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정가 전망] 윤 대통령 “NPT 존중하는 게 합리적” 핵 관련 발언 수위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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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필두로 ‘팀코리아’로 불리는 경제사절단과 거의 모든 일정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가는 곳엔 항상 국내외 기업인들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그때마다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건네며 “저는 대한민국의 영업사원”이라거나 “한국 시장도 열려 있고 제 사무실도 열려 있으니 언제든 찾아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이 “이번 순방은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힌 것처럼 세일즈 외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한 셈이다.
논란을 빚은 “UAE의 적은 이란” 발언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도 주력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다소 이란 측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아크부대 장병들에게 UAE가 직면한 엄중한 안보 현실을 직시하면서 열심히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란 측이 자국 주재 한국대사를 초치하고 한국에 동결된 석유 수출 대금과 윤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서도 “오해를 했기 때문에 초점이 흐려지고 있다”며 “오해가 풀린다면 정상화가 빨리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서는 우리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존중하는 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와 대한민국 국민은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에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때 자체 핵 보유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비해 핵 관련 발언 수위를 한 단계 낮춘 것이다. WSJ도 “윤 대통령이 자체 핵무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최근 발언을 누그러뜨렸다”고 평가했다. 인터뷰는 스위스 현지에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일본의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도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공동 대처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재천 서강대 교수는 “윤 대통령이 특유의 저돌적인 돌파력으로 순방 기간 굵직한 투자 유치를 끌어내는 등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며 “다만 ‘이란 적’ 발언의 파장이 생각보다 커서 오해였다는 해명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취리히=권호 기자, 박태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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