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토하듯 노래하던 오빠가 토하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헤드라이너
임국영 지음 | 창비 | 272쪽 | 1만5000원
“맞다, 그런 사람이 내게 있었지.”
오빠의 빈소. 화자는 집을 나간 지 8년 된 그의 죽음을 이렇게 회상한다. 열일곱 살이니 오빠 없이 살아온 시간이 인생의 절반이다. 단편 ‘볼셰비키가 왔다’는 장례식장을 찾은 오빠 지인들의 행색을 그리며 시작한다. 남자 셋, 여자 하나. 오렌지색 머리, 풍성한 바가지 모양의 머리, 유광 재질의 가죽 재킷…. 장례식장엔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다. 기타와 탬버린까지 가져왔다. 이들은 자신을 ‘그로울링을 하는 밴드’라고 소개한다. 토하듯, 소리를 긁어 내는 음악을 한다는 뜻이다.
이 무리로부터 오빠의 블로그를 알게 된다. 오빠는 이들이 속한 밴드 ‘볼셰비키’에서 기타를 쳤고, 자신의 이름(혁태)을 따 ‘돈키혁태’라는 별명으로 스스로를 불렀다. 토하듯 노래했지만, 토하지 못해 죽었다. 술을 먹고 자던 도중 토사물에 목이 막혔다. ‘나’는 이들과 주차장에서 술을 마신 뒤 빈소로 돌아왔다. 역겨움이 밀려와 구토한다. 어디선가 밴드의 기타 소리가 들려온다.
2017년 창비신인소설상으로 등단한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각자의 애환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유머 있게 풀어낸다. 오토바이 배달에 뛰어드는 지방 청년들(‘오토바이의 묘’), 마땅한 벌이 없이 공원을 전전하는 소설가 지망생(‘비둘기, 공원의 비둘기’)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가까운 거리에서 그리고 있다.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다룰 때도, 글이 주는 느낌이 어둡지만은 않다. 오히려 책 표지 색깔처럼 청량한 느낌을 준다. 현실이 꽉 막혔다는 생각이 들 때, ‘뚫어뻥’처럼 당신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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