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경계 초월한 ‘정보라식 호러’의 뿌리
김태언 기자 2023. 1.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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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전에 정도경이 있었다.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10여 년 전 필명은 정도경이었다.
정도경이라는 이름으로 썼던 초기작 중 9편과 정보라로 이름을 알린 뒤 쓴 미발표작 '비 오는 날'이 담겼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어쩌다 보니까 나는 본의 아니게 복수 전문 작가가 된 것 같은데 많은 경우 화가 나서 글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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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 것이다/정보라 지음/428쪽·1만7000원·퍼플레인
정보라 전에 정도경이 있었다.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10여 년 전 필명은 정도경이었다. ‘저주토끼’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까지 정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왔다. 이 책은 그 뿌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초기 단편 소설을 엮었다. 정도경이라는 이름으로 썼던 초기작 중 9편과 정보라로 이름을 알린 뒤 쓴 미발표작 ‘비 오는 날’이 담겼다.
“마술적 사실주의, 호러, 공상과학(SF)의 경계를 초월했다”는 부커상 심사평처럼 저자의 초기작 역시 환상과 현실이 온통 뒤섞여 있다. 첫 번째 단편 ‘나무’ 속 나무는 주인공 ‘그’의 친구다. 어릴 적 그는 친구와 함께 행인에게 장난을 치다 붙잡혀 땅속에 묻혔다. 그는 빠져나왔으나 친구는 흙 속으로 빨려 들어간 뒤 나무로 변했다. 이후 망나니처럼 살던 그는 청년이 돼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여인은 어린 시절 그에게 해를 입혔던 행인의 딸이었다. 이내 여인은 그의 친구인 나무에 붙잡혀 생명을 빨아 먹히고 만다. 그는 죄책감과 비통함을 안은 채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비극을 기억한 채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려는 그의 태도에서 왠지 모를 위안을 얻는다.
‘나무’뿐만 아니라 ‘산’ ‘머리카락’ ‘가면’ ‘비 오는 날’ 등은 오싹하면서도 씁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머리카락’의 등장인물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내린 씨앗 비가 틔운 머리카락 때문에 방 안에 갇힌 채 생활하고, ‘가면’의 주인공은 환영이 주는 쾌락에 중독돼 스스로 방 안에만 머문다.
저자는 “현실이 더 호러이고 그로테스크하며 부조리하다”고 말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어쩌다 보니까 나는 본의 아니게 복수 전문 작가가 된 것 같은데 많은 경우 화가 나서 글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저자의 분노와 그로 인해 빚어진 이야기들은 순리와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지난해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의 10여 년 전 필명은 정도경이었다. ‘저주토끼’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까지 정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왔다. 이 책은 그 뿌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초기 단편 소설을 엮었다. 정도경이라는 이름으로 썼던 초기작 중 9편과 정보라로 이름을 알린 뒤 쓴 미발표작 ‘비 오는 날’이 담겼다.
“마술적 사실주의, 호러, 공상과학(SF)의 경계를 초월했다”는 부커상 심사평처럼 저자의 초기작 역시 환상과 현실이 온통 뒤섞여 있다. 첫 번째 단편 ‘나무’ 속 나무는 주인공 ‘그’의 친구다. 어릴 적 그는 친구와 함께 행인에게 장난을 치다 붙잡혀 땅속에 묻혔다. 그는 빠져나왔으나 친구는 흙 속으로 빨려 들어간 뒤 나무로 변했다. 이후 망나니처럼 살던 그는 청년이 돼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여인은 어린 시절 그에게 해를 입혔던 행인의 딸이었다. 이내 여인은 그의 친구인 나무에 붙잡혀 생명을 빨아 먹히고 만다. 그는 죄책감과 비통함을 안은 채 세상 밖으로 나아간다. 비극을 기억한 채 새로운 곳으로 나아가려는 그의 태도에서 왠지 모를 위안을 얻는다.
‘나무’뿐만 아니라 ‘산’ ‘머리카락’ ‘가면’ ‘비 오는 날’ 등은 오싹하면서도 씁쓸한 분위기를 풍긴다. ‘머리카락’의 등장인물들은 갑자기 하늘에서 내린 씨앗 비가 틔운 머리카락 때문에 방 안에 갇힌 채 생활하고, ‘가면’의 주인공은 환영이 주는 쾌락에 중독돼 스스로 방 안에만 머문다.
저자는 “현실이 더 호러이고 그로테스크하며 부조리하다”고 말한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어쩌다 보니까 나는 본의 아니게 복수 전문 작가가 된 것 같은데 많은 경우 화가 나서 글을 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저자의 분노와 그로 인해 빚어진 이야기들은 순리와 정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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