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 온다고 산 과일-고기 싹 타버려”… 잿더미 구룡마을의 눈물
이승우 기자 2023. 1.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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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맞아 1년 만에 아들과 손자가 온다고 해서 과일이랑 고기를 잔뜩 사뒀는데. 한순간에 싹 타버렸네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이연우 씨(73)는 잿더미가 된 집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민 50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화재는 5시간 19분 만인 오전 11시 46분경 진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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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이어 또 화재… 집 60채 불타
설 명절 앞두고 ‘날벼락’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한 주민이 잿더미가 된 화재 현장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날 화재로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구룡마을 주택 60채가 전소됐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설 명절을 맞아 1년 만에 아들과 손자가 온다고 해서 과일이랑 고기를 잔뜩 사뒀는데…. 한순간에 싹 타버렸네요.”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이연우 씨(73)는 잿더미가 된 집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6시 반경 “불이야”란 고함과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부리나케 놀라 잠옷만 입은 채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했다. 이 씨는 “남은 옷이 한 벌도 없는데 어디서 설날을 보내고 어떻게 겨울을 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 갈 곳 잃은 주민 62명…10년 동안 21건 화재
20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주민 이연우 씨(73)는 잿더미가 된 집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씨는 이날 오전 6시 반경 “불이야”란 고함과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부리나케 놀라 잠옷만 입은 채 밖으로 뛰쳐 나왔다고 했다. 이 씨는 “남은 옷이 한 벌도 없는데 어디서 설날을 보내고 어떻게 겨울을 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 갈 곳 잃은 주민 62명…10년 동안 21건 화재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이날 오전 6시 27분경 구룡마을 4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주택 60채가 전소됐다. 빈집도 있어 화재 피해를 입은 건 44가구였다. 주민 50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화재는 5시간 19분 만인 오전 11시 46분경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거처를 잃은 주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몇몇은 잠옷 차림으로 잿더미가 된 집터를 연신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멀쩡하게 남은 가재도구가 거의 없다 보니 그을린 가구와 옷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
최초 신고자인 주민 신모 씨(71)는 “아침에 화장실에 있다가 형광등이 갑자기 깜빡거리는 걸 보고 불안해 나와 보니 옆집에서 불이 치솟고 있었다”며 “내복만 입고 나온 뒤 주변 집 문을 두드려 주민들에게 알리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새벽에 현장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집이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는 주민 육천일 씨(63)는 “순식간에 집이 없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민 지홍수 씨(73)도 “급하게 나오느라 가족들에게 줄 설날 선물이나 지갑을 하나도 챙겨오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197명을 포함해 918명의 인력과 헬기 10대 등 장비 68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 및 주민 대피에 나섰다.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 62명 중 57명은 강남구가 일주일 동안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인근 숙박시설로 향했고, 나머지 5명은 가족 및 지인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에선 최근 10년간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합판 등으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 피해가 잦다”고 설명했다.
● 주민들 “지난 여름 침수에 이어 화재까지”
지난해 여름 폭우 피해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화재를 겪게 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35년 동안 구룡마을에 거주했다는 장원식 씨(72)는 “지난해 8월 침수로 집이 잠겨 복구하느라 2주 넘게 진땀을 뺐다. 이번에 화재까지 당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화재 초기 소방대원들과 함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려 했으나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민 김승한 씨(69)는 “소화전이 얼어붙어 작동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 헬기가 와서야 불이 잡혔다”며 “물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최소한 옷가지라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방 관계자는 “경찰과의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초기 소화전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발화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조속한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5억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거처를 잃은 주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렸다. 몇몇은 잠옷 차림으로 잿더미가 된 집터를 연신 뒤지기도 했다. 하지만 멀쩡하게 남은 가재도구가 거의 없다 보니 그을린 가구와 옷들을 보며 허탈한 표정만 지었다.
최초 신고자인 주민 신모 씨(71)는 “아침에 화장실에 있다가 형광등이 갑자기 깜빡거리는 걸 보고 불안해 나와 보니 옆집에서 불이 치솟고 있었다”며 “내복만 입고 나온 뒤 주변 집 문을 두드려 주민들에게 알리고 119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새벽에 현장 일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집이 잿더미만 남아 있었다는 주민 육천일 씨(63)는 “순식간에 집이 없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주민 지홍수 씨(73)도 “급하게 나오느라 가족들에게 줄 설날 선물이나 지갑을 하나도 챙겨오지 못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날 소방 당국은 인접 소방서까지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대원 197명을 포함해 918명의 인력과 헬기 10대 등 장비 68대를 동원해 화재 진압 및 주민 대피에 나섰다. 화재로 집을 잃은 이재민 62명 중 57명은 강남구가 일주일 동안 비용을 전액 지원하기로 한 인근 숙박시설로 향했고, 나머지 5명은 가족 및 지인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구룡마을에선 최근 10년간 2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 관계자는 “합판 등으로 지어진 판잣집들이 밀집해 있어 화재 피해가 잦다”고 설명했다.
● 주민들 “지난 여름 침수에 이어 화재까지”
지난해 여름 폭우 피해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화재를 겪게 된 주민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35년 동안 구룡마을에 거주했다는 장원식 씨(72)는 “지난해 8월 침수로 집이 잠겨 복구하느라 2주 넘게 진땀을 뺐다. 이번에 화재까지 당하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주민들은 화재 초기 소방대원들과 함께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불을 끄려 했으나 한파로 수도관이 얼어붙어 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주민 김승한 씨(69)는 “소화전이 얼어붙어 작동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 헬기가 와서야 불이 잡혔다”며 “물이라도 빨리 나왔으면 최소한 옷가지라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소방 관계자는 “경찰과의 합동 감식을 통해 화재 초기 소화전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며 “발화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을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강남구 등에 이재민 주거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조속한 피해 수습을 위해 특별교부세 5억 원을 긴급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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