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로 혈관 분포 보며 ‘수술 리허설’… “외과수술 자동화의 길 개척”[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허진석 기자 2023. 1. 21. 03:01
AI 기반 수술 내비게이션 만든 ‘휴톰’… 환자마다 혈관 모양 달라 큰 애로
딥러닝 활용 정교한 3D영상 구현… 수술때 복부팽창 정도도 예측 가능
의사 경험에만 의존하던 관행 벗고, 최신 외과 의료기술 전파에도 기여
위장 이어 신장-폐 등 순차 개발
딥러닝 활용 정교한 3D영상 구현… 수술때 복부팽창 정도도 예측 가능
의사 경험에만 의존하던 관행 벗고, 최신 외과 의료기술 전파에도 기여
위장 이어 신장-폐 등 순차 개발
사람 배 속의 장기를 절제하는 수술은 의사들이라고 마냥 쉽게 하는 일은 아니다.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교수(56)는 세계에서 로봇 위암 수술을 가장 많이 했고, 로봇 위암 수술의 표준을 만들다시피 한 의사다. 그런 그도 수술을 할 때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위 주변의 혈관들을 잘 구분해 잘라낼 조직으로 연결된 혈관만 잘라야 하는데, 자칫 간과 같은 다른 장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잘라낼 위험이 늘 있기 때문이다. 혈관을 잘못 절단하면 로봇 수술은 중단되고, 다른 수술팀이 투입돼 환자의 배를 열어 절단된 혈관을 잇는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위험이 상존하는 이유는 장기 주변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혈관의 분포나 개별 혈관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족 중에 누군가 외과 수술을 받을 일이 생기면 경험이 많으면서도 유능한 의사를 찾는다. 수술을 많이 해 본 의사가 최소한의 절개로, 필요한 부분만 절제해 손상과 출혈을 줄임으로써 수술 결과를 좋게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이런 바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형 교수는 외과 의사로서 의사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항상 좋은 수술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환자마다 다른 혈관 모양을 미리 명확하게 보여 주고, 필요하면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주면 그런 바람들이 실현될 것이라고 봤다. 마침 인공지능(AI)의 딥러닝 기술이 개화하고 있었다. 형 교수가 2017년에 창업한 스타트업 ‘휴톰’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완벽한 외과 수술’을 돕는 AI 기반 수술 ‘도구’를 만드는 회사다.
●“환자마다 다른 배 속을 정확히 보여주는 ‘내비’ 만든 셈”
휴톰이 만든 수술용 내비게이션(RUS·러스)의 핵심 기능은 개별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딥러닝을 활용해 자동으로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 환자의 장기와 그 주변 혈관 분포를 디지털로 만드는 셈이다. 첫 번째로 상용화되는 프로그램은 위암 등에 따른 위 절제술을 위한 용도다.
일반적으로는 수술 전에 환자가 CT를 찍으면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수술할 의사가 환자의 장기 주변 혈관 분포와 모양을 이해하기 쉽도록 화면을 보정해 넘겨준다. 수술을 할 의사는 그 화면들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환자 장기 주변의 혈관 분포와 모양 등을 유추한다.
RUS 덕분에 의사들은 수술 경험이 적더라도 장기 주변 동맥과 정맥의 정확한 분포, 이례적인 혈관의 분기 지점 등을 3차원 그래픽으로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형 대표는 “어두운 밤길을 자동차로 갈 때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몇 m 앞에서 방향 전환을 해야 할지 알기 때문에 효율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운행을 할 수 있다”며 “외과 수술에서도 그런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위험이 상존하는 이유는 장기 주변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혈관의 분포나 개별 혈관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족 중에 누군가 외과 수술을 받을 일이 생기면 경험이 많으면서도 유능한 의사를 찾는다. 수술을 많이 해 본 의사가 최소한의 절개로, 필요한 부분만 절제해 손상과 출혈을 줄임으로써 수술 결과를 좋게 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환자나 환자 가족들의 이런 바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형 교수는 외과 의사로서 의사의 경험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도 항상 좋은 수술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환자마다 다른 혈관 모양을 미리 명확하게 보여 주고, 필요하면 예행연습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주면 그런 바람들이 실현될 것이라고 봤다. 마침 인공지능(AI)의 딥러닝 기술이 개화하고 있었다. 형 교수가 2017년에 창업한 스타트업 ‘휴톰’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완벽한 외과 수술’을 돕는 AI 기반 수술 ‘도구’를 만드는 회사다.
●“환자마다 다른 배 속을 정확히 보여주는 ‘내비’ 만든 셈”
휴톰이 만든 수술용 내비게이션(RUS·러스)의 핵심 기능은 개별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딥러닝을 활용해 자동으로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드는 것이다. 특정 환자의 장기와 그 주변 혈관 분포를 디지털로 만드는 셈이다. 첫 번째로 상용화되는 프로그램은 위암 등에 따른 위 절제술을 위한 용도다.
일반적으로는 수술 전에 환자가 CT를 찍으면 영상의학과 의사들이 수술할 의사가 환자의 장기 주변 혈관 분포와 모양을 이해하기 쉽도록 화면을 보정해 넘겨준다. 수술을 할 의사는 그 화면들을 보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환자 장기 주변의 혈관 분포와 모양 등을 유추한다.
RUS 덕분에 의사들은 수술 경험이 적더라도 장기 주변 동맥과 정맥의 정확한 분포, 이례적인 혈관의 분기 지점 등을 3차원 그래픽으로 보다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형 대표는 “어두운 밤길을 자동차로 갈 때 내비게이션이 있으면 몇 m 앞에서 방향 전환을 해야 할지 알기 때문에 효율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운행을 할 수 있다”며 “외과 수술에서도 그런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16일 서울 마포구 휴톰 본사에서 RUS를 활용한 수술 장면을 직접 봤다. 연노란색의 림프샘 속에 숨어 있는 혈관을 찾을 때 RUS 화면을 참조하는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에는 주저함이 적어 보였다. 형 대표는 “실제로 수술을 할 때 정확한 혈관의 위치를 모르면 해당 지점까지 초음파 가위 같은 수술 기구를 아주 조심스럽게 조금씩 천천히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RUS는 모든 환자의 직경 1mm 안팎의 혈관을 100% 찾아냈다고 형 대표는 전했다.
●외국 위암 환자 수술도 RUS 통해 조언 가능
CT 화면을 3차원으로 만드는 데는 휴톰이 개발한 특허 기술들이 들어 있다. 사람은 CT를 찍는 동안에 숨을 쉬기 때문에 혈관의 위치가 조금씩 변화돼 찍히게 된다. 장기 주변의 동맥과 정맥을 번갈아 찍는 동안에 먼저 촬영된 동맥의 위치가 정맥을 찍을 때는 조금 다른 곳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휴톰은 혈관의 이런 위치 이동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정교하게 정합시키는 기술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기술은 환자 복부의 팽창 정도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수술을 할 때는 배에 가스를 넣어 복부를 팽창시킨다. 로봇 수술을 위한 카메라로 장기를 잘 관찰하고 기구들을 다루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같은 양의 가스를 넣어도 사람마다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다르다. 근육이 많은 젊은 남자는 적게 부풀고, 운동을 잘 하지 않은 중년은 더 많이 부푸는 식이다.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수술 기구를 집어넣기 위해 절개해야 하는 최적의 위치를 찾기 힘들다. 절개한 위치가 나쁘면 수술할 부위를 제대로 살피기 힘들고, 수술 기구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삽입돼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휴톰이 복부 팽창 예측 기술까지 만든 것은 특정 환자의 실제 장기 모양과 주변 혈관 분포를 바탕으로 미리 가상의 수술을 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형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기기 회사와 수술 로봇 회사 등이 장기 주변의 혈관을 3차원 그래픽으로 만드는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해부학적 구조만 보여주는 정도”라고 했다.
개별 환자의 장기 주변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내는 휴톰의 기술은 원격지에 있는 환자의 수술을 조언해 줄 수 있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실제로 휴톰은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 입원한 위암 환자의 CT 자료를 받아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든 뒤 형 대표가 해당 환자를 가상의 공간에서 수술하는 영상을 찍어 싱가포르 병원으로 보냈다. 형 대표는 “외과 의사들이 자신이 가진 수술 노하우를 멀리 외국까지도 손쉽게 전달할 수 있어 의료 기술의 전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수술의 개념을 바꿀 디지털 이노베이션, 이제부터 시작”
●외국 위암 환자 수술도 RUS 통해 조언 가능
CT 화면을 3차원으로 만드는 데는 휴톰이 개발한 특허 기술들이 들어 있다. 사람은 CT를 찍는 동안에 숨을 쉬기 때문에 혈관의 위치가 조금씩 변화돼 찍히게 된다. 장기 주변의 동맥과 정맥을 번갈아 찍는 동안에 먼저 촬영된 동맥의 위치가 정맥을 찍을 때는 조금 다른 곳에 위치하게 되는 것이다. 휴톰은 혈관의 이런 위치 이동을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정교하게 정합시키는 기술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중요한 기술은 환자 복부의 팽창 정도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수술을 할 때는 배에 가스를 넣어 복부를 팽창시킨다. 로봇 수술을 위한 카메라로 장기를 잘 관찰하고 기구들을 다루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같은 양의 가스를 넣어도 사람마다 부풀어 오르는 정도가 다르다. 근육이 많은 젊은 남자는 적게 부풀고, 운동을 잘 하지 않은 중년은 더 많이 부푸는 식이다. 이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하면 수술 기구를 집어넣기 위해 절개해야 하는 최적의 위치를 찾기 힘들다. 절개한 위치가 나쁘면 수술할 부위를 제대로 살피기 힘들고, 수술 기구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삽입돼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휴톰이 복부 팽창 예측 기술까지 만든 것은 특정 환자의 실제 장기 모양과 주변 혈관 분포를 바탕으로 미리 가상의 수술을 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형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기기 회사와 수술 로봇 회사 등이 장기 주변의 혈관을 3차원 그래픽으로 만드는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지만 해부학적 구조만 보여주는 정도”라고 했다.
개별 환자의 장기 주변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내는 휴톰의 기술은 원격지에 있는 환자의 수술을 조언해 줄 수 있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다. 실제로 휴톰은 싱가포르의 한 병원에 입원한 위암 환자의 CT 자료를 받아 3차원 그래픽 화면으로 만든 뒤 형 대표가 해당 환자를 가상의 공간에서 수술하는 영상을 찍어 싱가포르 병원으로 보냈다. 형 대표는 “외과 의사들이 자신이 가진 수술 노하우를 멀리 외국까지도 손쉽게 전달할 수 있어 의료 기술의 전파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수술의 개념을 바꿀 디지털 이노베이션, 이제부터 시작”
형 대표는 세브란스병원에 2005년 처음 로봇 수술을 도입한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의학에 새로운 기술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조교수로 세브란스병원에 부임하던 당시부터 시작된 셈이다. 외과 의사로서 지금도 외래환자를 진료하고 위암 수술을 집도하면서 AI 개발자 등 임직원 83명인 휴톰의 대표이사까지 맡고 있다.
휴톰은 지금까지 약 262억 원을 투자받았다. 딥러닝을 활용한 영상 인식 기술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페이스북을 앞설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는 “2017년에 창업할 당시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창업 7년째인 올해 첫 상용 제품이 나오는데, 앞으로는 거의 매해 신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휴톰이 생각하는 디지털 이노베이션은 지금부터다. 올해 초 위암 수술용 내비게이션 판매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쯤에는 신장 수술용 제품을, 내년 상반기에는 폐 수술용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로 간과 대장, 직장 수술을 위한 RUS를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휴톰은 RUS를 도입한 병원이 수술에 활용할 때 해당 건별로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수술 환자의 의학 정보는 비식별 정보로 휴톰으로 전송되고, 휴톰이 3차원 그래픽 자료를 만든 뒤에 병원으로 전송해 주면 그때 병원 내에서 특정 환자의 정보가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휴톰은 수술하는 동안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을 추적해 AI로 분석하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수술에도 세부 단계가 있는데 단계별로 로봇 수술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분석해 예후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의사들의 외과 수술 훈련 시스템도 만든다.
형 대표는 “휴톰의 연구개발 플랜은 장기적으로는 외과 수술의 자동화로 향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자동차가 단계별로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있듯이, 외과 수술도 같은 길을 가게 될 텐데 휴톰이 그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했다.
휴톰은 지금까지 약 262억 원을 투자받았다. 딥러닝을 활용한 영상 인식 기술은 세계적인 대회에서 페이스북을 앞설 정도로 수준이 높다. 그는 “2017년에 창업할 당시에는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며 “창업 7년째인 올해 첫 상용 제품이 나오는데, 앞으로는 거의 매해 신제품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휴톰이 생각하는 디지털 이노베이션은 지금부터다. 올해 초 위암 수술용 내비게이션 판매를 시작으로 올해 상반기쯤에는 신장 수술용 제품을, 내년 상반기에는 폐 수술용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후로 간과 대장, 직장 수술을 위한 RUS를 순차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휴톰은 RUS를 도입한 병원이 수술에 활용할 때 해당 건별로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수술 환자의 의학 정보는 비식별 정보로 휴톰으로 전송되고, 휴톰이 3차원 그래픽 자료를 만든 뒤에 병원으로 전송해 주면 그때 병원 내에서 특정 환자의 정보가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휴톰은 수술하는 동안 로봇 수술 기구의 움직임을 추적해 AI로 분석하는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수술에도 세부 단계가 있는데 단계별로 로봇 수술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분석해 예후를 예측하는 데 활용하기 위해서다. 의사들의 외과 수술 훈련 시스템도 만든다.
형 대표는 “휴톰의 연구개발 플랜은 장기적으로는 외과 수술의 자동화로 향하고 있다”며 “자율주행 자동차가 단계별로 자율주행을 실현하고 있듯이, 외과 수술도 같은 길을 가게 될 텐데 휴톰이 그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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