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잘 쇠세요" [우리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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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중국 등에서 공통적으로 만든 것이 있다.
그런데 '세밑, 설밑', 방언의 '세아래, 세아리' 등은 기준점이 다른 말이다.
왜 그런 것일까? 설날 전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대체할 인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설 준비와 명절을 치러야 하는 의무감에 '설 잘 쇠세요'라고 인사할 겨를이 없는 탓이 아닐까 한다.
설을 잘 쇠라고 하는 인사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설을 보내라'고 하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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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메소포타미아, 중국 등에서 공통적으로 만든 것이 있다. 달을 기준으로 1년을 계산하는 음력이다. 음력으로 한 해가 끝날 무렵, '설을 앞둔 섣달그믐께'를 '세밑'이라고 한다. '한 해가 끝날 무렵'을 일컫는 특별한 말은 참 많다. 널리 알려진 '연말' 말고도 궁랍(窮臘), 모세(暮歲), 세만(歲晩), 세모(歲暮), 세저(歲底), 숙세(宿歲), 연종(年終), 세말(歲末), 세종(歲終), 역미(曆尾) 등이 있다. 그런데 이 말들은 대부분이 한 해의 끝을 말하고 있다. 계절의 끝이라는 '절계'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세밑, 설밑', 방언의 '세아래, 세아리' 등은 기준점이 다른 말이다. 다가올 설날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밑을 지나 세초가 되는 때를 명절로 삼았다. 섣달은 한 해의 마지막 달이고, 설날을 지내면 한 살을 먹는다. 그렇게 우리는 설날을 쇤다. '쇠다'는 말은 설날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명절뿐만 아니라 환갑을 쇠고, 생일을 쇠는 등 생일과 기념일을 맞이하여 특별히 지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역에 따라 쇠오다, 시이다, 쉬다, 세다, 시다 등 여러 형태로 불려 말의 정확한 모습을 모를 때도 있으나, 시간을 보내거나 지내는 것과는 다른 멋이 '쇠다'에서 느껴진다.
한국인은 설을 두 번 쇤다. 양력설은 양력의 첫날이라서, 또 음력설은 전통의 의미가 있어 챙긴다. 한때 신정, 구정이라며 음력설을 버릴 인습처럼 낮춰 부른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1월, 2월 내내 설을 준비하고 맞고 인사하며 보내고 있다. 세밑에는 '설 잘 쇠세요'라고 인사하고, 설날부터 얼마간은 '설 잘 쇠셨어요?'라고 인사한다. 역시 지난해의 마지막 인사도, 새해의 첫인사도 설이 기준점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설 잘 쇠세요'보다 '설 잘 쇠셨어요?'라고 들은 기억이 더 많다. 왜 그런 것일까? 설날 전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대체할 인사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설 준비와 명절을 치러야 하는 의무감에 '설 잘 쇠세요'라고 인사할 겨를이 없는 탓이 아닐까 한다. 설을 잘 쇠라고 하는 인사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설을 보내라'고 하는, 누군가를 응원하는 말이다. 할 일 못지않게, 설날의 중심에는 사람들이 있다. 세밑인 오늘은 설날의 주인공인 여러 분들께 부지런히 인사할 날이다. "설 잘 쇠세요"라고.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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