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부동산 전망] “인기 재건축 중심 반등세” vs “급매 거래로 예단은 성급”
SPECIAL REPORT
지난 18일 찾은 서울 송파구의 대표적인 대단지인 헬리오시티 근처 공인중개업소에선 해빙 무드가 완연했다. 2021년 10월 23억8000만원(전용 84㎡)의 최고가를 찍은 후 지난 연말 15억9000만원까지 급락했던 헬리오시티에는 매수 문의가 상당했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수 대기자가 각 부동산마다 최소 5~10팀씩 있다”며 “방금 전에도 급매가 나오면 연락달라는 전화가 왔는데, 매수자들끼리 경쟁해야 할 상황에 가격이 낮아지기는 쉽지 않아보인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주요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잠실주공5단지의 급매가격도 최근 크게 뛰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온라인(네이버 부동산)에 있는 잠실주공5단지 전용 84㎡의 21억원대 매물은 이미 거래 완료된 것”이라며 “저층 비선호 매물의 호가는 23억원대, 선호층은 24억원대로 올라섰다”고 말했다.
‘노·도·강’ 특례보금자리론 대출 기대감
새해 들어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첫째 주(1월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4.1로 지난주(63.1)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은 여전히 크게 위축돼있는 상태지만, 오름세로 전환했다는 건 매수하려는 사람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주택 가격의 하락세도 둔화되는 조짐이다. 부동산원의 1월 셋째 주(1월 1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격은 0.49% 하락했다. 전주 하락폭인 0.52%보다 0.03%포인트 가량 하락폭이 줄었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0.76% 하락) 이후 3주 연속으로 하락폭을 줄이고 있다.
실제 지난 연말부터 정부의 연착륙 유도 대책이 잇따르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정부는 2023년 5월까지 예정됐던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를 1년 더 연장했고,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도 완화했다. 규제지역도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하곤 모두 해제했다.
시장금리도 안정화될 조짐이다. 대출 금리의 지표가 되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지난해 12월 4.29%로 지난해 11월보다 0.05%포인트 떨어졌고, 은행들도 대출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음에도 시장에는 금리 상승이 멈췄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연내 금리 인하 전망도 나온다. 일본 노무라그룹은 “한은이 1월로 금리인상을 멈추고 오는 5월께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고 주택 규제가 완화되면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갔던 투자자들의 눈길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1월 말 출시를 앞둔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소득에 상관없이 9억원 이하의 주택을 매매하는 경우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수도권 대부분 중소형 단지에 적용할 수 있다. 부동산R114에 의하면 서울 전체로는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이 되는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34%에 불과하지만, 노원구에선 81%가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서울 포함)의 대상 아파트는 70%에 육박한다.
1·3대책으로 분양시장 양극화 심화 우려
하지만 시장에선 올해 경기침체 징후가 심화하는 가운데 전국 주택 거래량도 역대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집값 바닥을 말하는 것은 이르다는 것이 중론이다. 집값 반등론은 일부 지역의 급매물이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나온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추가 금리인상 리스크가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일부 급매물 거래로 집값 바닥을 예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말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금리 공포는 잦아들고 있지만, 상승 반전보다는 밑바닥에서 급매를 중심으로 한 소화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양시장에선 양극화 심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1·3 대책으로 중도금대출 상한기준(기존 12억원)이 폐지되고 무순위 청약의 당해지역 거주요건도 사라지면서 서울 및 수도권의 사업지에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구하기로 일컬어졌던 이러한 대책에도, 지난 17일 마감된 둔촌주공의 계약률은 약 70%로 1400여 가구가 미계약됐다. “선방했다”는 안도감과 “완판될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는 평가가 엇갈리면서 비인기지역에선 분양 시기 등을 저울질하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자본여력이 있거나 낡은 주택을 교체할 목적의 1주택 갈아타기 수요는 기대할 만하지만, 큰 폭의 미분양 감소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3억대 ‘반값 아파트’ 내달 사전청약, 고덕강일 최대 관심
「 8억3570만원. 한국부동산원이 밝힌 지난해 12월 서울의 평균 주택가격이다. 집값이 급락하고 있지만, 무주택 서민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런 가운데 오는 2월 수도권에 3억원 안팎의 ‘반값 아파트’ 사전청약이 진행돼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부터 공공분양 아파트 2300여 가구에 대한 사전청약이 진행된다. 윤석열표 50만가구 공공분양주택의 첫 타자다. 고양시 창릉(877가구)과 남양주 양정역세권(549가구), 진접2(372가구),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 3단지(500가구) 등 네 곳이 대상지다. 추정 분양가는 전용면적 59㎡ 기준으로 고양창릉이 3억9778만원으로 가장 높고, 양정역세권이 3억857만원으로 가장 싸다. 고덕강일은 3억5538만원, 남양주진접2는 3억1406만원 선이다. 실제 분양가는 본 청약시점에 결정될 예정이다.
이 중 단연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고덕강일이다. 토지를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서울임에도 3억원대로 분양해 ‘반값 아파트’로 불린다. 다만 월 40만원 수준의 토지임대료를 내야 한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고덕강일은 이번 공공분양 아파트 중 유일하게 서울이고, 지하철 5호선 역세권에 향후 9호선 개통이 예정된 지역이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실거주할 만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양창릉과 양정역세권은 ‘나눔형’으로 공급한다. 나눔형은 의무거주 기간(5년)을 채운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아파트를 되팔 때 시세 차익의 70%를 챙길 수 있다. 남양주진접2는 ‘일반형’으로 공급된다. 분양가는 시세의 80% 수준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입지적 강점이 있는 고덕강일과 고양창릉이 주목받는 가운데 4곳 모두 완판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공공분양에 따른 의무거주 기간과 전매제한기간(10년) 등이 있어 투자 목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부적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