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무한한 변주
“제게 있어서 예술과 삶과 일은 하나예요.” 루이비통의 아트디렉터였던 마크 제이콥스는 예술가 구사마 야요이에게 말했다. “예술 없는 제 삶은 무의미하죠.” 구사마 야요이가 답한다. “성공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는 게 성공 아닐까요.” 마크 제이콥스가 말하고, “중심이 없으면 구조도 없어요.” 구사마 야요이가 말한다.
물방울에 혼신을 기울이던 구사마 야요이에게 매료된 마크 제이콥스는 2006년 무렵부터 구사마와의 협업을 계획해 2012년 대대적인 아트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이면서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구사마의 폴카닷으로 뒤덮인 제품과 쇼룸은 그 자체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과 다를 바 없었다. 긴 세월, 폴카닷과 네트처럼 단순한 패턴을 반복하면서 구축한 예술가의 삶이 영민한 자본과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낳았다. 이후 마크 제이콥스는 브랜드를 떠났지만, 10년이 흐른 후 루이비통은 다시 구사마 야요이와의 협업을 추진했다. 그사이 예술가의 명성과 그의 시그니처 아이템들은 미술계뿐 아니라 대중 안으로 충분히 스며들었다.
런던, 뉴욕, 도쿄, 파리 등 세계 곳곳 루이비통 매장의 안팎이 구사마 야요이로 채워졌다. 파리의 팝업스토어 지붕에서는 거대한 구사마 인형이 붓을 든 채 건물 전면에 점을 찍는 중이다. 도쿄 하라주쿠 매장에서도 1·2층을 관통하는 구사마 인형이 건물 곳곳에 붓질을 한다. 협업 제품으로 장식된 쇼윈도에서는 구사마를 닮은 로봇이 유리창에 물방울을 그리고 서 있다. 거리를 지나는 이들은 작품이 된 예술가의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로봇의 활약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피드를 계속 채우고 있다. 무한의 세계를 꿈꾸었던 93세 구사마의 메시지가 무한의 세계로 퍼져나간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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