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선영화] 판타지 없는 현실판 변두리 건달들의 삶

박돈규 기자 2023. 1. 2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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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뜨거운 피’ 밤 11시 10분

배경은 1993년 부산 변두리 있는 작은 포구 구암. 희수(정우)는 이곳을 지배하는 손 영감(김갑수) 밑에서 수족으로 일해왔다. 하지만 마흔 살이 되도록 무엇 하나 이룬 것 없이 반복되는 건달 짓이 지긋지긋하다. 희수는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인생은 바람대로 되지 않는다. 철진(지승현) 등 영도파가 접근하며 걷잡을 수 없는 생존 투쟁이 시작된다.

‘뜨거운 피’는 소설 ‘고래’로 유명한 천명관의 2022년 감독 데뷔작이다. 괴력의 이야기꾼이 늦은 나이에 충무로에 입성한 것이다. 이 영화는 “구암의 건달들은 아무도 양복을 입지 않는다”로 시작하는 김언수 소설이 원작. 천명관은 부산 출신 김언수에게 ‘뜨거운 피’의 씨앗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듣고 소설 집필을 권유했고, 김언수는 탈고 후 영화화 작업이 시작되자 천명관에게 연출을 부탁했다고 한다.

‘뜨거운 피’는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되는 희랍비극을 닮아 있다. 손 영감과 희수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유사 부자(父子) 관계. 하지만 이른바 조폭 판타지는 없다. 건달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고 우리와 똑같은 동기를 가지고 있다. 희수가 좋아하는 인숙(윤지혜)이 아들 아미(이홍내)와 사는 곳은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산동네다. 인생은 곤두박질치는데 집은 하늘에 닿아 있는 기막힌 현실. 천명관 감독의 누아르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 풍경이다. 최무성, 김해곤, 김종구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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