSMC에 뒤쳐졌지만 3나노 공정은 매주 중요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는 3나노 공정에서 '핀펫'(fin-fet) 기술을 유지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했다. TSMC도 2나노부터는 GAA를 도입하는 만큼 향후 선단공정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한 셈이다.
결국 관건은 수율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3에 탑재할 퀄컴의 최신 스냅드래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는 TSMC가 생산한다. 삼성전자는 이전 세대 제품을 양산했지만 수율과 성능 문제 등으로 1년 만에 최대 고객사를 빼앗겼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마저 올해 시장이 역성장할 전망"이라며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인 수요 회복과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 선단 공정의 성숙도와 전성비 향상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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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종관 기자 panic@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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