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간 파리서 손 꼭 잡고 다니던 잉꼬부부 윤정희·백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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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배우 고(故) 윤정희와 그의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77)는 함께 다닐 때면 언제나, 어디에서나 손을 꼭 잡고 다녔다고 한다.
백건우가 전 세계 곳곳에서 초청을 받아 피아노 공연을 다닐 때마다 그 곁에는 윤정희가 있었고, 윤정희는 백건우와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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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파리에서 배우 고(故) 윤정희와 그의 남편 피아니스트 백건우(77)는 함께 다닐 때면 언제나, 어디에서나 손을 꼭 잡고 다녔다고 한다.
백건우가 전 세계 곳곳에서 초청을 받아 피아노 공연을 다닐 때마다 그 곁에는 윤정희가 있었고, 윤정희는 백건우와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하는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다.
프랑스 교민 사회와는 접점이 넓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자택으로 지인들을 초청해 음식을 대접하곤 했는데, 이때도 사람들을 모으는 것은 주로 윤정희의 역할이었다.
바늘과 실처럼 늘 붙어 다니던 한 쌍을 지켜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2019년에 접어들고 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두 사람이 함께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어졌다.
그해 11월. 백건우는 한국을 방문, 언론 인터뷰에서 아내가 알츠하이머병을 앓아왔음을 공개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2010)를 촬영하던 무렵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치매 증상을 보여왔지만, 백건우는 외국에 공연하러 갈 때마다 윤정희와 함께했던 것이다. 나날이 증세는 심해지고, 공연은 끊이지 않으니 백건우는 2019년 초 하나뿐인 딸 진희(46) 씨에게 아내를 부탁했다.
프랑스 파리 외곽 론뉴에 거주하며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는 진희 씨는 자신의 아파트 옆에 거처를 마련해 어머니를 돌봤다. 간호사가 상주했고, 전문의가 들러 윤정희의 상태를 살폈다고 한다. 이따금 지인을 불러 함께 식사도 했다.
당시 백건우와 함께 인터뷰에 응한 진희 씨는 윤정희가 2019년 4월부터는 자신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진희 씨가 곁에서 돌보더라도 윤정희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고, 결국 인근 병원으로 옮겨 전문가의 손에 맡겨야 했다. 백건우는 프랑스에 머물 때면 집과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아내를 챙겼다고 한다.
아내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에게 백건우는 최근까지 "상태가 나빠지기만 한다"며 속상했지만, 지난달만 해도 크게 염려할만한 분위기는 읽히지 않았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었다.
1972년 독일 뮌헨의 한 음악회에서 우연히 만났던 두 사람은 2년 뒤 인기 절정의 윤정희가 돌연 프랑스 유학을 떠나면서 파리에서 다시 만나 사랑에 빠졌다.
1976년 부부의 연을 맺어 49년을 나란히 걸어온 그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윤정희가 눈을 감으면서 영원히 작별했다.
윤정희·백건우 부부는 진희 씨가 태어나고 나서 1979년 파리와 맞닿아있는 외곽 도시 뱅센에 있는 한 아파트로 이사했고, 이후 40년 넘게 한 동네를 떠나지 않았다.
백건우는 아내를 마지막으로 배웅하는 곳도, 아내가 영원히 잠들 곳도 반평생을 살아온 뱅센에서 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 동네를 향한 부부의 애정이 얼마나 컸는지 느껴진다.
뱅센시(市)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17세기 이후 뱅센에서 태어났거나, 뱅센에 사는 유명 인사 목록에는 백건우가 있다. 뱅센 역시 두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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