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실수"…780만원→2.3억원 뛴 무인도, 또 경매 나온 사연
지난해 하반기 진행한 토지 경매 중 가장 많은 51명이 응찰한 매물은 전남 진도군 소재 '무인도'였다. 토지면적 3391㎡(약 1028평) 규모로 감정가 780만원에 불과한 외딴섬은 경합 끝에 30배 이상 뛴 2억3459만원에 낙찰돼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달 10월 말 매각 후 3개월 만에 다시 재경매를 진행한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곳은 진도군 섬 중 하나인 모도 선착장 남서측 1km 지점에 있는 무인도로 공식 명칭은 '상두륵도'이다. 정기 배편이 있는 모도에서 별도 개인용 보트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이 땅은 보전관리지역으로 지정된 데다, 별도 접안시설이 없어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응찰자들이 몰려 감정가의 30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팔린 게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 매물의 낙찰자는 잔금을 내지 않고 취득을 포기했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낙찰자는 입찰액에 실수로 '0'을 더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300만원대를 생각했는데 2억3000만원대로 잘못 썼다는 것이다.
입찰자가 없어 유찰된 물건이 아니어서 재경매는 최초 감정가(779만9300원)부터 시작한다. 직전 낙찰가보다는 낮은 가격에 손바뀜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변에 건물이나 지장물이 없어 명도 분쟁에선 자유롭지만, 취득 후 '내 땅'이란 만족감 외에는 당장 기대할 이익이 없다. 가축도 키울 수 없다.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도 "텐트, 천막 같은 임시 거처 외에는 건물 조성이 어렵다"고 했다.
최다 응찰자 3위를 기록한 '충북 충주시 신니면 화선리 산78-6'(면적 208㎡)는 부지 용도가 묘지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 조상 묫자리에 전국 각지에서 온 44명이 경합한 것. 감정가 146만원짜리 땅은 5.3배 뛴 778만원에 소유주가 바뀌었다. 개발이 불가능하나 '분묘기지권'(토지 상부에 묘지가 20년 이상 있는 경우 토지 소유자도 묘지를 이장하지 못하는 권리)을 활용해 인근 토지 소유주에게 되팔려는 투자 목적이란 분석이다.
이어 31명이 경합해 감정가보다 5.5배 오른 1억9880만원에 낙찰된 전남 여수시 화정면 제도리 320(밭, 면적 3253㎡)과 29명이 입찰에 참여해 감정가보다 6.7배 비싸게 낙찰된 전남 고흥군 동일면 덕흥리 산 259-1(임야, 면적 1만2409㎡) 등도 경쟁률이 높은 토지 경매 물건이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토지경매 중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가장 높았던 토지는 인천 서구 가좌동 396 대지였다. 10㎡(약 3평)에 불과한 자투리땅은 감정가 1436만원에서 79배 이상 오른 11억3750만원에 낙찰됐다.
일대는 노후 빌라를 헐고 아파트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채무자는 해당 재건축 조합인데 소속 조합원 지분이 경매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낙찰받아도 분양권을 받을 수 없고 현금청산 대상이어서 실익은 없다. 이 때문에 속칭 '알박기'로 보기 어렵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경매 물건 응찰자가 3명인데 낙찰가율이 7000%를 넘었다는 것은 실제 가치가 아닌 조합 내부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 같다"며 "외부자가 낙찰받지 못하게 일단 높은 금액을 써낸 후 포기하는 방식으로 경매 절차를 지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토지는 채권자 의사를 반영해 법원이 직권으로 경매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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