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이 ‘훈남 오빠, 오늘 몇개만…’ 빨대 꽂은듯이 계속 돈 달라고 했다”

10억대 금품 준 사업가 법정진술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사업 편의와 관련해 사업가 박모씨에게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요구한 정황이 20일 법정에서 자세히 공개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 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이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사업가 박씨는 “이씨가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돈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이씨에게 10억원대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고 이씨는 그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및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있다. 박씨는 아내를 통해 민주당 4선 노웅래 민주당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준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이씨를 알게 된 경위를 묻자 박씨는 “(이씨가) 민주당에서 중소기업 관련 위원회인가 했다며 당시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도 언니, 동생 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했다. 박씨는 “(이씨가) 정치를 하는 데 당 공천을 받으려면 로비도 해야 하고 어른들 인사도 해야 한다며 나에게 땅을 담보로 주겠다고 하니 돈을 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씨 부탁에 5000만원을 송금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에 돈이 필요하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나열할 수가 없다”며 “속칭 빨대 꽂고 빠는 것처럼, 저한테 ‘훈남 오빠’ ‘멋진 오빠’(하면서) 돈만 달라는 것이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박씨는 “(이씨가) 자기 뒤에 A민주당 전 중진 의원, B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있으니 도와주면 틀림없이 보답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이씨가 박씨에게 “오늘 몇 개(몇 천)만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오빠”라고 한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씨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이씨는 박씨의 진술 도중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말했다. 이씨 변호인은 “증인(박씨)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선거 비용을 도와주겠다고 해서 지원받았고 나중에 갚을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씨는 2019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등에게 청탁해 정부 지원금 배정, 마스크 사업 인허가 등을 알선해 준다며 사업가 박씨로부터 수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2020년 2~4월까지 21대 총선 비용으로 수회에 걸쳐 박씨로부터 3억3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일부 중복된 금액을 제외하면 전체 수수액은 10억1000만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