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진한 눈물·뭉클한 사연 담아낸 9년
올해로 방송 9년 차를 맞은 TV조선 ‘엄마의 봄날’(매주 일요일 오전 8시 30분)이 전국 어머니들의 행복과 건강을 책임지는 TV조선의 간판 교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5년 6월 첫 방송부터 383회가 방송되며, 배우 신현준을 비롯해 가수 신인선, 나태주 등의 ‘봄날지기’들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갔다. 지금은 탤런트 이훈이 전국 어머니들의 말동무가 되어 주고, 때로 아들 역할도 마다 않는 진행을 맡고 있다.
◇남들 모르게 엄마로 살아온 가수 김미성
22일에는 설날을 맞아 ‘엄마의 봄날-가수 김미성의 아들을 위한 노래’가 방송된다. 1970년대 ‘아쉬움’ ‘먼 훗날’ 등 노래를 발표하며 큰 인기를 얻었던 가수 김미성(77)이 출연한다.
엄마로서 김미성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사실혼 관계였던 남편과 사별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났던 아들은 1년간 혈액암 투병 끝에 2017년 세상을 떠났다. 그가 가수로 활동할 당시만 해도 여성 연예인의 결혼에 대해선 부정적 시선이 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의 호적에도 올리지 못하고 키운 아들이 세상을 떠난 것. 그는 이날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눈물을 흘린다.
김미성은 수년 전 사기 사건에 휘말린 이후 생활고 속에 혼자 살고 있었다. 이제 그를 살게 하는 이유는 아들이 남기고 간 유일한 혈육인 손자(37). 김미성은 최근까지도 허리와 다리의 만성 통증을 견디며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대에 섰다. 이날 방송에선 아들과 손자에게 바치는 그의 노래가 공개된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이야기
우리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어머니들의 인생 이야기는 ‘엄마의 봄날’을 통해 모든 어머니의 삶으로 확장된다. ‘엄마의 봄날’은 연예인부터 일반인까지, 지역과 나이에 상관없이 어머니들의 역경과 애환을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삶을 반추하거나, 각자의 ‘엄마’를 떠올리는 것이다.
2017년 6월 방송된 탈북자 엄마 주수진(49)씨와 딸 춘미(22)양의 이야기. 주씨는 중국 시골로 팔려가 결혼한 뒤 춘미양을 낳았고, 딸을 중국에 남겨둔 채 한국으로 왔다. 춘미양은 자신을 중국에 남겨두고 한국으로 떠난 엄마를 찾아 2015년 혼자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한국에서 식당 일을 하느라 바쁜 주씨와 딸은 따로 지낼 수밖에 없었고, 외톨이로 지내다 아파트 9층에서 떨어지는 추락 사고까지 당한다. 하반신이 마비될 수도 있는 큰 사고를 당한 상황에서 이들은 극적으로 ‘엄마의 봄날’에 출연, 수술을 받고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담은 엄마의 봄날 94회는 2018년 제51회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TV 다큐멘터리 부문 최고상인 대상(플래티넘)을 받았다.
◇주말 오전 인기 프로그램… ‘좋은 프로그램’으로도 뽑혀
우리네 어머니들은 아픈 곳이 많다. 척추 전문의 신규철 박사는 1회부터 봄날지기를 맡아 어머니들의 건강을 살펴 왔다. 신 박사는 “첫 촬영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랜 시간 어머님들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며 “매주 지방을 오가는 것이 힘들지만 어머님들의 사랑을 몸소 느끼는 시간은 내게 오히려 에너지가 됐고, 인생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작년 8월 방송된 남편 고(故) 이병활씨와 아내 류순윤(72)씨의 이야기는 암으로 6개월 시한부 삶을 남겨둔 남편이 혼자 남게 될 아내가 관절 질환으로 고생할 것을 걱정해 신청한 사연이었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촬영이 시작될 무렵 병세가 악화돼 생을 마감했다. 제작진은 경북 안동의 100년 된 옛집에 홀로 살고 있는 류씨를 찾아갔다. 아내는 남편이 남긴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의료진에게 관절 질환 치료를 받는다.
2017년 4월과 5월 방영된 ‘우리 엄마는 초등학교 2학년(1·2부)’은 두 달 연속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늦깎이 학생’으로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황분이(87), 이명개(82)씨의 용기 있는 도전을 다룬 작품. 두 어머니는 어린 시절 가난으로 배우지 못해 평생을 설움 속에 살아야 했다. 굽은 허리에도 매일 아침 나란히 등교하고, 함께 수업을 듣는다. 프로그램은 배움을 포기하며 살아 온 시대 속 어머니들의 삶을 재조명했다.
‘엄마의 봄날’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종편 4사 주말 오전 시간대 뉴스를 제외한 방송에서 시청률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최고 시청률(2.771%)을 기록한 작품은 2021년 7월 방송된 ‘순천만 갯벌 부부의 동상이몽’ 편이다. 순천만 인근의 어촌 마을에서 살아가는 아내 강대업(70)씨와 남편 박성윤(75)씨가 주인공. 강씨는 허리 수술 후유증으로 다리가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진다. 강씨 역시 허리가 아프지만, 매일 갯벌에서 생선, 조개 등을 구해와 판매한다. 부부의 집에는 남편을 찾아오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팔고 남은 생선은 안줏거리가 된다. 아내는 아픈 허리를 두드리면서도 손님에게 따뜻한 음식을 내어준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었다.
‘엄마의 봄날’ 제작진은 “엄마의 인생 스토리가 시청자들에게 고향의 정서와 ‘모성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본다”며 “앞으로도 어느 고향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또 한 명의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짐을 꾸리고 길을 나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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