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퍼 재고 쌓이는데… 현대차 울상,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인력 늘려

류정 기자 2023. 1.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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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 일자리’ GGM과 年생산물량 계약… 판매 줄어도 생산 못줄여

상생형 일자리를 내걸고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생산하는 경차 ‘캐스퍼’의 재고가 쌓이고 있다. 2021년 9월 출시 직후엔 신차 효과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판매를 맡은 현대차는 지난해 11월부터 생산한 지 한 달 이상 된 캐스퍼는 최대 150만원씩 할인 판매하고 있다. 그럼에도 재고 물량은 계속 늘어 약 2600대에 이른다. 게다가 현대차와 GGM이 한 해 생산 물량을 미리 정해놓기 때문에 판매가 줄어도 생산을 줄일 수 없다.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탄생한 공장이 불황 속에서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재고 쌓이는 캐스퍼

GGM은 ‘광주형 일자리’의 결과물로 광주시가 최대주주, 현대차가 2대주주로 참여해 2019년 탄생했다. 2021년 4월 공장 준공식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연간 최소 7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2021년 9월 캐스퍼 양산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일단 연 5만대, 월평균 4160대 생산을 GGM에 위탁했다.

캐스퍼는 ‘경형 SUV’라는 새로운 유형의 차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중반부터 월 4000대 이상의 판매가 달성되는 듯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온라인 구매 사실을 알리면서 홍보 효과도 컸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와 경기 불황으로 경차 시장이 직격탄을 입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할부 금리가 급등하면서 경차 수요도 줄고, 돈을 아끼려고 경차를 사려 했던 서민들의 지갑은 닫히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캐스퍼는 4만8002대 판매에 그쳤다. 작년 한 해에만 재고물량이 약 2000대에 달했다.

현대차는 재고 처리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할인을 계속하고 있다. 할인에 따른 부담은 현대차가 모두 떠안고 있다. 애초에 GGM은 생산을, 상품기획·판매는 모두 현대차가 맡기로 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영업이익률 5%대인 현대차가 1500만~1900만원 상당의 캐스퍼에서 남기는 이익은 많아야 대당 100만원 정도로 본다. 그런데 최대 150만원을 할인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반면 GGM은 지난해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위탁생산업체인 GGM에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GGM 관계자는 “완성차업체가 위탁생산 공장과 계약을 맺을 땐, 공장이 흑자가 날 수 있는 수준의 수수료를 보장해준다”며 “아직 공시는 안 했지만 지난해 GGM은 흑자가 났다”고 말했다.

◇내수 100%, 수출도 쉽지 않아

현대차는 작년보다 5000대를 줄여 올해 GGM에 4만5000대 생산을 위탁하기로 했다. 월평균 3750대 정도는 팔아야 하지만, 이미 쌓인 재고와 지난달 판매량(3500대)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GGM은 채용을 계속 늘리고 있다. 2021년 6월 530명이던 고용인원은 1월 현재 620여 명까지 늘었다. 내년까지 고용 인원을 1000명으로 늘려 2교대 작업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년부터 캐스퍼 전기차 모델을 만들어 생산량을 7만대로 늘리기 위한 대비라는 게 GGM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전기차를 만든다고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기는 힘들다. 수출길을 뚫어야 하지만, 캐스퍼의 높은 가격이 걸림돌이다. 현재 캐스퍼는 국내 가격이 1500만~1900만원으로 해외로 수출 중인 기아 모닝 대비 400만~500만원 비싸다. 특히 전기차 모델은 배터리 가격 때문에 500만원 이상 더 비싸질 수 있다.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구매력이 약한 동남아에서 비싼 경차는 잘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유럽도 1000만원 이하의 중국 전기 경차들이 진출을 준비하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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