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05] What is your heart’s desire?
“소원은 신중하게 빌어라.(be careful what you wish for)”라는 말은 주로 소원을 들어주는 정령들이 나오는 우화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 요정 중 대표적인 것이 램프의 정령 지니다. 영화 ‘3000년의 기다림(Three Thousand Years of Longing∙2022∙사진)’은 현대에 다시 나타난 정령 지니와 알리테아의 이야기다.
서사학자인 알리테아(틸다 스윈턴 분)는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튀르키예를 방문했다가 골동품 가게에서 우연한 계기로 아주 낡은 이슬람 램프를 하나 구입한다. 동료 교수가 더 근사한 램프를 추천하지만 알리테아는 서사학자답게 “뭐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예요.(Whatever it is, I’m sure it has an interesting story.)”라며 운명처럼 그 램프를 집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숙소에 돌아와 그 램프를 닦자마자 전설처럼 램프에서 거대한 정령 지니(이드리스 엘바 분)가 나와 호메로스 그리스어로 세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마음이 갈망하는 것은 무엇입니까?(What is your heart’s desire?)” 알리테아는 소원을 빌기는커녕 지니의 저의를 의심하며 서사학자답게 지금껏 많은 이야기 속에서 소원을 비는 이들을 속인 정령들을 들먹인다. “결국 그들은 소원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더군요.(they manipulate wishing to their own ends.)”
소원 세 개를 모두 들어줘야 램프에서 벗어나 정령의 나라로 갈 수 있는 지니는 알리테아가 답답하기만 하다. 지니는 자기가 램프에 갇히게 된 사연을 털어놓으며 알리테아를 설득하려 한다. 놀랍게도 지니는 병에 세 번이나 갇혔고 그 모든 사연이 진실된 사랑 이야기였다. 사랑 없이 오랜 세월을 지낸 알리테아는 이제 지니의 이 질문이 다르게 들리기 시작한다. “당신의 마음이 갈망하는 것은 무엇입니까?(What is your heart’s des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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