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巨野가 전장연 중재 나서야
지난 6일 민주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인공호흡기를 찬 장애인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근육병 중증장애인 조연우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장이었다. 그는 이재명 대표, 박홍근 원내대표를 향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만나서 시위가 중단될 수 있도록 중재해주십시오. 전장연의 시위는 시민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만, 그들의 주장과 요구는 타당하고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홍근 원내대표님과 김성환 의장님을 비롯한 지도부에 계신 어떤 분이라도 저와 함께 전장연을 만나러 가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며 “이제는 우리가 나서서 장애인의 삶을 지키고 장애인과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할 때”라고 말했다. 그의 호소는 약 4분 30초간 이어졌다.
조 위원장 요청에 응한 야당 지도부는 지금까지 한 명도 없다. 이와 관련해 기자가 지도부 관계자에게 묻자, 그는 “서울시 문제에 민주당이 개입하면 얻을 게 뭐가 있겠냐”며 “결국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책임지고 풀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책임론을 강조할 뿐 중재 의지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 문제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 관련 시설 확대와 평생교육 지원 등을 위한 예산으로 국비 1조3000억원 증액을 요구하는데, 국비 증액은 국회와 기획재정부 소관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작년 11월 30일 전장연 박경석 대표를 만났다. 당시 전장연은 조계사 법당 점거 시위를 벌였다. 주 원내대표는 40분여간 면담을 하면서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와도 확인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전장연은 면담 이후 조계사에서 물러났다.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극단으로 치닫는 전장연 사태와 관련해 중재에 나선 점은 의미가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해 7월 전장연과 만난 바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전장연과 간담회를 연 건 대선 패배 직후인 작년 3월 29일이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시 대표가 ‘시민을 볼모로 삼는다’며 전장연 시위를 비판하자 맞대응에 나선 성격이었다. 이 간담회 직후 박홍근 원내대표, 고민정 최고위원 등은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국회에 출근하는 ‘휠체어 출근 챌린지’를 벌였다. 장애인 권리 보장을 위해 당사자가 되어보는 체험을 한다는 취지였는데, 일회성 보여주기식 쇼라는 지적도 나왔다. 행사 후 전장연 시위 관련한 당 차원 논평은 거의 없었다.
제1야당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전장연 시위 문제에 눈을 감는 건 직무유기와 다름없다. 이번 설 연휴엔 서울역 귀성길 인사보다는, 전장연과 시민들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길 바란다. 그것이 민주당이 내세우는 ‘민생 우선’ 기조에 더 부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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